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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비트코인② 독일 화폐 붕괴의 역사…나락 간 베네수엘라 화폐

기사입력 : 2023년09월12일 17:01

최종수정 : 2023년09월14일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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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막대한 전쟁 배상금과 화폐 남발
독일의 초인플레이션과 외환시장 붕괴
베네수엘라, 무리한 복지정책으로 망가진 재정
충격적인 2번의 화폐개혁… 휴지조각 된 화폐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요즘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의 빵집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다 껑충 뛴 물건가격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식당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미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무려 5.5%까지 끌어올렸다. 불과 1년6개월만에 금리를 5% 이상 인상한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흔하지 않다. 저금리 때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채무자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인플레이션을 다르게 표현하면 화폐가치 하락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경계하는 이유가 뭘까? 적기 대응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화폐개혁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를 꼽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이제부터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사례를 살펴보자.

◆ 독일의 막대한 전쟁 배상금과 화폐 남발

'제1차 세계 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약 4년동안 진행됐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과 전쟁을 벌여 최종적으로 패배했고 이 전쟁으로 전 세계 900만명 이상의 군인들이 사망했다.

1919년 6월 '베르사이유 조약'에서 승전국들은 패전국인 독일(바이마르공화국)에게 천문학적인 배상금인 2,250억 마르크를 요구했다. 특히 프랑스가 강경했다.

너무 터무니없는 금액이라 2년간의 재협상 끝에 1921년 5월에 최종적으로 1,320억 마르크로 결정됐다. 그런데 배상금은 마르크화가 아니라 금이나 외국환으로 갚아야 했다. 따라서 독일의 환율약세로 마르크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배상금의 명목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과연 독일은 이 '전쟁 배상금'을 지불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없다. 독일은 이미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전쟁채권'을 신나게 발행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배상금을 받아서 빚을 싹 다 갚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거꾸로 패배했으니 빚을 상환할 다른 방법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영국 협상단 대표였던 천재 경제학자 '케인즈'는 배상금 협상 당시부터 이 막대한 배상금 요구는 독일 경제의 생산 능력으로 갚기에는 불가능해 결국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드디어 1921년 여름, 독일(바이마르공화국)은 정상적인 재정정책으로는 절대 전쟁배상금을 갚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마르크' 화폐를 말 그대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찍어낸 '마르크화'를 외국 화폐로 교환해 전쟁배상금을 분할로 갚아 나갔다. 당연히 독일 마르크 환율은 대폭락했다. 독일 정부가 돈을 찍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한 후 중앙은행(독일제국은행)이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은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화폐(마르크)를 찍어냈다. 이런 방식으로 재정적자를 조달했는데 이를 '부채의 화폐화'라고 부른다. 이 당시의 독일과 달리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부채권을 중앙은행이 직접 인수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굉장히 금기시하고 있다.

◆ 독일의 초인플레이션과 외환시장 붕괴

이 때부터 시작된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기록은 전세계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로 유명하다. 일단 독일의 마르크화는 외환시장에서 완전히 붕괴됐다.

1921년 상반기까지는 1달러당 90마르크였지만, 11월에는 330마르크, 2년 뒤인 1923년 12월에는 모든 게 완전히 붕괴돼 1달러당 4조2천억 마르크가 됐다. 마르크화가 종이보다 저렴해진 것이다.

외환시장이 붕괴된 원인은 독일 내부에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초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극단적인 속도로 상승하는 현상인데 1개월에 50% 이상 상승했을 때 초인플레이션으로 분류한다.

독일의 인플레이션율은 자료마다 약간 상이한데 2년간 무려 10억배가 상승했다는 주장도 있고 300억배라고 주장하는 자료도 있다. 어쨌든 초인플레이션이 절정이던 1923년에 독일의 월 인플레이션은 약 30,000%에 달했다.

이런 무지막지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돈의 가치가 워낙 떨어져서 빵 한 조각 사러 손수레 가득 화폐를 가지고 상점에 갔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또 물건을 사는 동안 빈 수레를 훔쳐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나중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화폐를 받지 않고 물물거래를 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실물자산 없이 현금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의 재산이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부동산이나 주식 없이 현금과 채권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재산은 모두 휴지 조각으로 변했다.

반대로 집, 토지, 공장 등의 부동산 실물 자산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낼 수 있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큰 이득을 봤다. 주식 또한 큰 폭의 변동성은 있었지만 휴지가 된 현금이나 채권보다 훨씬 훌륭한 방어자산의 역할을 했다.

이 광란의 초인플레이션은 독일이 화폐개혁을 통해 기존의 '마르크'를 '렌텐마르크'로 교체하면서 진정됐다. 그 이후에도 독일은 동독과 서독이 분리되면서 '동독마르크'와 서독의 '도이치 마르크' 등 다양한 화폐로 계속 변경돼 왔다. 마지막으로 쓰고 있는 화폐가 지금의 '유로'다.

독일 화폐의 흑역사나 한국 화폐의 흑역사를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원리는 같다. 화폐는 전쟁이나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언제든 휴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자산가치 보호를 위해 실물자산인 부동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부동산에 거품이 넘쳐나도 경제위기 상황이 오면 최소한 화폐보다는 좋은 자산이 된다. 물론 유동성까지 고려한다면 '금'이나 '비트코인'도 일부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전략이 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또 하나의 역사적 교훈은 뭘까? 전쟁은 안 하는 게 최고지만 만약 불가피하게 전쟁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승전국은 패전국에게 가혹할 정도로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어내라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 베네수엘라, 무리한 복지정책으로 망가진 재정

독일의 사례는 1920년대에 발생했던 오래 전 옛날 얘기다.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2017년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 화폐의 흑역사는 독일과 비교해 봐도 만만치 않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베네수엘라의 인구는 3,000만명이며 석유매장량은 세계 1위로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많다. 이렇게 자원이 많은 나라들은 역설적으로 '자원의 저주'에 걸릴 확률이 높다.

'자원의 저주'란 자원이 풍부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국민 삶의 질이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 이유는 석유채굴에만 집중해 제조업의 발전이 느리기 때문이다.

석유판매로 세금을 편안하게 걷는 정부 역시 다른 산업육성에 관심이 없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다. 이렇게 '자원의 저주'에 걸린 나라들이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 많은 편이다.

석유는 가격 변동성이 큰 원자재다. 석유가격 상승기에는 정부가 재정을 마구 풀어 국민들에게 통 크게 복지정책을 써도 상관없다. 하지만 석유가격 폭락기에도 그런 복지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구조적으로 엄청난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1999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우고 차베스'는 통 큰 복지정책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인 복지정책으로는 무상주택, 무상교육, 무상의료 시리즈가 있다. 하지만 그 당시 국제유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 이런 복지정책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그 밖에도 민간기업 1,200개를 국유화하는 등 사유재산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정책들을 많이 집행해 왔다.

차베스는 대통령에 4번이나 연임돼 거의 독재자처럼 국가를 통치했는데 2013년에 갑자기 암으로 사망했다. 후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베네수엘라의 붕괴가 시작됐다. 이때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성공해 석유가격의 하락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회주의 국가에 가까운 베네수엘라가 복지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차베스의 후임인 마드로 대통령은 여전히 복지정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결국 재정적자가 심각해지자 그 옛날 1920년대의 독일처럼 돈을 그냥 막 찍어내기 시작했다. 이런 화폐 남발의 결과는 참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3년 4월에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데이터 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경제 성장률은 2018년 -19.7%, 2019년 -27.7%, 2020년 -30%로 계속 뒷걸음질쳤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소폭의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하다.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도 2020년에는 무려 328%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돈을 도대체 누가 다 빌려줬는지 궁금할 정도다. 다행히 2022년에는 부채비율이 15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실업률은 2018년에 36%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에는 실업률 데이터 자체가 없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의 인플레이션율은 65,374%다. 그 다음해인 2019년에는 조금 낮아져서 19,906%다. 2020년에는 확 낮아져서 2,355%다. 그리고 2022년에는 드디어 안정(?)을 찾아 201%로 낮아졌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수치를 보다 보니 계산이 잘 안 된다. 다시 쉽게 정리하면 2018년 한 해 동안에만 물가가 653배 상승했다는 뜻이다. 1년 전에 1만원 하던 햄버거 가격이 1년 뒤에는 653만원이 됐다는 의미다.

2019년에도 다시 199배가 올랐으니 사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이 IMF 데이터가 정말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냥 화폐가 붕괴됐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한국에서도 지난 2020년말에 한판에 5,000원이던 계란가격이 2개월만인 2021년 2월에 7,000원 이상으로 폭등한 적이 있었다. 이 정도의 겸손한 물가 상승에도 주부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생활물가와 밀접한 계란가격 폭등에 당황한 한국정부는 미국산 계란까지 긴급 수입하며 물가안정에 나섰다.

하지만 그래 봐야 한국의 계란가격은 고작 40% 올랐을 뿐이다. 이 계란가격을 베네수엘라의 2018년도 물가상승률로 대입해 보면 5,000원짜리 계란 한판이 326만원으로 폭등한 셈이다. 과연 국민들은 납득이 되겠는가? 이런 비현실적인 수치가 나오는 게 바로 초인플레이션이다.

◆ 베네수엘라의 충격적인 2번의 화폐 개혁

베네수엘라의 화폐는 '볼리바르 푸에르테'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인플레이션이면 화폐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해 2018년 8월에 '볼리바르 소베라노'라는 신 화폐가 발행됐다.

구 화폐와의 교환비율은 무려 100,000 대 1이었다. 무시무시한 교환비율이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화폐개혁 이후에도 여전히 초인플레이션은 계속됐다.

IMF가 발표한 2019년의 베네수엘라 인플레이션은 무려 199배다. 2018년 8월의 화폐개혁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결국 2021년 10월에 다시 한번 화폐개혁을 단행해 '볼리바르 디히탈'이라는 신 화폐가 발행됐다. 전자화폐 기능까지 부여된 화폐다.

이번에는 구 화폐와의 교환비율이 무려 1,000,000 대 1 이었다.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 없이 그냥 화폐만 들고 있던 국민들은 쫄딱 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국가 위기 상황이 되면 자주 쓰이는 또 다른 수단이 바로 은행 예금 동결이다. 베네수엘라는 국민들 개개인의 은행예금을 동결하고 하루의 현금 인출금액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6.25 전쟁과 박정희(당시 최고회의 의장) 군사정권 시절의 화폐 개혁 때도 사용됐었던 흔한 정책이다. 국가가 어려워지면 국민들의 현금재산은 아주 쉽게 사용을 제한받을 수 있다.

사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경우 예금이 동결되든 말든 별 상관도 없다. 이미 자국 화폐는 거의 휴지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했던 암호화폐 '페트로'도 실패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2019년에는 화폐거래 대신 물물교환이 대세였다.

이런 상황이니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완전히 붕괴됐다. 일자리도 없고 필수품도 구하기 어렵고 식량도 부족하고 치안도 엉망이다.

그래서 전 국민들의 베네수엘라 탈출이 이어졌다. 경제위기가 시작된 2015년에 3,062만명이었던 베네수엘라의 인구 중 최소 500만명 이상이 최근 7년간 베네수엘라를 탈출해 인근 국가들로 흩어졌다.

먹고 살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다. 이에 2022년에는 베네수엘라 인구수가 2,691만명까지 줄어들었다. 실제로는 공식 감소 인구수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인근 국가에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베네수엘라의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됐을까? 인플레이션 초기와 중기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대 폭등했다. 하지만 부동산의 수요층인 국민들이 나라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경우는 과거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과는 달리 실물자산인 부동산을 들고 있어도 반드시 안전한 건 아니다.

베네수엘라를 떠난 약 500만명의 사람들 중 일부는 탈출 자금으로 집과 가게를 처분해 일시적으로 부동산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는 줄어들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잠깐 하락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회복 중이다.

국민들이 모두 베네수엘라를 떠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국 화폐는 아예 휴지가 됐으니 실물자산인 부동산과 비할 바가 아니다.

◆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희망은 원유 수출 재개

주 베네수엘라 대사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는 현재 상품 구매 시 자국 화폐 대신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기업들 중 65%가 종업원들에게 급여를 달러로 지급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국 화폐 붕괴로 인해 신용카드 사용은 급감하고 기축통화인 달러 사용이 일반화된 셈이다.

베네수엘라 서민들의 실제 생활은 심각하다. 유엔 세계 식량계획(WEP)이 2020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 3명 중 1명이 식량 불안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 빈곤 또한 심각하다. 부모들은 돈벌이를 위해 해외로 나갔거나 아예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밥을 굶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베네수엘라 아동이 100만명 달할 것이라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치구조는 복잡하다. 2018년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 결과에 대한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는 임시 대통령을 맡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60개여국도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가 4년간 이어지다가 2022년말에 과이도 임시대통령이 퇴진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대선 다음해인 2019년 당시 베네수엘라와 단교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로 미국 정유사 철수 등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했다. 경제제재 종류가 무려 900개가 넘는 실정이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22년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분위기가 살짝 바뀌고 있다.

 

세계 1위 원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물량으로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극약처방 마저 필요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중질유라 정제비용이 높아 경질유보다 인기가 낮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베네수엘라는 자체적인 원유 정제기술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원유의 대량 공급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심각했던 미국 내 유가 폭등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강경했던 미국의 입장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어쩔 수 없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1월에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던 미국 셰브런사의 원유 생산 재개를 6개월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셰브런사는 당연히 정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주 베네수엘라 대사관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으로 베네수엘라는 셰브론사의 원유 개발을 통해 미국에 18.5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대미 원유 수출국가 중 6위다. 또 미국은 추가적인 제재 완화와 관련된 고위급간의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다.

미국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2024년의 대선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은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한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역내 우호 국가들인 러시아, 중국과의 외교 확대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

결론적으로 마두로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어려워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가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베네수엘라 경제전문기관들은 2023년의 인플레이션율을 300~400%까지 예상하며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끝나지 않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국가 경쟁력의 거의 전부인 베네수엘라의 원유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경제재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준 덕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스스로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뭘까? 곧 휴지가 될 게 뻔한 지국 화폐 대신 '달러'를 보유하는 게 최선이다. 실물자산인 부동산도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달러기준으로 따져보면 베네수엘라의 부동산 또한 최악이다. 하지만 자국화폐 기준으로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자산의 일부는 '금'이나 '비트코인'으로 보유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부동산은 자국 화폐가치 폭락을 방어할 수는 있지만 유동성이 낮다는 점이 단점이다. 반면 '금'이나 '비트코인'은 유동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경제 위기 시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든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서민들이 대응하기가 가장 어렵다. 자산 보전은 고사하고 당장 먹고 살 돈도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기원한다.

 

③편에서 계속… 비트코인 ③ 붕괴되는 아르헨 화폐…한국 원화도 붕괴될까?

 

자세한 내용은 해당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자.

뉴스핌 (촬영 : 조현아 / 편집 : 문소희)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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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테더 '5700원·1600원' 제각각 거래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가격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크게 널뛰었다. 한때 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리자 1600원에서 5700원까지 오가며 심한 변동성을 나타낸 것이다. 달러와 1:1 연동돼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불안정적인 자산이 된 셈이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6시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테더 가격이 1655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미국 트럼프대통령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이 급락했고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에 수요가 몰린 여파다. 빗썸에서 거래된 테더 시세창. [사진= 빗썸 갈무리] 테더는 달러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때 달러/원 환율은 1436원이었지만 김치프리미엄이 10% 이상 붙으면서 테더 가격이 환율 이상으로 벌어졌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와 해외거래소 간 가상자산 가격 차이를 의미한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는 테더 가격이 5755원까지 오르는 이상 급등 현상도 발생했다. 달러/원 환율을 상회한 것은 물론 업비트를 비롯한 다른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거래 가격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특히 빗썸의 경우 렌딩(코인 대여) 서비스 청산 과정에서 이 같은 급등 현상이 발생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빗썸의 렌딩서비스는 대여한 메이저 자산의 시세가 급등락해 자동상환 레벨에 도달하면 모두 시장가로 매도되는 구조다. 이후 확보된 원화로 대여했던 가상자산을 시장가로 매수해 상환하게 된다. 청산 과정에서 시장가 매수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테더 가격을 계속 밀어 올렸다는 관측이다. 테더 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빗썸에서 테더를 대여한 일부 투자자들은 예기치 못한 청산 사태를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빗썸은 상환 매매 발생 시 시세 왜곡 상태를 방지하는 '도미노 청산 방지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고 후속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 달러 등 실물자산과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혀왔다. 테더 또한 국내 시장에서 달러 자산의 저장 및 거래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게 평가됐다. 그런데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 국내 거래소의 테더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 사실상 '스테이블코인=안전성'이라는 개념이 깨진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더(USDT) 는 스테이블코인이기 때문에 다른 코인 가격이 변하더라도 가치는 유지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테더 수요가 높은 국내 하락장에는 1달러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파생상품을 사용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 청산을 막기 위해 추가 테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국내시장에서 테더를 포함한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공급 대비 수요가 순간적으로 크게 앞서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 또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 이날 기준 빗썸 내 대여금액 1위 종목은 테더로 대여 금액은 933억원이 달한다. 이는 2위인 비트코인 대여금액(218억원)의 4배 수준이다. 코인 대여 서비스 상위 자산인만큼 변동성 위기 시 청산 위험도 높게 평가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급등락이 발생할 때 국내 거래소에서 해당 가격변동이 100% 반영되지 않아 김치프리미엄 또는 역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여기에는 테더도 포함된다"며 "이번 폭락 사태의 경우 국내 거래소의 원화 거래가격이 폭락을 전부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김치프리미엄이 붙게 됐다"고 설명했다. romeok@newspim.com 2025-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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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온스당 4100달러 돌파…유가 상승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여전한 무역 갈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13일(현지시간) 금값이 온스당 4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는 반등했는데 백악관이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주목하며 배럴당 60달러 아래에 머물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3.3% 뛴 온스당 4,133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장중 한때 4,116.77달러까지 올랐다가 한국시간 기준 14일 오전 2시 47분 기준 2.2% 오른 온스당 4,106.48달러를 기록했다. 금괴 [사진=로이터 뉴스핌]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한 중국에 오는 11월 1일부터 추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만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발언해 긴장감을 키웠다. 이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날 것으로 낙관하면서 갈등 완화를 시사하긴 했으나,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56% 상승하며 지난주 처음으로 4,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번 상승세는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블루라인퓨처스의 최고시장전략가 필립 스트리블은 "금 가격의 상승 모멘텀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며 "2026년 말까지 5,0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매입, 탄탄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미·중 무역 긴장, 그리고 낮은 미국 금리 전망이 금 시장의 구조적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레이더들은 10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97%, 12월 인하 확률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저금리 환경에서 강세를 보인다. 애나 폴슨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국 경제학회(NABE) 연례회의에서 올해 2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소시에테제네랄 애널리스트들은 금 가격이 2026년에 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스탠다드차타드는 내년 금 가격 평균 전망치를 4,488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상품 리서치 글로벌 헤드 수키 쿠퍼는 "이번 랠리는 지속될 여력이 있다고 보지만, 장기 상승세를 위해서는 단기 조정이 오히려 건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물 은 가격은 3.1% 오른 온스당 51.82달러를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52.12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과 마찬가지로 은 가격도 금리 인하 기대와 공급 부족 등 요인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유가도 미중 관련 소식을 지켜보며 반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배럴당 59센트(0.9%) 오른 63.32달러에 마감했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59센트(1%) 상승한 59.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관계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11월 1일로 예정된 관세 부과 계획은 여전히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 회원국으로부터의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 재료가 됐다. DBS의 애널리스트 수브로 사카르는 "현재 시장의 매도세는 워싱턴과 베이징이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진정된 모습"이라며 "단기적 유가 흐름은 결국 무역 협상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OPEC은 이날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의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 OPEC은 보고서에서, OPEC+ 산유국들의 증산이 이어지면서 2026년 석유 공급 부족 규모가 이전 예상보다 훨씬 작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가 이뤄지면서,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이 생산되는 중동 지역에서 전투가 재점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다. 이날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남아 있던 마지막 생존 이스라엘 인질들을 석방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0-1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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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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