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법인 출범 후 SKT·SK하이닉스와 시너지 기대
美 모회사 둔 사피온·북미 진출 리벨리온 합병 효과 관심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과 KT가 투자한 리벨리온이 합병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합병법인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리벨리온은 전날 글로벌 AI 인프라 전쟁에 나서기 위해 협업하는 데 합의하고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리벨리온의 아톰 칩이 적용된 KT 클라우드의 NPU 인프라 서비스. [사진=KT 클라우드] |
이번 합병의 배경에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양사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는 산업 전반에 AI가 적용되고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NPU 시장은 올해 428억 달러(58조7986억원)에서 오는 2027년 1194억 달러(164조197억원)로 3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로 엔디비아가 독점하고 있지만 AI를 통한 입력값을 도출하는 추론용 칩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번 합병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NPU 시장에서 양 사가 몸집을 불리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최근 투자 유치를 통해 각각 5000억원과 88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바 있다. 합병법인의 가치는 2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기업가치의 합산 만으로도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양 사는 NPU 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빠른 합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실사와 주주 동의를 거쳐 오는 3분기 중에 합병을 마무리하는 본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 SK텔레콤 및 SK그룹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전략적 투자자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진출과 AI 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은 통신특화 거대언어모델인 '텔코 LLM'을 개발 중에 있다. 텔코 LLM은 오픈AI의 GPT, 엔트로픽의 클로드와 같은 범용 LLM이 아닌 통신업에 특화된 LLM이다.
향후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합병법인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텔코 LLM은 우선 국내 출시 이후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합병법인의 글로벌 진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피온의 주요 주주사인 SK하이닉스, SK스퀘어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사피온에 D램을 공급하며 NPU 개발을 지원해왔다. 또한 사피온코리아의 모회사가 미국법인인 점과 리벨리온이 북미 시장에 진출한 점도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합병법인의 대표는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양 사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리벨리온에 경영을 맡기기로 했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공동 창업한 AI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창립 이후 3년간 2개의 제품을 출시하며 기업가치 88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리벨리온의 두번째 제품인 AI반도체 '아톰(ATOM)'은 지난해 국내 NPU로서는 최초로 데이터센터 상용화로 대형언어모델(LLM)을 가속했다. KT의 초거대 AI '믿음' 구축에도 아톰이 일부 적용됐다. 아톰은 올해 양산에 돌입하며 주목받고 있으며 리벨리온은 현재 거대언어모델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AI반도체 '리벨(REBEL)'을 개발 중이다.
SK텔레콤과 리벨리온은 "그동안 양 사가 NPU 시장에서 증명해온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합병법인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