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 지키려는 수도권 의원들과 경기지사 주자들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지역 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당 지도부 차원의 갈등이나 날선 상호 대립은 없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인 지역의 선거를 의식한 지역별 셈법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일부 시설을 새만금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도권 정치권에서는 이를 일축하며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업은 전기가 생산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김 장관의 발언 이후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 등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후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지역 간 신경전이 확산했다.
이에 지난 8일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클러스터 대상 기업 이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내홍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에서 '투자하는 기업에 맡길 일'이라며 선을 그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경기도에 10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가 이뤄진 것은 반도체 기업들이 클러스터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전라북도나 전라남도 역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세워 새로운 산업을 구상해야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놓고 제로섬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박정 의원(경기 파주시)도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가 많이 돼 있다"면서 "다음 투자 때 지방에 갈 수는 있지만 이 건은 이미 진행되고 있어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용인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언주·이상식·손명수·부승찬 의원도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주장에 각각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반면 전북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북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안호영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같은 당 김관영 전북지사와 이원택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 에게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발언했다.
안 의원과 김 지사, 이 의원 모두 전북지사 출마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북 이전'을 선거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반도체 산업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용인 반도체 이전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전력 없는 입지에 반도체 산업을 고정시키고, 그 부담을 지방이 나눠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송전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의 문제가 아니라, 송전선이 필요 없는 구조로 산업 입지를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준병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위원장(전북 정읍·고창)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심장이고 데이터센터와 AI 산업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전기를 소비하는 산업은 전기가 생산되는 곳으로 와야 한다"고 가세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전북도당 산하에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전북 이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광주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민형배 민주당 의원, 이병훈 민주당 호남 발전특위 수석부위원장 등도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 주장에 동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생색내기 성격이 짙다"고 평했다.
이어 "호남 정치권은 '가져오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지역에서 할 말이 있고, 수도권 역시 기존 투자가 흔들리는 인상을 줄 수 없어 맞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클러스터는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기간 사업"이라며 "지방자치단체나 개별 지역 정치권이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에도 선거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 교수는 "이번 논쟁은 갈등이라기보다 선거 국면에서 나타나는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일자리와 부동산, 지역 상권까지 파급 효과가 큰 사업인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은 기존 투자를 지키려 하고, 호남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지역 정치 논리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chogiz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