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증권·금융 증권

속보

더보기

[GAM] ⑥일라이릴리 젭바운드, 비만은 가난한 자의 질병? 주가는 대 폭등

기사입력 : 2024년01월25일 17:00

최종수정 : 2024년01월26일 07:59

지난해 주가는 61% 급등…올해도 급등할까?
젭바운드 감량효과 위고비 능가…가격도 저렴
공격적인 M&A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중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 대박?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전 세계가 기적의 비만 치료약 '위고비' 열풍이다. 그런데 이 위고비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2023년 11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를 통과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2023년 12월부터 판매가 개시됐다. 바로 '일라이 릴리'의 야심작인 '젭바운드' 이야기다.

[사진 = 셔터스톡]

◆ 위고비와 젭바운드 중 살 더 빠지는 건 뭐?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중 어느 제품의 성능이 더 뛰어난 지에 쏠려 있다. 그런데 성능 비교에 앞서 먼저 용어부터 정리해야 한다.

세계 최초로 신제품을 개발해 비만치료제 시장을 휩쓸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핵심 약물은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다. 이 약물을 활용해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오젬픽(Ozempic)'을 허가 받았고 '비만 치료제'로는 '위고비(Wegovy)'를 허가 받아 판매하고 있다.

추격자인 '일라이 릴리'의 핵심 약물은 '티제파티드(Tizepatide)'다. 이 약물을 활용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마운자로(Maunjaro)'를 허가 받아 사용한다. 또 비만 치료제로는 '젭바운드(Zepbound)'라는 이름으로 허가 받아 판매한다.

그렇다면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티드'와 '일라이 릴리'의 '티제파티드' 중 어떤 게 더 감량효과가 좋을까? 과체중자 또는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위고비(세마글루티드)'의 경우 68주 동안 17.4%의 체중이 감소했다. 반면 '젭바운드(티제파티드)'는 88주동안 2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여기간이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일단 '젭바운드'의 체중 감소율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젭바운드'의 비만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자 눈치 빠른 사람들은 '젭바운드'가 출시되기도 전에 이미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마운자로(Maunjaro)'의 처방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마운자로'를 통해서도 충분한 감량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마운자로'의 가격은 '젭바운드'보다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

그런데 '마운자로'나 '젭바운드'가 단순한 다이어트 약은 아니다. '젭바운드'는 BMI 30 이상의 비만 또는 BMI 27 이상의 과체중이면서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추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성인을 위해 승인됐다. 따라서 이 약을 처방받으려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제2형 당뇨병,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또는 심혈관 질환 중 하나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돈은 많고 살은 빼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실세계에서 실제로 이런 엄격한 조건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일라이 릴리'는 올 초에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단순한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 비만은 가난한 사람의 질병? 비만 인구 급증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약 120조원(1,0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대체 전 세계 비만 인구수가 몇 명이나 되길래 이런 거대한 시장 규모를 예상하는 걸까?

 

2023년에 발간된 '세계 비만 지도책'에 따르면 BMI 지수가 30을 초과하는 전 세계 비만 인구수는 2020년 기준 총 9억8,800만명이다. 더 무시무시한 건 15년 뒤인 2035년의 비만 인구수다. 총 19억1,4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 80억명 중 4분의 1이 비만인구인 셈이다.

과거에는 부자 건 가난한 사람이건 비만자수의 비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기적의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나 '젭바운드'를 통해 효과적인 체중감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비만 치료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초고가다. 선도자인 '위고비'의 연간 약 가격은 2천만원~2천5백만원 수준이다. 추격자인 '젭바운드'의 연간 약 가격은 1천6백만원~1천8백만원 수준이다. 위고비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니다.

비만인구수가 급증하는 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입장에서는 더 할 나위 없는 초대형 호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기업들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 가난한 사람들까지 다 비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오직 기대할 건 더 많은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하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부자들만 맞을 수 있는 약이라는 점에서 미래로 갈수록 점점 더 비만은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이라는 인식이 강화될 위험도 있다.

◆ 일라이 릴리가 비만 치료제 밖에 없다고? 아닐 걸

'일라이 릴리'의 주가 랠리는 화려하다. 2023년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TOP 10에 진입했다. 제약 회사로만 따져보면 글로벌 시가총액 1위를 기록 중이다. 2022년말 주가는 362달러였으나 2023년말 주가는 583달러로 무려 61% 폭등했다. 2024년 들어서도 1월24일 종가는 633달러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일라이 릴리'의 주력 제품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나 '젭바운드' 밖에 없는 걸까? 그 건 아니다. 이 2개의 제품이 주력인 건 맞지만 아래와 같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먼저 일라이 릴리의 지난 3년간 실적을 살펴보자. 2020년의 매출액은 29조4천억원였으나 2022년에는 34조2천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의 8조7천억원에서 2022년에는 10조4천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밋밋한 실적증가율을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라이 릴리의 2023년 9월말까지 9개월간 누적실적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몇 가지 보인다. 먼저 전체 매출액에서 주요 섹터별 구성비중을 살펴보면 당뇨병 치료제 56%, 항암제 19%, 면역질환 치료제 11%, 기타 14%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예상대로 당뇨병(비만 포함) 치료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 매출액은 29조7천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당뇨병/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의 급성장이다. '마운자로'의 전년도 매출액은 고작 2천억원에 불과했지만 2023년 9개월 누적매출은 3조5천억원으로 폭증했다. 무려 1,355% 급증한 수치다.

대신 매출 증가율이 미미한 제품도 있다. '2형 당뇨병 치료제'인 '투루리시티'의 매출은 6조6천억원을 기록해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유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와 겹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투루리시티'의 단가가 더 저렴하기 때문에 당분간 이쪽 매출이 늘어날 일은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도 '투루리시티'의 공급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당뇨병 환자들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당뇨병환자의 혈당을 낮춰주는 정제인 '자디앙스'의 2023년 매출액은 2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급증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자디앙스'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의해 공공보험 메디케어에 적용할 1차 약가 인하 의약품 10개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이 10개 의약품은 미국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와 2년간의 협상을 통해 2026년부터는 '메디케어'에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자디앙스'의 판매가격 인하로 인한 마진 감소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항암제 쪽에서 가장 유망한 제품은 유방암 치료제인 '버제니오'다. 2023년 매출액이 3조3천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2% 급성장한 점이 눈에 띈다. 면역질환 치료제 쪽에서 가장 유망한 제품은 건선 치료제인 '탈츠'다. 2023년에 2조4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 공격적인 M&A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2023년 9월말까지 9개월간의 영업이익은 고작 5조3천억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전년 대비 무려 -34% 급감한 수치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마진 높은 신약마저 잘 팔리고 있는 데도 오히려 영업이익이 거꾸로 가고 있는 이유가 뭘까?

바로 공격적인 M&A 때문이다. '일라이 릴리'는 2023년 상반기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사인 '다이스 테라퓨틱스'를 3조원(24억 달러)에 인수했다. 또 하반기에도 비만치료제를 개발사인 '베르사니스'를 2조3천억원(19억달러)에 인수했다. 추가로 항암제 분야에서는 '포인트 바이오파마'를 1조7천억원(14억달러)에 인수했고 '맵링크 바이오 사이언스'도 손에 넣었다.

이런 다양한 인수합병은 필연적으로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2023년 3분기에만 'IP R&D' 비용으로 무려 3조4천억원(29억8천만달러)을 인식했다. 당장 영업이익이 늘어나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인 M&A에 따른 비용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리하지만 일라이 릴리의 파이프라인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건 당뇨병 치료제 쪽으로 무려 56%다. 하지만 그 외에 항암제나 면역 질환 쪽으로도 다양하게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점은 장점이다. 또 공격적인 M&A를 통해 부족한 파이프라인을 보강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진 = 셔터스톡]

◆ 다양한 신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알츠하이머 치료제

일라이릴리의 신약 임상 파이프라인은 화려하다. 다양한 신약 개발에 매년 연구개발비로 25%를 쏟아 붓고 있다. 현재 개발을 진행중인 신약은 당뇨병, 암, 면역질환, 통증, 비만 등 100개 이상이다. 게다가 유망한 제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아낌없이 자금을 투자하는 공격적인 M&A를 진행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수많은 신약 후보 중에 가장 기대감이 높은 건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도나네맙'이다. 원래 2023년말에 FDA의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2024년 상반기로 살짝 일정이 밀린 상태다.

'도나네맙'은 임상 3상에서 총 173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절반은 도나네맙, 절반은 위약을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의 인지력 저하를 35%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사실 아직 치매 정복의 길은 멀고도 멀었다는 게 객관적인 현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 성과면 상당 수준의 매출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또 정맥 주사로 4주마다 투약하는 방식이라 투약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자체 분석 결과로는 2035년에는 '도나네맙' 매출이 약 6조5천억원(5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FDA의 최종 승인은 받지 못했지만 '도나네맙'이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치매 치료와 다이어트에 관심 있다면 일라이릴리 주목

아직 치매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신약은 없다. 하지만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이 그 미지의 세계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간 것만은 확실하다.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노령화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또 향후 당뇨와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할 것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미래다. '국제 당뇨병 연맹'은 2045년의 당뇨병 환자수를 7억8,300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비만협회'는 2035년의 비만 인구수를 19억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이 2개의 거대한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전 세계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비만치료제, 당뇨치료제, 항암치료제를 통해 돈을 갈퀴로 긁어가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주식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무려 61%였다는 점에는 유의하자. 모든 투자자들의 성공적인 다이어트와 2024년 대박 투자를 기원한다.

 

longinus@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사진
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