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터디·연애 등 사기 수법 진화
스마트폰과 SNS, 새로운 범죄 무대
'투자 공부 자료' 나눔으로 속이기도
17개월간 피해액 약 9000억 경찰 집계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20대 회사원 A씨(여)는 온라인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A씨를 유혹해 간단한 주문으로 수익이 생긴다며 조작한 사이트 수익률을 보여주며 단체 채팅방에 A씨를 초대했다. A씨는 이곳에서 '단체 주문 미션'에 참여하게 됐다. 주문이 거듭될수록 금액이 커졌다. 채팅방에 있는 이들이 중도 포기하면 환급받지 못한다며 A씨를 압박하자 집 보증금까지 2억원 넘게 송금했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 투자 공부에 관심이 많았던 회사원 30대 여성 C씨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주식 매매 자료를 나눔 한다'는 글을 보고 B씨에게 연락을 했다. B씨는 주식 공부용 PDF 자료들을 공유해주며 C씨와 신뢰를 쌓았다. 이후 '단기 매매 수익 노하우'를 공유해 준다며 C씨를 오픈 채팅방에 초대했다. C씨는 채팅방에 나오는 각종 전문 용어와 기업 소개 자료를 보며 안심하고 6000만원이 넘는 돈을 송금했다. 뒤늦게 C씨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없었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술과 인터넷 활용 능력이 뛰어난 청년을 대상으로도 온라인에서 '변종 투자 리딩(leading)'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23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범죄 조직은 청년을 '변종 투자 리딩' 방으로 데려오는 수단으로 데이트 앱이나 온라인 중고거래소, 블로그, 카페, 투자 교육 사이트 등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 카카오톡·당근·데이트 앱 등 MZ세대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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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를 조종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일어나는 모습. [사진=경찰청] |
투자 리딩방 사기는 주로 '전문가'를 사칭한 인물이 특정 공간으로 피해자를 참여하게 끔 유도해 종목 추천을 미끼로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엔 공식 거래소처럼 보이는 가짜 사이트를 만들거나 단체 미션과 같은 게임과 투자 스터디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거액을 편취하는 등 사기 방식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투자 리딩방 사기를 저지르는 범행 무대도 바뀌었다. 과거 현장 투자설명회와 같이 피해자에게 직접 접촉해 속이는 것과 달리, 최근에는 대부분 휴대 전화를 통한 전화와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즉,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투자 리딩방 사기 특별단속으로 17개월간(2023년 9월~2025년 1월) 7232건이 접수됐고 3300명이 검거됐다. 단속 기간 접수된 피해액은 총 8949억원 수준이다.
투자 리딩방 사기 수법과 방법이 바뀌면서 피해 건수와 금액도 늘었다. 지난 2023년 9월 275건이었던 투자 리딩방 사기 접수 건수가 올해 1월 641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피해액도 376억원에서 579억원을 상회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투자 리딩방 사기 접수 건수가 1007건으로 피해액만 871억원 규모로 최대였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한 시나리오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이성적 호감을 쌓아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웹 기반 연애 사기(로맨스 스캠)와 투자 리딩방 사기 수법을 결합한 형태도 확인됐다.
◆ 가짜 주식 거래소·법인·투자 자료 만들어…갈수록 정교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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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가짜 증권 거래소도 생기고 있다. 범죄 조직이 가짜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만들어 자신들이 추천한 종목이 급등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변종 투자 리딩' 사기도 있다.
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 거래를 통한 사기도 있다. 개인 방송을 통해 가짜 사이트에 코인을 예치시키면 높은 이자를 준다고 속이기도 하고, 투자 사기 목적으로 법인 설립 후 가상 자산 재단 관련자들과 공모해 가상 자산을 낮은 가격에 매수한 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범죄 조직이 만든 누리집과 블로그, 카페에 주식, 가상 자산 관련해 호재가 있다는 허위 내용을 게시하고 이를 피해자들이 읽고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투자 리딩 사기 수법이 정교해지고 로맨스 스캠과 같은 다른 범죄와 얽혀 복잡한 경우가 많아 경찰관도 피해를 보는 실정"이라며 "단기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등 인간의 탐욕과 중도 입금이 안 되거나 수익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활용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