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산업 재계·경영

속보

더보기

[상법 개정의 경고]③ "중복·쪼개기 상장은 배임"…기업 자회사 상장 막히나

기사입력 : 2025년03월23일 10:00

최종수정 : 2025년03월24일 08:57

대기업, 자회사 상장 전략 전면 재검토
LS, HD현대 등 중복·쪼개기 상장 논란
"논의 부족…소송 남발·경영 위축 우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주주 보호 강화 방안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중복·쪼개기 상장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자회사 상장 등으로 인해 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경우, 이사의 행위가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이 자회사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기업가치를 부각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주주 손해로 이어질 경우 형사적 책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주주 권익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개정안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결국 자회사 상장 자체가 봉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유치와 신사업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던 자회사 상장이 '주주 손해'라는 개념에 의해 범죄로 간주된다면, 장기적인 기업 전략 수립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03.13 pangbin@newspim.com

◆ 상법 개정에 기업들 '상장 전략 재고'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이번 상법 개정안은 자회사 상장 등 경영상 판단이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상장 전략에 신중함을 기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일한 사업 영역 혹은 연관 있는 사업을 하는데,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는 것이다. 쪼개기 상장은 기존 기업이 하나의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그 분할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키는 구조다. LS전선(모회사)-LS머트리얼즈(자회사) 상장과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각각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 기업들은 자금 조달, 사업 효율화 등을 위해 중복상장과 쪼개기 상장 등을 전략적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러한 전략이 자칫 '배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조항이다. 기존에는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만 배임죄 성립이 가능했지만, 개정안은 여기에 '주주'의 손해도 포함시켰다. 자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고, 이로 인해 주주가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결정을 내린 이사에게 형사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 LS·HD현대 잇단 상장 논란…중복·쪼개기 이슈 '확산'

LS그룹은 중복상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인터배터리 2025' 행사에서 중복상장 우려에 대해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주를 무시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발언 직후인 다음날 ㈜LS의 주가는 10% 넘게 급락했다. 이 여파로 LS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구자은 LS 회장이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센트럴홀 내 LG전자 전시관에서 AI 기반 콘셉트 차량에 탑승해 인캐빈 센싱 설루션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LS]

현재 LS그룹은 지난해 LS머트리얼즈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해는 전기차 충전 계열사인 LS이링크의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전선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콘테스트에 돌입했으며, 이 밖에도 LS일렉트릭의 자회사 KOC전기, LS MnM, LS이브이코리아 등도 잇따라 IPO를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안 통과와 구 회장의 발언으로 인해 상장 일정이나 전략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HD현대그룹도 HD현대로보틱스의 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 HD현대에서 물적분할돼 신설된 자회사로, 최근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며 상장 가능성이 거론됐다. HD현대그룹은 현재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총 9개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HD현대 측은 현대로보틱스의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 추진 당시 기존 주주들의 강한 반발을 경험한 만큼, 향후 실제 상장 절차가 가시화될 경우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재계 "보수적 경영만 남을 것"

재계는 주주 보호라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영 환경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모든 행위를 결과론적으로 해석해 책임을 묻게 되면, 보수적인 경영 판단만 남게 될 것"이라며 "자회사 상장이 주가 하락 등 단기적인 시장 반응만으로 배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상장 시도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2.26 pangbin@newspim.com

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법에 명문화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을 통해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소 제기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공고히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법"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재계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8단체는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했다.

kji0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