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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①대한민국 보수의 재건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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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국제질서의 격랑과 국내 정치의 진폭 속에 놓여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의 재점화, 미중 신냉전과 세계무역 질서의 붕괴 조짐 속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글로벌 태풍의 눈에 위치하고 있다. 12.3 계엄선포 이후 6개월간 지속된 정치적 긴장과 시민사회의 분열은 민주주의의 내구성과 법치의 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이처럼 치열한 대립과 혼돈의 정국을 지나 제도적 정권 교체를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균열과 정치적 피로감이 남아 있다.

이러한 전환기적 정국 속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정치세력은 단연 보수정당이다.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청년층의 이탈, 철학적 공백, 리더십 부재라는 삼중의 위기에 처해 있다. 영남지역 기반 의원들에 의해 구조적으로 지탱되고 있는 국민의힘은 지금, 보수의 존립 여부 자체를 근본적으로 묻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과연 국민의 힘은 국민의 기대를 다시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재구성하고, 기술과 안보의 글로벌 지형 속에서 실용적 전략을 설계하며, 공동체의 윤리를 회복하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은 지금 보수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성찰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보수정당은 해방과 분단, 전쟁과 재건,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국가적 시련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승만의 자유당은 부정선거로 자멸했지만 공산주의의 위협 속에서 한미동맹을 이끌어 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켰고, 박정희의 공화당은 정통성의 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국가주도의 산업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끌었고 기초복지제도를 도입했다. 이어진 민정당과 한나라당은 경제안정과 교육 및 의료체계의 확립 등 국가적 기반 형성에 기여했으며, 국방력 강화와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통해 외교안보 전략을 견인하였다. 보수정당은 이렇게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중심축 중 하나였다. 그러한 정통 보수의 부활은 단지 하나의 정당을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적 연속성과 정체성을 복원하는 필연적 과제이며, 새로운 위기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국민적 자산의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바로 그 성찰을 위해, 세계 주요 보수정당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철학과 가치 위에서 성장과 위기를 극복했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영국 보수당의 실용적 전통, 독일 기민당의 사회적 시장경제, 미국 공화당의 자유주의적 연방주의, 그리고 이들 정당이 위기 속에서 공동체를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그 구체적 사례들을 추적할 것이다. 또한 캐나다와 스웨덴 보수당의 좌절과 재건을 살펴 보면서 한국 보수정당의 재구성과 철학적 재건의 방향을 제안한다. 이제 보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의 유산으로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철학과 실천으로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한 사색의 숲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2025.07.09 pangbin@newspim.com

보수는 위기의 산물이었다, 세계 보수정당들의 창당의 순간들

영국 보수당의 기원은 1834년 로버트 필(Robert Peel)이 발표한 "탬워스 선언(Tamworth Manifesto)"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보수주의의 기초를 놓은 로버트 필(Robert Peel)은 곡물법(Corn Laws)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결단을 내림으로써 현대 보수정당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곡물법은 영국 내 곡물 수입을 억제하여 지주 계층을 보호하는 법안으로, 토지 귀족의 이익에는 부합했지만 도시 노동자와 아일랜드 농민에게는 생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1845년 아일랜드 대기근(Great Famine)이 발생하자 필은 기존 보수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그당(Whigs)의 지지를 얻어 곡물법 폐지를 단행하였다. 이는 보수당 내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당의 분열을 초래했으나, 필은 "국가 전체의 이익이 정당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실현한 사례로 남았다.

이로써 필은 '실용적 보수주의'(pragmatic conservatism)의 전통을 확립하고, 산업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보수정당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정치 철학자 홉하우스(Thomas E. H. Hobhouse)는『필과 보수당의 정신 (Peel and the Conservative Mind)』에서, 필의 결정이 "귀족적 보수에서 책임 중심의 대중보수로 전환하는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한다. 또한 로버트 블레이크(Robert Blake)의 『필부터 대처까지의 보수당 (The Conservative Party from Peel to Thatcher)』에서 이 시기를 "보수주의가 자기 희생과 사회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 결정적 장면"으로 묘사한다. 필의 이러한 결단은 이후 보수주의가 단지 특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부응하며 공동체 전체를 위한 책임의 정치를 실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억된다

필이 발표한 탬워스 선언(1834)은 토리당에서 진화된 새로운 정당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필은 이 선언에서 전통적인 제도와 질서를 존중하되, 시대 변화에 맞는 개혁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혁명 이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귀족과 왕권 중심의 정치에서 시민계급의 권리 확대, 종교 관용, 시장경제의 확대를 수용하면서도 기존 질서를 지키고자 한 것이다. 그는 보수주의를 "합리적 개혁(rational reform)의 주체"로 정의했고, 이는 이후 보수당의 핵심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다.

영국 보수당의 창당 정신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사상가는 러셀 커크(Russell Kirk)이다. 그는 『보수주의의 정신(The Conservative Mind)』(1953)에서 보수주의를 일시적인 정치 전략이 아닌, 인간의 본성과 사회 질서에 대한 깊은 통찰로 설명한다. 커크는 보수주의의 여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그 중 핵심은 "초월적 질서의 인식, 인간 본성에 대한 비관적 현실주의, 다양성과 창의성의 인정, 전통에 대한 존중"이다. 그는 보수주의의 본질을 "관념이 아닌 살아 있는 경험과 역사적 기억"에 두었다.

또한 T. S. 엘리엇(T. S. Eliot)은 『기독교와 문화(Christianity and Culture)』에서 보수주의의 문화적 기반을 강조한다. 엘리엇은 전통의 본질을 "무비판적인 반복"이 아니라 "비판적 선택과 현재에 대한 재해석"으로 보았다. 그는 공동체의 연속성과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보수주의의 중심 과제로 간주했으며, 현대 문명이 개인주의와 파편화로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문화적 보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철학은 20세기 독일의 기독민주당(CDU) 창당에도 강하게 반영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은 나치의 유산, 전쟁의 폐허, 도덕적 파탄이라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독일 정당체제를 연구한 살펠트(Thomas Saalfeld)는 그의 연구서『독일정당체제: 지속성과 변화 (Germany's Party System: Continuity and Change), 2002』에서 1945년 콘라트 아데나워(Konrad Adenauer)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Ludwig Erhard) 등이 주도한 CDU는 기독교 인본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기초로 삼아 서독 재건의 핵심 세력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시장과 공동체적 책임, 질서와 자유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보수주의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했다. 아데나워는 『기독교적 사회 질서(Christliche Gesellschaftsordnung)』에서 경제적 자유는 도덕적 책임과 결합될 때에만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공화당도 마찬가지였다. 리차드슨 (Heather Cox Richardson)의 저서 『인간의 자유를 위하여: 공화당의 역사 (To Make Men Free: A History of the Republican Party), 2014』에 서술되어 있듯, 1854년 창당된 공화당은 당시 노예제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도덕적·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혁신적 보수의 실험이었다. 링컨은 노예제 반대와 연방의 통합을 보수의 핵심 가치로 제시하며, 분열을 극복하고 헌법적 질서를 지켜내는 정치의 힘을 보여주었다. 링컨은 보수를 "가장 오래된 이상을 가장 새롭게 실현하는 정신"으로 정의했고, 이는 이후 공화당의 철학적 기초가 되었다.

이처럼 보수정당의 창당은 가난과 기아, 전쟁의 폐허와 기아와 좌절이라는 시대적 격변기 속에서 국가와 공동체를 지키고 재구성하려는 철학적·정치적 결단이었다는 공통점을 간직하고 있다. 단순히 과거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지혜를 미래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보수의 성장, 위기를 넘어선 국가 건설의 동력

보수정당이 단지 체제 유지의 도구로 기능했다면, 그 생명력은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보수는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체제를 재설계하고, 국가를 건설하는 주체로 거듭나며 진화해왔다. 각국의 보수정당들이 국가 재건과 제도 개혁, 복지국가의 기초 설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자.

영국 보수당의 재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다. 그는 보수당을 단순한 귀족 정당에서 제국의 전략과 대중의 복지를 함께 아우르는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1875년, 이집트가 경제 위기로 스에즈 운하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자, 디즈레일리는 로스차일드 금융그룹을 통해 신속히 자금을 마련해 영국 정부 명의로 스에즈 운하 주식을 매입했다. 이 전략적 결단은 영국이 인도 통치를 위한 해상통로를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고, 영국 보수당이 안보와 외교를 주도하는 중심 정당으로 부상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또 도시 위생, 주거 개선, 교육 개혁 등 복지 입법도 병행하며 '두 개의 국민'(부자와 빈자)의 격차를 해소하려 노력했다.

영국 보수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당에 내 주었던 정권을 다시 찾아 오면서 국민건강서비스(NHS)의 창설과 교육 개혁 등 일부 핵심 정책을 수용하며 실용적 보수주의를 전개해 나갔다. 특히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전후 재건 과정에서 단순한 군사 지도자를 넘어 국가통합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의 시대는 보수정당이 자유시장주의로 대전환을 이룬 시기였다. 『철의 여인(The Iron Lady)』로 불리는 대처는 『자유의 길(The Path to Power)』에서 작은 정부, 노동조합 개혁, 금융 자유화 등을 통해 영국 경제를 탈산업화 이후의 위기에서 구출하고자 했다.

독일 기민당의 성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루트비히 에르하르트는 『번영을 위한 전략(Wohlstand für Alle)』에서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정립했다. 그는 자유시장과 경쟁을 인정하되, 국가는 약자를 보호하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델은 독일 복지국가의 기초가 되었고, 서독의 경제 기적(Wirtschaftswunder)을 가능케 했다. 동시에 NATO와 유럽공동체(EEC) 통합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독일의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16년간 집권한 헬무트 콜(Helmut Kohl)은 통일 독일의 설계자로서 영국과 프랑스의 우려를 넘어서기 위해 미국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했고, 1990년 독일 통일을 평화적으로 실현시키는데 성공했다. 콜은 "유럽 통합과 독일 통일은 공통된 과정"이라 선언하며, 보수주의가 단순한 중산층과 기업중심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닌 국익극대화를 중심에 둔 실용정치임을 입증했다. 결국 콜의 외교전략은 동독의 해체를 이끌었고, 철옹성 같았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독일의 통일로 이끈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공화당은 레이건 시대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보수의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레이건 연설집(Reagan: A Life in Letters)』과 『보수주의의 승리(The Triumph of Conservatism)』에서 볼 수 있듯, 레이건은 반공, 감세, 작은 정부, 자유시장 중심의 정책으로 미국을 스태그플레이션의 수렁에서 꺼내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시켰다. "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벽을 허무시오(Mr. Gorbachev, tear down this wall!)"라는 그의 명언은 보수가 평화를 수호하는 힘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공급중심경제(Supply-side economics)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았다. 그는 보수를 "자유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았고, 이는 21세기 이후 세계 보수정당의 모델로 작용했다.

이러한 각국의 사례는 보수주의가 단순한 전통 수호나 반동적 정치가 아니라, 국가적 위기에서 안보, 외교, 경제, 통일, 세계적 위상을 복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보수는 과거의 유산에 기대는 정치가 아니라, 국가의 이익과 생존을 설계하고 책임지는 정치다. 보수주의는 국가를 위한 진정한 실용의 철학이자, 도덕적 책임의 정치였던 것이다.

②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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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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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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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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