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한반도 내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수록 비무장지대(DMZ)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생태계를 둘러싼 환경보호운동가들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철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일 오전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현지부대 및 132공병 지뢰제거팀이 DMZ 내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18.10.02 |
남북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군사분계선(MDL)에서 각각 2km씩 물러나 DMZ를 설정했다. 이후 분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DMZ는 65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덕분에 야생 생태계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다. 야생동물은 번성했으며, 현재 DMZ에는 반달가슴곰과 스라소니, 사향노루, 두루미, 담비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반도 내 평화 물결이 일면서 환경보호운동가들은 생태계의 보고(寶庫)로도 불렸던 DMZ 내 야생동물들의 터전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평화 무드 조성에 따라 남과 북이 DMZ 개발에 들어갈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DMZ의 "평화 지대"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DMZ의 평화 지대화 계획에는 남북 도로 및 철도 연결이 포함된다.
지난 9월에는 DMZ 북쪽에 남북공동사무소가 문을 열었으며, 10월에는 DMZ 일대에서 6.25 한국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도 시작됐다. 그리고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양상을 보일수록 DMZ를 서식지로 삼고 있는 철새와 희귀 식물종, 곤충 등을 둘러싼 생태학자들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DMZ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동물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있다. 멸종 위기종인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매년 10월 무리를 지어 DMZ로 찾아와 겨울을 보낸 뒤 이듬해 3월 떠나간다.
김성호 DMZ 생태연구소장은 "DMZ내에서 공장을 짓고, 철도를 연결하는 것은 알프스나 몽마르뜨 언덕한가운데 공장을 짓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위원도 철도를 놓으면 야생동물의 터전이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어 DMZ 일대의 개발을 앞두고, 보호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우려 속에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가 DMZ 과잉 개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DMZ 인근 국유지의 상당 부분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박현재 대변인도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DMZ 내 동식물을 파괴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는 이미 오래전 놓여 있던 것들이며, 현재 새로운 공사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해도, 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예시로 강원도 철원군을 언급했다. 철원군은 관광객들이 멸종 위기종인 두루미를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지만, 해당 시설이 두루미의 서식지와 너무 가깝게 지어진 나머지 이제 갈수록 적은 두루미가 철원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국제두루미재단의 명예이사인 홀 힐리도 남북 개발로 DMZ 내의 두루미의 월동지가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DMZ의 생태계를 둘러싼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입원을 갈망하는 한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들에게 재개된 남북 경제 협력은 거부할 수 없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투자자들 역시 남북 관계 '데탕트(국가 간의 긴장 완화)'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안겨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힌 다음날 현대건설의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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