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외부칼럼

속보

더보기

[기고] 독서가 로망이 되지 않으려면...'디지털시대의 읽기'

기사입력 : 2023년07월31일 08:24

최종수정 : 2023년07월31일 08:32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동화책을 보던 세 살 짜리가 울음을 터뜨렸다. 책에 손을 대고 몇 번이고 밀었지만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아이패드 터치스크린으로 e북을 보아 온 습관 때문이었다.

디지털 환경이 '독서'를 바꾸고 있다. '삶의 양식','부자가 되는 지름길', '인생 최고의 스승이자 친구' 붙여진 이름만 봐도 독서가 우리 삶에 자리한 위상이 짐작된다. 사람을 지혜롭게 만들고 남다른 품성으로 키워주는 데 독서만한게 없다고 여겨졌지만 정작 독서량은 급감하고 있다.

2021년 문화체육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종이 책과 전자 책, 오디오 북을 통틀어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47.5%로, 2년 전 대비 8.2% 감소했다. 연간 평균 독서량도 4.5권에 불과한데, 이는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에 해당한다.

종이책 독서율은 감소 폭이 더 크다. 2021년 40.7%로 2019년 52.1%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여가시간에 독서 대신 영상매체 나 스마트폰 이용률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읽기'는 후천적 학습의 결과물이다. 호모사피엔스의 뇌에는 읽기 능력이 탑재되어 있지 않았다. 구술 문화를 거쳐 문자가 생겨나고 인쇄 시대를 거쳐 대중적으로 읽기가 학습 훈련되면서 인간의 뇌에는 읽기에 최적화 된 새로운 뇌 회로가 생겨났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책을 읽을 때 우리 뇌에서는 뉴런의 연결망이 음속 수준으로 빠르게 반응한다. 오감이 열리면서 뇌 전역에 거친 반응과 연결이 발생한다. 단순히 외부의 지식과 정보를 가져오는 것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상상이 개입되고 통찰이 일어난다.

책장을 넘기며 느껴지는 종이의 까슬한 질감, 책을 읽는 공간이 주는 소음과 분위기도 뇌에 자극을 준다. 책에 서술된 문장에서 어떤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읽기에 깊이 빠져들면 전혀 깨닫지 못했던 미지의 것을 만나기도 하고 색다른 해석을 얻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독서는 체화된 경험이자 생각하는 근육을 키우는 최고의 훈련이다.

물론 같은 책이라지만 종이책과 e북을 읽을 때 뇌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종이책이 오감에 자극을 주고 받는 깊은 읽기라면 e북은 시각적 자극에 집중된 빠른 읽기에 가깝다. 스크린의 자극도 강렬하다. 주의력이 강제적으로 집중되어 빠른 속도로 핵심내용을 파악하려다보니 뇌의 전전두엽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종이책을 읽을 때보다 눈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심호흡도 덜 하게 된다. 종이책에 비해 더 빨리 읽혀지지만 오랫 동안 기억되지는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질적인 읽기 측면에서는 당연히 종이책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종이책만 고집하기엔 일상의 환경이 너무나 바뀌었다.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책을 몇 권이고 e북으로 다운 받으면 언제든 읽고 싶을 때 수시로 볼 수 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이동이 잦다면 틈틈이 읽기에 e북 만한게 없다. 더구나 메모 기능, 밑줄 기능, 책갈피 기능 등을 활용하면 종이책과 유사하게 깊이 있는 읽기도 가능하다.

눈에 자주 피로감을 느낀다면 오디오북도 시도해 볼 만 하다. 오디오북은 음성으로 읽어주는 전자책이다. 몇 해 전 눈 수술로 반년이나 시력이 돌아오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오디오북의 도움이 컸다. 운전이나 운동하며 듣기에도 편하다. 배우나 성우, 유명인이 읽어주기도 하고 AI가 읽어주는 경우도 있다. 책 전체를 읽어주는 완독형과 30분 안팎으로 핵심만 들려주는 요약형이 있다.

심지어 일부 독서플랫폼에서는 도슨트북도 서비스 중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품을 해설해 주는 도슨트처럼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리, 영상, 만화 등 다양한 형식의 보조적 요소를 동원해 부분적인 설명을 해주는 등 책의 이해를 돕는다.

다양한 독서플랫폼의 등장, 지역 도서관의 활성화, 독서동호회 증가, 개성있는 책을 선별해 판매하는 동네 큐레이션 서점 증가. 독서량이 줄어들수록 '읽기'에 대한 사회적인 노력은 더 해간다.

인지과학자 매리언 울프는 디지털 세대가 되면서 '우리 뇌가 변했다' 주장한다. 단문으로 짧게 읽고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뇌가 깊이 있게 긴 호흡으로 생각을 전개하고 성찰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속도와 즉각성, 고강도의 자극, 멀티태스킹, 대량 정보의 선호에 노출되면서 초점을 잃고 외부 자극을 찾아 항시 주의집중 과잉 상태에 놓인 이른바 '디지털 뇌'로의 퇴보다. 학계에선 인간이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진 디지털 뇌로 갈아타면서 '읽는 뇌'를 잃게 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한다.

종이책보다 e북의 편리성과 효용성을 선호하고 완독보다는 유튜브의 요약본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은 이제 매체를 택하기 보단 매체별로 효과적인 읽기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이책이든 e북이든 오디오든 영상이든 각 매체는 고유의 색깔과 렌즈를 가진 안경과 같다.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이해하고 최대한 '읽는 뇌' 를 잃지 않고 보완하는 방식을 찾아 효과적으로 읽기를 권한다.

배런 박사가 권하는 디지털 매체 읽기 3가지 방법이다. △가능한 종이책과 e북을 함께 읽는다. 디지털 매체에만 익숙해지지 않도록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읽는 이유를 분명히 한다. 목적에 따라 대충 읽을지 핵심만 볼지, 꼼꼼히 읽을지 방법을 결정 할 수 있다. 읽기 방법이 정해지면 메모, 요약, 주석 등을 활용해 종이책처럼 깊게 관여하는 읽기가 가능해진다. △의도적으로 읽는 속도를 조절한다. 단락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해가며 가능한 천천히 읽는다.

종이책이든 e북이든 오디오 북이든 읽지 않는 것보단 읽는 편이 낫다. 어떤 매체인지 보다 중요한 건 '읽는 뇌'를 잃지 않는 일이다. 독서는 로망이 되어서는 안된다. 읽는 뇌가 생각의 원동력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사진
특검, '공천개입 의혹' 윤상현 의원 소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7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소환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이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은 "진실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은 조사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의원은 2022년 6월 치러진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특검은 김건희 여사가 당시 전략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윤 의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후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 전략공천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달 8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07.27 mironj19@newspim.com wonjc6@newspim.com 2025-07-27 10:0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