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자동화, 흔들리는 고용의 기준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현대자동차가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간 시각차는 개별 기업의 노무 이슈를 넘어, 제조업 전반이 인간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로봇과 자동화가 산업 현장 깊숙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고용 안정과 산업 생존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전날 발간한 소식지를 통해 사측의 신기술 도입 기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는 현대차가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기술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흐름이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측이 오는 2028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3만 대를 양산·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거론하며, 로봇 도입이 생산 현장의 인력 구조에 미칠 영향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틀라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물류·조립 등 고강도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현대차는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공정을 중심으로 로봇을 투입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로봇 도입이 중장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충돌이라고 진단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만 최근 2년간 10만4000명이 감원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는데, 이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기차 경쟁에서 밀린 결과"라며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동자들과 생존을 위해 자동화를 추진하는 기업 간 갈등은 불가피한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입장에서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구조적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로봇은 파업을 하지 않고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며 법적 분쟁 리스크도 없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자동화 설비뿐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건비 절감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 환경 변화와 비용 구조 압박이 맞물리면서 자동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기간에 생산 인력을 대체하는 단계로 곧바로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로보틱스는 노조 입장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고, 대체 가능성이 보이는 만큼 반대 성명이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면서도 "초기에는 부품 분류 등 단순 반복 공정부터 적용된 뒤 정확도와 효율성을 검증하며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3~5년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라인 전반을 대체하는 완전 자동화 단계로 가기에는 기술적·현실적 제약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자연 감소 인력을 전제로 로봇을 투입하고, 인력은 다른 생산 공정이나 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하는 방식의 절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노사 갈등은 단순한 찬반 대립을 넘어 '일의 재정의' 문제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곧바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맡고 인간은 공정 관리, 품질 판단, 로봇 운영·정비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 재설계와 재교육, 전환 배치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산업과 자본시장에서는 로봇 도입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은 파업 등 노조 리스크에 대비하는 동시에 생산성 확대를 위해 로봇 기반 자동화 설비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수밖에 없다"며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양산 배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종목들의 주가 상승 흐름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