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 요구 미래차 전환 발목 잡는 요인"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미래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고용승계'라는 구조적 부담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지엠 세종부품물류센터 하청업체 폐업과 이에 따른 해고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반복될 수 있는 산업 전환의 진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세종 부품물류센터의 불법 사업장 점거로 인해 고객 서비스는 물론 내수·수출 비즈니스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물류 차질을 넘어, 부품 공급에 의존하는 국내 수백 개의 중소·영세 협력업체로 피해가 확산되며 운영 마비에 가까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고객 불편 최소화와 사업 연속성 확보를 위해 관련 법규 범위 내에서 선제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임금이나 단체협약이 아니라 외주·하청 인력에 대한 고용승계 요구와 불법 파견 논란이었다.
내연기관 관련 사업 축소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폐업하며 인력이 한꺼번에 해고되자 노조는 '위장 폐업'을 주장하며 반발했고, 물류센터 점거와 법적 분쟁으로 사안이 확대됐다.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생산 차질과 고객 서비스 혼선은 물론 협력사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됐다.
이 같은 갈등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은 '미래차 전환 과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분석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약 3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지만,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 관련 부품이 사라지며 1만9000~2만개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동화 과정에서 소멸되는 부품만 약 1만1000개에 달한다는 해외 부품업계 통계도 있다. 산업 구조 변화의 폭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부품 감소는 곧 인력 구조 변화로 이어진다. 전기차 공정은 내연기관 대비 공수가 크게 줄어 제조 인력의 약 30%가량이 과잉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공장 폐쇄와 인력 감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일부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으며, 포드는 2027년까지 유럽 인력의 약 14%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30년까지 국내 내연기관 부품 기업의 약 30%, 규모로는 500곳 안팎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기존 부품 산업의 구조조정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주·하청 인력의 고용승계 요구가 제도화되거나 관행으로 굳어질 경우, 기업의 사업 재편과 공정 전환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미래차 전환이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니라 인력 '재편'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차 부품의 국산화율이 95% 이상인 반면, 전기차는 68%,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38%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존 인력의 고용승계에만 매몰될 경우, 국산화가 시급한 배터리·전장·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한 재원과 조직적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숙련 인력은 과잉으로 평가되는 반면, 소프트웨어 기반 미래차 인력은 1만4000명 이상 부족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률만 20%를 웃돈다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승계 압박이 강해질수록 기업은 인력 재배치와 신규 인재 영입에 제약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고용을 지키는 방식이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데 머물 경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본사의 투자 판단에 따라 생산 물량이 배정되는 외국계 완성차의 경우, 고용 부담 증가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업장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역시 딜레마에 놓여 있다. 고용 안정은 중요한 가치지만, 미래차 경쟁은 속도와 유연성이 관건이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문제를 기존의 승계 논리로만 풀 경우,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노조의 지금 같은 요구가 계속되면 미래차 전환은 물론 기업 자체의 존속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고용승계 요구는 미래차 전환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래차 전환은 동력원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생산 방식과 인력 구조, 노사 관계를 동시에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며 "고용 유연성과 사회적 안전망 사이에서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 생태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