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발표일인 10일 이전 가자 휴전안 합의 독려
공개적인 수상 욕심·정치적 로비 수상 가능성 낮춰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위한 1단계 합의를 계기로 이번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오랜 염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로 예정된 올 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이전에 가자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협정 1단계 합의가 성사되도록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내심 올 해 수상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노벨상을 원한다. 그의 캠페인이 효과를 거뒀는지 금요일에 알게 된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을 향한 오랜 염원이 이례적인 글로벌 소동(unusual global scramble)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쌓아온 온갖 '황금빛 영예' 중에서 반짝이는 한 메달만 그를 비켜갔는데 그게 바로 노벨 평화상이라고 WP는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올 해 재집권하자마자 노벨평화상에 집착해왔는데 세계 평화를 위한 자신의 헌신적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 역시 감추지 않았다. 올 해 수상자 발표를 이틀 앞둔 8일에는 '수상을 예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이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며 "역사상 이렇게 많은 분쟁을 해결한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미로 노벨위원회가 자신에게 "상을 주지 않을 이유를 찾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얻기 위해 정치적 로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재집권 이후 몇 주마다 노벨평화상을 언급해왔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의 노골적인 노벨상 수상 열망은 미국의 외교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까지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 측 협상단을 이끌었던 도론 하다르 예비역 대령의 말을 인용해 "금요일 아침 (노벨평화상) 발표 시한이 (협상)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오슬로의 노벨위원회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기 때문"라고 전했다. 그는 모든 이들이 그 일정을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목요일 저녁쯤엔 양측이 합의에 도달했다는 발표가 나올 거라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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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와 'Nobel'이라는 글자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에 일으킨 치명적인 공격 중 납치된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과 모든 인질의 석방을 요구하며 2025년 9월 2일 텔아비브의 미국 영사관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각국 정부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파키스탄 정부는 6월에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월, 캄보디아는 8월에 각각 추천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WP는 노벨 평화상 수상을 위해 공개적으로 로비를 펼치거나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전통적으로 수상자들은 공개적으로는 물론 비공식적으로도 로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관심 표명이 오히려 그의 수상 가능성을 낮추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 관계자는 WP에 "트럼프의 압박은 매우 이례적이며 매우 자기 중심적인 것으로 비친다. 그의 언사와 접근 방식은 노벨상의 전통과 상당히 충돌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접근방식이 그를 자격 미달로 만들지는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