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SVA출신 1세대 미디어작가 모하안,대구 초대전
빛·우주·인간 다룬 숭고한 설치미술과 평면작품
광확산 필름 활용한 '빛 드로잉' 국내 최초 시도
[대구=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빛'으로 인간존재를 성찰하는 작가 모하 안(안종연)이 대구에서 초대전을 개막했다. 모하 안은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기억공작소Ⅱ, Light of Moha in Bongsan'전을 지난 5월 8일부터 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모하 안 'New days Dawning'.variable size, The universe(2009), Glass casting, mixed media, 2024 [사진=봉산문화회관] 2024.05.27 art29@newspim.com |
오는 7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를 위해 모하 안(Moha AHN) 작가는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을 크게 둘로 나눴다. 그리곤 'New Days Danwing'과 'Light of Maha'라는 두 점의 아름답고 찬란한 '빛' 설치작업을 시현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중구 봉산문화회관은 기획 시리즈인 '기억공작소'의 금년도 첫 작가로 지난 3~4월 김용익 작가의 설치미술전 '후천개벽-아나와 칼'을 개최했고, 이번에 모하 안 작가를 초대해 '빛' 설치미술전을 꾸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모하 안 'New Days Dawning',100x100cm, Lenticular, 2024.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입구에 내걸린 모하 안의 평면 렌티큘러 작품이다. [사진=봉산문화회관] 2024.05.27 art29@newspim.com |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모하 안은 미국 뉴욕의 명문 미술대학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FineArts와 건축, 조각및 미디어아트 등으로 학사및 석사학위(MFA)를 받은 후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1세대 미디어티스트다. 서울과 부산, 광주, 경주, 여수, 창원 등지는 물론 뉴욕, 워싱턴DC, 요코야마, UAE 아부다비에서 작품전을 개최했다. 또 일산 국립암센터, 제주 휘닉스아일랜드, 광화문 교보문고, 영월 동강생태공원, 합천 해인사 등에 공공조형물을 설치한 바 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활동 중인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세 차례 대구를 찾았다. 대구 봉산문화길에 늘어선 갤러리와 카페, 아파트와 초등학교를 둘러본 작가는 거리를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곤 기획전시실 입구를 밝힐 '빛기둥'을 세우려 했으나 여의치않자 다른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모하 안 'New days Dawning', variable size, The universe(2009), Glass casting, mixed media, 2024 [사진=봉산문화회관] 2024.05.27 art29@newspim.com |
모하 안은 기획전시실 정면에 묵직하고 거대한 타원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겹겹으로 이뤄진 원형 입체는 우리가 존재하는 지구를 은유한다. 검붉은 조형물 앞에 수직의 기둥을 세운 작가는 기둥 위에 서있는 인간 조각과 구슬을 배치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번뇌에 빠진 듯한 인체 조각에는 찬란한 빛으로 이뤄진 영상이 투영돼 그림자에서 인간은 고개를 든 모습이다.
그리곤 은하계에 수많은 별들이 있듯 지구 주위로 수많은 색색의 구슬을 설치해 태양을 중심으로 한없이 떠도는 빛점을 표현했다. 크고 작은 유리구슬은 스스로 빛을 발하며, 색 그림자로 공간을 부드럽게 드로잉한다. 우주 속 인간은 한낱 먼지처럼 작은 개체이지만 생명이 있는 한 저마다 가슴에 소망을 품고, 빛을 발하는 존재임을 모하 안은 아름답게, 그리고 벅차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빛으로 제작한 영상이 빔프로젝트를 통해 전시실 벽면에 오묘하고도 장엄한 빛줄기를 긋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모하 안 'New days Dawning', variable size, Display optical film, Light of KAMASS(2009), mixed media, 2024. 국내 최초로 첨단 광 확산 필름을 활용한 작가의 신작이다. [사진=봉산문화회관] 2024.05.27 art29@newspim.com |
이 작품과 마주하는 반대편에는 다양한 방식의 빛을 감추듯 드러내는 방법으로 빛 드로잉을 시도했다. 첨단 광(光)확산 필름을 활용해 작가가 국내 최초로 실험한 작품이다. 두 개 공간의 '빛나는 빛'과 '이제 막 움트는 빛'은 각각 'New Days Danwing', 'Light of Maha'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영숙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전시실에 모인 빛점은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어떤 누구이고 당신이며, 그 속의 맑은 빛은 아주 특별하고 신비롭다. 우리는 제각기 다양한 달란트를 가진 작은 모습이지만, 내면에 빛나는 강렬한 점 하나로 인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존재한다. 내면의 빛점 하나, 하나가 모여 세상을 이롭게 밝히고 우주를 품는다"고 밝혔다.
빛으로 인간의 실존과 삼라만상의 이치를 노래하는 작가는 이번에 '빛'을 표현하기 위해 AI를 활용해 신작 영상을 제작했다. 또 첨단 신소재인 광확산 필름을 처음으로 작업에 활용해 드라마틱하면서도 환상적인 빛 설치미술을 구현해냈다. 근래들어 몇차례 생의 변곡점을 겪은 작가는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연구하며 작업에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미디어아트 작업의 매력"이라며 "수십 년째 첨단 미디어아트를 시도하고 있지만 내 작품의 주제는 늘 인간이다. 그 인간을 품은 자연과 우주,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생명과 시간을 늘 탐구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하 안 작가. [사진=봉산문화회관]. 2024.05.27 art29@newspim.com |
미술평론가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색과 빛을 직조하는 모하 안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지점은 색·빛에 투영된 희망의 빛이다. 이는 처음 색·빛에 몰입하기 시작했던 이유가 자신의 마음을 밝히고 싶어서였고, 지금까지 수십년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의 빛에 인간의 삶이 녹아든 희로애락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긴 세월 빛을 발하거나 빛에 반사되는 물성을 통해 보고 보이는 관계설정을 통해 희망을 열어가는 역동적인 색·빛을 통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모하 안의 작품은 일산 국립암센터('빛소리'), 제주 휘닉스아일랜드('광풍제월'), 광화문 교보문고('좌화취월'), 영월 동강생태공원('수광영월'), 서울 테크노마트21('Sonnd of Light"),서울 삼성생명 종로사옥('Sonnd of Light'), 합천 해인사 영지연못('비로자나불') 등에 설치돼 있다.
'나' 혹은 '인간'이 지닌 의미와 무한한 가능성을 찾기 위해 40년 가까이 '빛으로 예술을 하는' 모하 안의 이번 작품전은 작가의 21번째 개인전이다. 월요일 휴관, 무료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