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 분양가 4억대 '매력적' 평가에도
월 임대료 부담은 여전
10년 후 환매 가능하지만 실제 사례는 '아직'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개인이 보유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청약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다만 의무 거주 기간 이후 매매 과정에서의 투기 가능성과 향후 재건축 시점의 한계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 3억~4억원대 서울 아파트 주목...매달 나가는 '자릿세'는 딜레마
11일 주택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마곡17단지(구 마곡지구 10-2단지)에 대한 입주자 모집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주택 청약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는 분위기다. SH공사가 진행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전청약 단지들 중에서 처음으로 본청약을 실시해 주목을 받았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란 아파트가 지어지는 밑바탕인 토지의 소유권은 공공기관이 계속해서 보유하고, 그 토지 위에 지어진 지상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만 계약자가 분양받아 가지게 되는 형태의 공공분양주택을 뜻한다. 분양을 받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40년 동안 이 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이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재계약 절차를 밟아 최장 80년(40년+40년)까지 사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본청약을 통해 시장에 나오는 전체 공급 물량은 총 381가구(전용 59㎡ 355가구, 전용 84㎡ 26가구)다. 분양가의 경우 전용 59㎡ 2억9000만~3억4000만원, 84㎡ 평형은 4억~4억5000만원 수준에서 형성됐다.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는 방식인 만큼 매월 별도의 토지 임대료를 납부해야 한다.
전용 59㎡는 66만3900원이며, 84㎡ 평형의 경우 94만6000원을 내야 한다. 매달 나가는 토지 임대료가 부담된다면 SH공사와의 협의를 거쳐 보증금 형태로 바꿔도 된다.
최근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분양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중 분양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렴한 가격표를 단 이번 청약에 관심이 쏠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평)당 평균 분양가가 4428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16.92% 상승한 수치다.
마곡17단지 주변의 기존 아파트들은 이미 상당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마곡17단지 건설 부지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마곡엠밸리9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11층 매물이 15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썼다. 단지 뒤편에 위치한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 평형 매물 역시 올 1월 16억8500만원(9층)에 손바꿈하며 마곡 일대 아파트 신고가 행진에 이름을 올렸다.
사람들에게 일명 '반값 아파트'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토지임대부 주택은 2007년 시범사업 형태로 부동산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나 고분양가 논란 등에 휩싸이며 실패를 겪었다. 이후 관련법이 제정되며 2011년과 2012년에 서울 강남 권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물량 공급이 이뤄졌다. 그러나 수분양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을 몰아주는 아파트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
◆ '반쪽 소유권' 꼬리표 여전…"새 공급책으로 자리잡을까"
토지임대부 주택이 다시 부활한 건 2020년이다. 투기 차단을 위해 공공 환매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주택법을 개정하며 제도 정비가 이뤄졌다. 이후 SH공사에서 내놓은 '백년주택'의 모델로 등장하며 다시금 인기를 끌었다.
2023년에 사전청약을 진행했던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와 강서구 마곡10-2단지(현 마곡17단지)는 청약 접수 당시 수십 대 일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흥행 배경으론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저렴한 분양가 덕분에 초기 자금 마련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반면 매월 별도의 토지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고 온전한 대지 지분 없이 오직 건물만 소유한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혀왔다. 의무 거주기간 10년을 채우고 팔 때는 반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해야 한다고 정해둔 것도 장기 거주자를 모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24년에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수분양자가 10년 동안 거주한 후에는 공공이 아닌 개인 간 매매가 허용돼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경우 국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고품질의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당초의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서울 내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대표적인 초기 사례인 강남구 자곡동 '강남브리즈힐'은 전매제한이 풀린 후 시세가 치솟았다. 2020년 전용 84㎡ 매물이 최초 분양가의 5배에 달하는 11억3000만원에 손바뀜되더니 2022년에는 12억3000만원을 찍으면서 당시 분양자들만 '로또' 수준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토지임대부 주택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초기 자본이 부족한 무주택 시민들의 자가 소유를 보장하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수행한다는 이점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추진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주 10년 후에 해당 부동산 가치가 내릴지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시민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도입 취지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환매하더라도 원하는 시세차익이 나올지, 과연 LH에 환매할 재원이 있는지도 쟁점"이라며 "제3자 매매가 허용돼도 재건축 시점에는 결국 땅 가치가 중요해 갈등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수요자는 이를 명확히 알고 사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찬반이 갈리지만 현 정부에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다시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논의 중인 고강도 LH 개혁안의 핵심 의제로 '토지임대부 공공분양'이 꼽히는 것이 하나의 예시다. 공공이 택지를 대규모로 비축하고 보유하면서 토지만 임대해 주고, 그 위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SH공사 중심의 제한적인 공급을 넘어 국가 공공주택 공급의 '기본값'으로 스케일을 키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김호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과 공급주체 입장에서는 계획적인 통제가 가능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비해 관리 부담이 적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투기의 원천이 되는 지가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한편 토지 개발에 따른 이익을 공공이 환수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