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①광장의 정치축제

기사입력 : 2025년07월05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7월05일 07:19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알메달렌 2025를 통해 본 세계질서와 한국 정치의 좌표

비스뷔(Visby)의 초여름은 언제나 그렇듯 평화롭다. 스웨덴 고틀란드 섬의 이 중세도시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고풍스러운 성벽과 돌길로 유명하지만, 해마다 6월 말이 되면 이 작은 도시는 전 세계 민주주의 실험의 무대가 된다. 2025년에도 어김없이 "알메달렌 정치주간(Almedalsveckan)"이 열렸다. 올해는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스웨덴의 여덟 개 정당 대표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각자의 정치적 신념, 세계관, 위기 인식, 그리고 국가 비전을 설파했다.

요한 다비드손 스웨덴 주택부 차관의 정책토론. [사진=뉴스핌]

알메달렌 스케치

비스뷔는 단지 알메달렌의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과거 독일의 상인 조직인 한자동맹의 핵심 거점이었던 항구도시로, 고즈넉한 성곽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으며, 그 아래 해안선에는 정기 크루즈선, 요트, 해군 군함, 해양경찰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성곽의 언덕부터 해변까지, 비스뷔 전체가 세미나 공간이 되는 이 거대한 무대는 고요한 역사의 풍경과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대화가 조화를 이루는 장관을 이룬다.

세미나는 비단 실내공간에서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중세 성곽 아래 골목길과 해변의 임시 천막, 카페와 레스토랑, 대학 강의실과 도서관, 심지어 골목 귀퉁이까지도 토론의 장으로 변모한다. 약 2500여개의 세미나가 5일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이 중 다수는 발디딜틈 없이 가득 찬다. 각 부의 장관과 차관, 정책 전문가와 노조 지도자, 기업인과 시민이 한 자리에 모여 이슈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은, 민주주의의 가장 생생한 단면을 보여준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화두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었다. 구글(Goog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각각 독립된 부스를 운영하며, AI가 노동, 교육, 의료, 행정에 끼칠 변화에 대해 전문가 패널을 초청해 매일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은 단지 기술 논의를 넘어, 인간 중심의 기술 통제, 윤리적 책임, 민주적 감시체계에 대한 숙고로 이어졌고, 그 생중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안보와 외교적 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주제로 떠올랐으며, 미래 에너지와 기후 위기는 유럽 전역의 생존 전략이라는 인식 속에서 재조명되었다. 각 정당과 기업, 시민단체들은 탈탄소 전환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를 두고 격렬하면서도 생산적인 의견 교환을 이어갔다.

알메달렌을 관통하는 골목의 맨 아랫쪽 광장은 매 시간 새로운 연설자가 무대에 오르는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30분 단위로 연설자와 주제가 바뀌고, 광장을 지나치는 시민들과 맥주집, 카페, 호텔 객실 창문에서 지켜보는 청중들 앞에서 연설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폭력성과 상업적 광고, 비난과 혐오적 발언이 아니라면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다룰 수 있으며, 직접민주주의단체, 여성단체, 청소년단체, 인권단체, 환경단체, 장애인단체 등 수많은 시민단체가 사회적 약자와 잊힌 이슈를 공론장에 올린다.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함께 귀 기울이는 모습은 이곳이 단순한 발표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장 순수한 현장임을 보여준다.

세미나가 끝난 뒤에는 주최측이 준비한 커피와 음료, 간단한 커피빵이 제공되고, 일부 행사장에서는 와인과 샴페인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장면도 목격된다. 음악은 자연스레 카페와 해변 천막에서 흘러나오고, 거리에는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마을 전체가 정치축제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정치란 때로 이토록 인간적이고 따뜻할 수 있음을, 알메달렌은 언제나 증명한다.

매일 정오 12시와 저녁 7시, 비스뷔의 중앙 광장은 또 다른 절정을 맞는다. 각 정당의 대표들이 국민 앞에 서서 연설을 하는 이 시간은, 정당의 정체성과 국가 비전을 압축해 보여주는 정치적 순간이다. 이 연설들은 단지 현장에서 수천 명이 경청할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실시간 TV 중계를 통해 접하게 되므로 국민과의 중요한 정치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연설의 강약에 따라 수화통역자의 손과 몸짓이 역동적으로 춤을 추듯 흐르고, 청중의 환호는 마치 고대 극장의 합창처럼 자연스럽다.

스웨덴의 최대 일간지인 다겐스 뉘헤테르 (Dagens Nyheter)의 6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알메달렌 정치주간에서 가장 많은 청중을 모은 연설자는 사회민주당의 마그달레나 안데르손(Magdalena Andersson) 대표였다. 약 3700명이 연설을 경청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약 1만2200명이 광장 연설에 참석하였고, 몇 주전 새로 당대표로 선출된 안나-카린 핫트(Anna-Karin Hatt, 중도당)가 2700명, 시모나 모함손(Simona Mohamsson, 자유당)이 2000명, 짐미 오케손(Jimmie Åkesson, 스웨덴민주당)이 1350명, 엘리사베트 스반테손(Elisabeth Svantesson, 보수당)과 아만다 린드(Amanda Lind, 녹색당)는 각각 약 900명, 누시 다드고스타르(Nooshi Dadgostar, 좌파당)와 에바 부시(Ebba Busch, 기독민주당)는 약 650명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인원을 넘어, 각 정당이 던지는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공감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하다. 당 대표연설자 8명 중 7명이 여성으로 구성된 것도 화제다. 총리이자 보수당 대표인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 대신 여성 재무부 장관으로 교체되어 이번에는 7명이나 대표연설에 참여했다.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과 보수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여성이 당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정당 부스들 또한 인상 깊다. 각 정당은 홍보용 기념품과 정책 책자를 배포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정치 퀴즈와 스티커 놀이,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미니토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당 관계자들은 방문객과 차를 마시며 당의 가치와 비전을 나눈다. 정치가 벽이 아니라, 말 걸 수 있는 문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올해 다시 만난 샬롯 페트리 고르니츠카(Charlotte Petri Gornitzka) 도지사, 마이트 포흘린(Meit Fohlin) 고틀란드 시장, 미아 스튀레(Mia Sture) 알메달렌 조직위원장, 셰르스틴 룬드그렌(Kerstin Lundgren) 국회부의장과의 대화를 통해, 이 행사가 단순한 정치이벤트가 아니라 스웨덴 사회 전체의 정치적 자부심이자 민주주의의 일상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의견과 삶의 방식이 만나는 공간'을 이 행사의 본질로 규정했고, 시민을 단지 청중이 아닌 공동 설계자로 인정했다. 특히 메이트 폴린(Meit Fohlin) 시장은 "도시의 일상과 알메달렌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준비 단계부터 수개월간 도시의 모든 시스템을 점검하고 조정한다"며, 축제이자 시스템 운영의 정점으로서 알메달렌의 긴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②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메타, AI 데이터센터 구축 270억달러 조달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메타플랫폼스(NASDAQ: META)가 루이지애나주 리치랜드 패리시에 건설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하이페리온(Hyperion)' 프로젝트를 위해 사모펀드 블루아울캐피털(Blue Owl Capital)과 손잡고 270억달러(약 38조 70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민간 기업의 단일 자금조달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메타는 프로젝트의 약 20%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 대다수 지분은 블루아울이 운용하는 펀드가 보유한다. 블루아울은 약 70억달러 현금을 투입했으며, 메타는 그 대가로 약 30억달러의 일회성 현금 배당을 받았다.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는 2기가와트(GW) 이상의 연산 용량을 갖춰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 등 차세대 인공지능(AI) 연산 인프라를 지원할 예정이다. 메타는 현지에 500명 이상을 고용할 계획이며, 시설 임대계약은 4년 기한에 연장 옵션이 포함된 형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는 블랙록과 핌코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대규모로 참여했다. 블랙록은 전체적으로 약 3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인수했으며, 일부는 액티브 하이일드 ETF 등에 편입됐다. 핌코는 약 180억달러어치를 사들이며 최대 투자자로 참여했다. 업계는 이번 메타의 270억달러 조달을 AI 연산력 확보 경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는 메타·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올해만 약 4천억달러를 AI 인프라에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픈AI 역시 26GW 규모의 연산 능력 확보를 위해 1조달러 이상을 투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타의 기업 로고 [사진=블룸버그] wonjc6@newspim.com     2025-10-22 09:32
사진
北, 동북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북한이 22일 오전 8시10분 경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은 22일 오전 8시10분경 북한 황북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 포착된 북한의 미사일은 약 350km 비행했고,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22일 오전 8시10분 경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조선중앙통신] 2025.10.22 gomsi@newspim.com 합참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 왔으며, 발사 즉시 탐지 후 추적하였다"면서 "또한,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보실은 안보실 및 국방부·합참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안보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련 상황을 대통령께 보고하면서 상황을 주시해 왔다"면서 "특히 '긴급 안보 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안보실과 국방부 및 군의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한반도 상황에 미칠 영향을 평가했다"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0-22 11:1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사제목
기사가 번역된 내용입니다.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