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중남미 베네수엘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기둥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날 수상자 발표 현장에서 "평화의 용감하고 헌신적인 옹호자"이자 "어둠이 짙어지는 가운데 민주주의의 불꽃을 계속 타오르게 하는 인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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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지난 1월 9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3선 취임을 앞두고 반정부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10. ihjang67@newspim.com |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선정했다"며 "그는 최근 라틴아메리카 역사에서 가장 비범하게 민간인의 용기를 보여준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선정 사유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마차도의 끊임없는 노력과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로의 공정하고 평화로운 전환을 이루기 위한 그의 투쟁"을 들었다.
외르겐 와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독재의 검거와 탄압을 피해) 지난 1년 동안 숨어 지내야만 했다"며 "생명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라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으며 이러한 선택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마차도는 한때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던 베네수엘라 야권을 하나로 묶은 통합의 상징"이라며 "베네수엘라 야권은 자유선거와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를 요구하는 공통의 목표 아래 단결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민(民)의 지배 원칙을 지키려는 공동의 의지가 바로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베네수엘라 독재 정권을 비판하면서 권위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할 때 그에 맞서 싸우는 자유의 용감한 수호자들을 인정하고 기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는 침묵을 거부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자유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언제나 지켜내야 하는 가치임을 '말과 용기, 결단으로' 일깨워 준다"고 했다.
이어 "마차도는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에서 제시한 평화상 수상자의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며 "자국의 야권을 하나로 모았고, 베네수엘라 사회의 군사화에 맞서 흔들림 없이 저항했으며, 민주주의로의 평화로운 전환을 지지하는 데 변함없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마차도는 1967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철강 사업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심리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92년 사재를 털어 카라카스 지역의 고아와 비행 아동을 돌보는 재단을 설립한 그는 2002년 알레한드로 플라스와 함께 투표 감시 단체인 수마테를 창립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우리는 총알이 아니라 투표용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베네수엘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그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국회의원으로 재직했고, 2014년에는 마두로 정권에 항거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면서 '베네수엘라판 철의 여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후보로 지명됐지만 베네수엘라 감사원과 대법원이 15년 간 그의 공직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이후 마두로가 부정선거로 3선에 성공하자 탄압을 피해 국내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타임지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한편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한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매년 수 천 통의 편지를 받는다"면서 "(심사위원들은) 용기와 정직함이 가득한 방에서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들은 오로지 알프레드 노벨의 업적과 의지에 따라 (수상자를) 결정한다"고 했다.
노벨평화상은 스웨덴에서 선정하는 다른 분야 노벨상과는 달리 노르웨이 의회가 선정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심사한다. 시상식도 문학·화학·물리·경제·생리학 등 다른 분야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열리지만, 평화상은 노벨 사망일인 매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