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는 계륵
홀푸드 마켓과 아마존 프레시, 의외의 실패
헬스케어는 미래 먹거리? 집중 투자 중
아마존, 죽스와 리비안 투자 이유는?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아마존은 모든 것을 다 파는 회사다.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이커머스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신 사업에 뛰어들며 성장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않았다. 제프 베조스는 창업 28년만인 2021년 7월에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 CEO는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최측근 앤디 제시가 맡았다. 앤디 재시도 취임 후 여러가지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제프 베조스와 앤디 재시가 새로 뛰어든 신 사업들의 현황은 지금 어떨까?
제프 베조스가 이끌던 아마존 신사업 중 가장 성공한 건 역시 고객들에게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하는 AWS(아마존 웹서비스)다. 그 외에도 프라임 멤버십, 프라임비디오 등의 성공으로 아마존은 이커머스 최강자의 지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가장 실패한 신사업은 뭘까?
◆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는 계륵?
그럴듯한 계획이 현실세계에서는 안 먹히는 경우가 있다. '알렉사'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는 아마존에게는 계륵이다. '알렉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글을 손으로 쓰는 건 낭만적이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비효율적이다. 타이핑으로 치는 게 빠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타이핑보다 훨씬 더 빠른 게 바로 말의 속도다. 만약 말을 정확히 음성인식해서 글로 바꿔 명령을 내리고 인공지능 비서가 이 명령을 실행해 준다면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일까? 이런 음성인식 기술력의 절정이 바로 인공지능 스피커과 인공지능 비서다.
미국의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아마존의 '에코'는 47%, 구글의 '구글홈'은 42%, 애플의 '홈팟'은 1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이 모두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기업 중에는 바이두와 알리바바가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아마존이나 구글은 왜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어 낸 걸까?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사'나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에 음성인식의 편리함을 더해 활용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알렉사'는 출시 초기에 이커머스 쇼핑 쪽으로 특화해 소비자들의 '홈'을 접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기반으로 출시됐다.
아마존의 초기 계획은 "알렉사, 요즘 가장 인기있는 술 안주를 주문해줘"와 같은 알렉사와 소비자 간의 친밀한 대화를 통한 자연스러운 상품 주문이 현실세계에서 흔하게 일어날 거라는 기대에서 시작됐다. 이게 대중화되면 아마존은 카테고리별로 가장 팔고 싶은 물건 단 1개만을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언뜻 생각하기에 이런 방식은 효율성이 높아 보인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출시 초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비서인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의 사용자수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현재 미국에서 각각 약 7,000만명~8,000만명 수준의 사용자수를 확보하며 치열한 순위 다툼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출시 초기였던 2014년의 엄청난 기대와 달리 2023년 현재의 실제 상황은 확연한 온도차이가 있다. 결국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아마존 '에코'와 '알렉사'를 만들어낸 초기의 기획자들은 엄청난 상상력이 실제 소비자들에게는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현실 세계에서 소비자들의 인공지능 스피커 활용도와 인공지능 비서 의존도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알렉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택시호출, 피자주문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시켜 봤지만 소비자들은 쉽게 동참하지 않았다. 또 보안 부분과 개인정보 부분에서도 소비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알렉사를 비서나 친구처럼 여기며 개인적인 속내까지 털어놓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미국 가정 보급률은 이미 50%를 훌쩍 넘어 6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높은 보급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날씨와 음악 듣기 정도의 간단한 기능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에코 구매고객의 약 25%가 구매 후 2주 후부터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아마존 내부 자료가 공개돼 이슈가 된 적도 있을 정도다.
◆ 스마트홈 관련 M&A만 3건, 문제는 알렉사?
사실 인공지능 스피커와 인공지능 비서는 결국 '스마트 홈'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한다. 스마트 홈이란 가전제품(TV, 에어컨, 냉장고 등)을 비롯해 에너지 소비장치(수도, 전기, 냉난방 등), 보안기기(도어록, 감시카메라 등) 등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아마존도 스마트 홈 시장에 관심이 많다.
아마존의 스마트홈 전략은 추가적인 3건의 인수합병을 보면 의도가 명확히 보인다. 아마존은 2017년12월에 무선 보안카메라 및 비디오 도어벨 기술력을 가진 회사인 '블링크'를 약 1조1천억원(9천만달러)에 인수했다. 곧 이어 2018년2월에는 스마트 초인종 제조업체인 '링'을 약 1조2천억원(10억달러)에 인수했다. 또 2022년8월에는 로봇청소기 회사인 '아이로봇'을 2조원(17억달러)에 인수했다. 아마존의 의도는 선명하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은 '인공지능 비서'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홈' 역시 보안과 개인정보 누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선뜻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중국산 CCTV의 상당 수가 해킹된 사례와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대화가 일부 유출된 사례로 더 조심스러워졌다. 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스마트홈의 설치비용이나 설치 난이도가 높은 점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 '알렉사'는 한국어 지원이 안돼 '구글홈'과 '구글어시턴트'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미국 제품 외에도 KT의 '기가지니' 등 다양한 한국기업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인기리에 판매됐었다. 그런데 실제 소비자들의 활용도를 따져보면 한국 역시 높은 기대치에 비해 음성인식 기능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는 내비게이션과 음악 듣기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현실세계에서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의 활용도가 높지 않은 데 비해 아마존이 '알렉사'에 쏟아 붓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IT인력과 인공지능 인력들을 상당히 많이 채용해 현재는 약 1만명이 넘는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이유는 인공지능 핵심기술 개발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알렉사 부문에서만 연간 약 6조원(50억달러) 수준의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의 2021년 영업이익이 고작 30조원(249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적자폭은 상당히 크다. '인공지능 비서'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된 적자가 결국 실패한다면 아마존의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기기를 거의 원가 이하에 판매해 왔다. 기존의 전자책 기기인 '킨들'처럼 기기는 싸게 판매하는 대신 콘텐츠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전략을 구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활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은 이 전략의 부분적인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
아마존의 직원수는 얼마나 될까? 정규직은 약 100만명, 시간제직원을 합치면 약 160만명이다. 아마존은 2023년1월에 정규직 직원 중 약 1만8천명의 감원계획을 발표 했다. 이미 연말에 '알렉사' 사업부가 있는 디바이스 부문에서도 약 2천명의 감원을 단행했다. 결국 아마존은 여러가지 상황 상 '알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셈이다.
아마존이 꿈꾸는 이상적인 알렉사의 미래는 '대체가 불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삶의 조언자'다. 2023년의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도 알렉사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올해는 자동차안의 디스플레이를 알렉사로 동작시키는 기술을 선전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한국에서도 진작부터 음성인식을 통해 자동차안의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평가해 보면 아마존에게는 '계륵'에 가깝다. '알렉사'는 언제쯤 아마존의 '계륵' 신세를 벗어나게 될까?
◆ 신선식품 홀푸드 마켓과 아마존 프레시, 의외의 실패?
월마트는 오프라인 외에 온라인에도 진출 중이다. 반대로 아마존은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 시장 진출에도 의욕적이다. 이에 따라 2017년8월에 신선식품 오프라인 매장인 홀푸드마켓을 약 16조5천억원(137억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발표 당일에 경쟁 식품업체인 크로거 주가는 14% 폭락했다. 이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아마존의 신선식품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홀푸드마켓의 신선식품 시장점유율은 고작 2%에도 못 미친다. 존재감이 없다. 미국에서 신선식품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는 월마트다. 홀푸드 마켓보다 훨씬 이전인 2007년에 처음 선보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의 점유율도 신통치 않다. 신선식품 온라인 배달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유통기한이 극단적으로 짧다는 점이다.
'아마존프레시'는 2020년부터는 오프라인 매장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여전히 점유율은 기대 이하다. 아마존 프레시 매장의 특징은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와 자동계산을 도와주는 '대시 카트'를 활용한 게 특징이다. 아마존 입장에서 신선신품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월마트의 촘촘한 오프라인 매장들과 경쟁해 의미 있는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프라인 무인매장 '아마존 고' 역시 초기의 원대한 계획과 달리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로 계산하지 않고 그냥 걸어 나가면 자동으로 계산이 되는 최첨단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아마존은 2018년에 '아마존 고'를 처음 선보이면서 2021년까지 미국 전역에 3,000개의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아마존고의 미국 매장은 원래 계획의 100분의 1인 30여개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 공략은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공사례는 드물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5년에 야심차게 오픈한 음식배달 서비스 '아마존 레스토랑'도 '도어대시'와 '우버이츠'에 밀려 2019년에 조용히 서비스를 중단했다. 음식배달 서비스를 포기하면 궁극적으로 신선식품 배달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에서는 '배달의 민족'이 음식배달 외에 퀵커머스 시장까지 진출해 'B마트'로 시원하게 적자를 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퀵커머스 서비스인 'B마트'는 분명 쿠팡의 새벽배송시장 점유율 일부를 갉아먹고 있다.
'B마트'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신규 고객들을 창출하는 데 전력질주 중이다. 미국과 한국의 물류 환경은 크게 다르다. 하지만 음식배달서비스를 중단한 아마존은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쿠팡이 적자사업인 쿠팡이츠에서 철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아마존은 신선식품 시장에서 월마트에 밀려 전방위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 아마존이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 많은 이유는?
아마존은 헬스케어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2018년6월에 '온라인 약국'인 '필팩'을 1조2천억원(10억달러)에 인수해 주목받았다. 필팩은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약국 면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소비자에게 약을 배송해주고 복약 지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필팩 인수 후 4년뒤인 2022년7월에는 의료서비스 회사인 원메디컬까지 4조7천억원(39억달러)에 인수하며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막대한 투자금액으로 입증했다.
아마존의 새로운 CEO인 앤디 제시가 취임 후 진행한 대규모 M&A가 헬스케어 분야였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의료서비스는 비효율적인 구조로 악명이 높다. 진료 예약을 최소 몇 주 전에 해야 한다. 병원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건 기본이다. 약국에서 약을 타는 과정도 한국보다 훨씬 복잡하다. 개선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아마존은 자사의 강점인 온라인과 잘 접목해 헬스케어 분야에서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아마존의 의도는 선명하다. 헬스케어 분야를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였던 건 2022년 8월에 원격의료+방문진료 서비스인 '아마존 케어' 사업의 철수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아마존 케어 간호 인력 및 관리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철수가 처음도 아니다. 2018년에 JP모건, 버크셔헤서웨이과 합작해 만들었던 헬스케어 기업 '헤이븐'도 2021년에 운영을 종료했다.
가장 최근인 2022년9월에는 헬스케어 분야의 대형 매물이었던 재택의료업체 '시그니파이헬스'와 매각가 약 9조6천억원(80억달러)으로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대형약국 체인인 CVS와의 인수경쟁에서 패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CVS 또한 아마존이 '시그니파이헬스'를 가져갈 경우의 파급효과까지 고려해 상당한 금액을 베팅해 아마존의 진격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아마존의 견제세력은 약국체인인 CVS뿐이 아니다. 강력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월마트도 몇 년 전부터 오프라인 약국을 같이 운영해 왔다. 호시탐탐 온라인 진출을 노리던 월마트는 2021년에 원격 의료 기업 미엠디(MEmD)를 전격 인수했다. 아마존과의 전쟁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셈이다.
하지만 아마존도 만만치 않다. 최근 유료 회원인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을 대상으로 월회비 5달러(6,000원)의 저렴한 약 구독서비스를 새로 도입했다. 바로 아마존 약국을 통해 다양한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알엑스패스'(RxPass)다. 아마존 경영진은 이 구독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50%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헬스케어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아마존이 헬스케어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막대한 시장규모 때문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의료비 지출 규모는 2020년에 이미 4,800조원(4조 달러)을 돌파했다. 그 중에서도 원격의료 시장은 높은 성장성으로 볼 때 아마존의 강점인 온라인과 잘 접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다.
아마존의 헬스케어 시장 공략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언제쯤 에나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투자자들은 지금 아마존의 성장성을 의심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의 헬스케어 시장 진입속도는 빠르지 않다. 아마존 경영진만큼 느긋할 수 없는 평가손실이 막대한 투자자들의 애가 타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앤디 제시의 베팅, 영화제작사 MGM 인수
앤디 제시의 M&A 쇼핑 한계금액은 얼마일까?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물러나면서 CEO를 맡은 앤디 제시는 M&A쇼핑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다. 제프 베조스가 직접 실행한 홀푸드마켓 인수가격이 16조4천억원(137억달러)으로 아마존 M&A 사상 최대 가격이었다면 앤디 제시가 2021년에 영화제작∙배급사인 MGM 인수에 사용한 10조원(85억달러)은 사상 2번째로 큰 금액이다.
앤디 제시가 새롭게 이끄는 아마존에게 MGM은 정말 꼭 필요했던 걸까?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의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MGM은 007 시리즈, 록키 시리즈, 로보캅 시리즈, 스타게이트 시리즈, 양들의 침묵 등 메가히트를 기록했던 양질의 콘텐츠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입장에서 콘텐츠 강화는 필수다. 게다가 경쟁업체인 월마트마저 유료 맴버십 회원들에게 고품질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파라마운트+와 손잡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필수적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회원이 아닌 사람들 중 아마존의 OTT서비스인 프라임비디오에 MGM의 007 시리즈가 추가된다고 해서 갑자기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회원에 신규로 가입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기존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의 충성도가 더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당장 돈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존의 MGM 인수합병 결정은 그만큼 OTT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객관적 사실을 보여준다. 당장의 수익성 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막대한 인수비용을 써야 하는 이유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와의 전쟁을 치르려면 무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007시리즈와 같은 메가히트 콘텐츠들이다. 꼭 필요한 인수합병이었지만 OTT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아마존의 방어적인 M&A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 아마존,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 인수로 대박?
아마존이 2014년에 1조2천억원(9억7천만달러)에 인수한 '실시간 방송 중계 서비스 회사' '트위치'는 알짜 회사다. 구글의 '유튜브'가 녹화방송의 강자라면 '트위치'는 실시간 방송이 강하다. 실시간 방송 점유율은 약 70% 내외로 추정된다. 특히 게임 방송 분야에서 인기가 높다. 트위치의 현재 월간 이용자수는 1억3천만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도 한 때 트위치의 인기가 치솟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트위치가 망사용료 문제로 한국에서의 영상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제한하고 다시 보기 서비스까지 중단하면서 한국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전체로 보면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트위치가 발표한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연간 시청시간은 210억시간으로 2021년도의 228억시간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아마존은 트위치의 연간 영업이익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트위치의 시가총액 추정액은 아마존의 인수가격보다 훨씬 높다. 결론적으로 트위치는 아마존의 대표적인 성공적 M&A 사례로 손 꼽힌다.
◆ 아마존이 "죽스'와 '리비안'에 투자한 이유는?
아마존은 2017년 11월에 자율주행 배송 로봇 디스패치를 인수했고 2020년 6월에는 자율주행차 회사인 죽스를 1조6천억원(13억달러)에 인수했다. 또 우버의 자율주행기술력을 보유한 '오로라 이노베이션' 지분도 5% 이상 보유중이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기트럭의 강자 리비안 지분도 20%가 넘는다. 그 밖에도 수많은 자율주행 회사들에 투자했다. 이쯤 되면 아마존이 뭘 원하는지가 보인다.
아마존의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은 물류와 배송비용이다.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물류 비용의 절감은 이제 핵심 과제가 됐다.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무인 물류, 로봇을 활용한 무인 배송, 전기차를 활용한 유류비 절감은 아마존뿐 아니라 모두 이커머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 해결 방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마존의 방향 설정은 긍정적이다.
아마존은 일부 도심지역에서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 전역에서 당일배송에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당일배송 구축이 결국 아마존이 이커머스 분야에서 최종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물류센터와 이를 이동해 줄 수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시 계획대로 쉽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아마존은 10년전부터 드론 배송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누적 투자금액은 2조4천억원(20억달러)를 훌쩍 넘고 관련 인력도 1,000명이 넘는다. 10년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프라임 에어'라는 드론 배송프로그램이 최근에 시범 가동됐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드론배송으로 효율이 달성되려면 어마어마한 개수의 드론이 하늘을 떠 다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 방식의 드론이 무한 반복적으로 운영돼야만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 연방 항공청(FAA)은 과연 몇 년 뒤에나 무인 드론 배송을 승인해 줄까? 안전문제를 손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규제당국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드론 배송 역시 상상과 현실의 간극이 상당히 커 보인다.
아마존은 막대한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율주행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단기적으로는 비용지출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과연 자율주행 물류 배송의 대중화 시대가 빨리 올까? 소문만 무성했던 구글의 '웨이모'와 애플의 '애플카'와 '테슬라' 중에서 아직 정부당국의 완전한 자율주행 허가를 받아낸 곳은 없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 앞으로도 규제 당국이 빠른 시간안에 승인해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 때 일시적인 주가폭등으로 아마존의 당기순이익에 효자 노릇을 해 왔던 '리비안'은 테슬라와 함께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해 과거 최고가 대비 손실률이 무려 -90%에 달한다. 2022년의 분기별 아마존 당기순이익 발표 때도 엄청난 변동성으로 아마존의 당기순이익을 순식간에 당기순손실로 바꿔 놓기도 했다. 언젠가 죽스의 자율주행기술과 전기 픽업트럭 리비안의 선전으로 아마존이 덕을 볼 날이 오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생각보다 많이 늦어진다면 아마존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잃고 흔들리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마존은 제2의 AWS(아마존웹서비스) 같은 대박 신사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다양한 M&A를 진행해 왔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 홈 스마트 분야, 자율주행 분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다. 그 밖에도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 MGM 인수로 중요성이 더 부각된 OTT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높다. 창업자가 물러나며 중책을 맡은 앤디 재시 CEO의 의욕 또한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아마존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차가워지는 이유는 성장성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는 데 비해 수익성 개선도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제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할 건 AWS(아마존웹서비스) 밖에 없다. 아마존은 차라리 이커머스 사업을 분사하거나 이커머스 사업을 매각하고 AWS에 집중해야만 하는 걸까? 아마존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④편에서 계속… ④아마존, 클라우드 성장마저 멈추면?
자세한 내용은 해당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자.
뉴스핌 (촬영·편집 : 양홍민 / 그래픽 : 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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