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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가문의 흑막] ② 아베 가문과 통일교의 유착

기사입력 : 2022년07월13일 14:37

최종수정 : 2022년07월19일 15:29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문선명 적극 지원
관방장관 때 행사 축전 들통난 이후 관계 노골화

[편집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사망함으로써 한일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아베의 사망은 단순히 일본 보수우익 아이콘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와, 이의 지지로 자리에 오른 현 기시다 수상은 기존의 아베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확보함으로써, 아베의 필생 숙원이었던 평화헌법 개헌론이 일본 정가를 점차 뜨겁게 데우고 있다. 일본은 과연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는가. 일본 정가의 풍향계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아베 가문과 아베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에 아베 가문과 일본 정치사의 흑막을 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2013년 여름 참의원 선거 직전 통일교는 전국의 신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내부 통지문을 보냈다. 

"전국구(비례대표)의 기타무라(北村)씨는 야마구치 출신의 정치가, 천조황대신궁교(天照皇大神宮教) 일명 '춤추는 종교(踊る宗教)'의 기타무라 사요(北村サヨ) 교조의 손자입니다. 총리로부터 이 분을 후원해 달라는 의뢰가 있는데 당락은 상기의 '춤추는 종교'와 우리 그룹의 조직표에 달려 있습니다만, 아직 C등급으로 당선되기에는 먼 상황입니다. 참의원 선거 후에 우리 그룹을 국회에서 추궁하는 운동이 일어난다는 정보가 있어,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번 선거에서 기타무라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을지 조직의 '사활 문제'입니다"

'전국구 기타무라 씨'란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비례 전국구에 입후보하고 당선한 전 산케이신문 정치부장 기타무라 쓰네오(北村経夫, 1955-)다. 그리고 그에게 후원, 즉 조직표 지원을 의뢰한 총리는 그 전년 12월에 자리에 복귀해 당시 제2차 아베 내각을 이끌던 아베 신조다.

[아베 가문의 흑막] 글싣는 순서

1. 재일교포가 아베 父子를 키웠다 
2. 아베 가문과 통일교의 유착
3. 칼맞은 외할아버지와 총맞은 아베의 평행이론
4. 日 역사 교과서 왜곡, 아베로부터 비롯됐다
5. 아베는 이토 히로부미 '적자', '야마구치 정권' 끝나나
6. 日 평화헌법 개헌될까...한일 관계의 미래

또한 조직표 지원의 대가로 국회 추궁으로부터 '지켜주기'가 필요했던 '우리 그룹'이란 종교단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世界平和統一家庭連合, 구 통일교회, 2015년 개칭)이다. 

전국의 교단 지부나 관련 시설에 일제히 송신된 FAX에는 '참원선(參員選) 추천후보'로서 각지의 선거구 후보자와 함께 전국구로 '밀어야 할' 후보로써 기타무라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통일교가 2013년 기타무라 쓰네오 후쿠오카 사무소에 보낸 팩스. 후쿠오카 통일교회의 현황을 알린 내용이다. [사진=하버비즈니스(ハーバービジネス)] 2022.07.13 digibobos@newspim.com

기타무라는 아베가 자청해서 출마를 시킨 후보자다. 아베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가 태평양전쟁 패전 후 전쟁 책임을 묻는 전범으로 스가모 구치소에 구금되기 전 야마구치 현에 참배하러 왔을 때 기타무라 쓰네오의 할머니인 키타무라 사요가 "3년 정도 간다. 영혼을 갈고 닦으면 총리대신으로 써주겠군"이라고 가까운 장래에 기시가 총리가 될 것임을 예언했다고 한다. 따라서 아베에게 기타무라는 외할아버지와 인연이 깊은 은인의 손자인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2016년 1월 10일 아베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 현, 나가토 시 신춘모임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기타무라 의원. 아베 옆은 부인 아베 아키에. [사진=트위터 갈무리] 2022.07.13 digibobos@newspim.com

그런데 기타무라 의원 만들기에는 당시 아베 내각의 2인자로 아베에 이어 총리가 된 스가 요시히데(菅喜偉, 1948-) 관방장관도 관여돼 있다. 기타무라가 선거 운동 기간 중 비밀리에 후쿠오카 현의 통일교회 지구교회 2곳 예배에 참석해 강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것이다.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1차 개조내각에서 자민당 선거대책총국장에 취임, 후쿠다 정권에서는 선거대책총국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는 등 자민당 선거 대책을 맡아온 선거전략 전문가다. 그런 그가 기타무라를 통일교회에 극비리에 파견했던 셈이다.

기타무라의 후원회 명부에는 교단 체계의 정치단체인 국제승공연합·세계평화연합의 전국 각지 간부의 이름이 적혀 있으며, 기타무라의 후쿠오카 선거사무소에는 세계평화연합의 여성 스태프가 사무원으로 파견되어 있었다.

게다가 기타무라를 선택하는 기일 전 투표와 그 수를 보고하도록 신자에게 지시하는 교단 내부 메일도 공개됐다. 그 해 7월 초 교단의 북도쿄 교구는 아다치(足立) 교회 교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일제히 전달했다.

"기일 전 투표 부탁입니다. 이번에 응원하는 분은 자민당의 기타무라 쓰네오 씨입니다. 이번 추천은 과거보다 더 특별한 분이고 스타트 대시가 중요하므로 멀더라도 3일 동안 투표소까지 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전국의 신자에게 송신된 이 메일의 포인트는 '기일 전 투표'다. 그래야만 투표일까지 미리 통일교회표가 몇 만 표라고 확실한 득표수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독려 내용도 있다.

"본인뿐 아니라 친족에게도 투표 의뢰할 수 있는 분이 있으면 부디 부탁드립니다. 내일부터 3일 연휴, 사전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투표하러 가신 분은 메일로도 좋으니 알려주세요"

이렇게 교단 본부는 전국의 신자에게 7월 5일부터 7일 사이에 기일 전 투표를 하도록 지구교회 경유로 지시했고, 각 지구교회 책임자는 매일 투표 실적을 본부에 보고하도록 통보했다. 투표수가 낮은 지구의 교회 책임자는 문책됐다고 한다. 신자 3천명에 의한 특별 전도부대도 결성되어 선거 운동을 지지했다.

아베가 직접 후원을 부탁하고 관방장관이 방어한 덕택으로 기타무라는 통일교 조직표 도움 속에 당선됐다. 당초 통일교회의 조직표 목표는 10만 표였지만, 실제로는 약 8만표에 그쳤다고 한다. 그래도 기타무라의 총 득표수(142,613표)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8만 표가 통일교회 신도들의 조직 표였다고 전해진다. 선거가 끝난 뒤 도쿠노 에이지(徳野英治) 통일교 13대 회장과 아베 총리의 밀회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시 통일교 상황으로 보자면 문선명 교주가 참의원 선거 전 해인 2012년에 사망함으로써 후계 문제가 뒤틀려지고 분열 소동이 벌어지는 등 조직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교단은 정치공작에 의해서 체제 유지를 도모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타무라는 지난 2019년 7월 제25회 참의원 선거에서도 당선돼 외교국방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평화헌법 개정에 찬성하면서 자위대를 다른 국가처럼 국방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아베는 과연 언제부터 통일교와 긴밀한 관계가 됐을까?

한일 양국이 반공산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968년 문선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원 아래 서울에서 국제승공연합(国際勝共連合)을 만든다. 그러자 아베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는 이 단체의 일본 설립에 고다마 요시오(児玉誉士夫),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 등과 함께 적극 협력했다. 아베 아버지 신타로 역시 통일교도들을 자민당 의원 비서로 소개하거나, 각 의원을 교단의 세미나에 권유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통일교 문선명 전 총재(왼쪽)와 아베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기시는 통일교 초기 형태인 문선명의 국제승공연합(国際勝共連合)을 적극 지원했다. 1973년 11월 23일 통일교 본부에서의 회동 장면. 2022.07.13 digibobos@newspim.com

일본에서 통일교는 50년대 후반부터 포교가 시작돼 많은 신자를 얻었지만, 80년대 조상 공양 등을 명목으로 미술품·보석·인감 등을 고가에 방문 판매하는 수법이 '영감 상술(霊感商法)'로 사회 문제에 부닥쳤다. 1987년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全国霊感商法対策弁護士連絡会)'가 결성돼 피해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가 이어졌다.

2009년 5월에 "구입하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 등 불안을 부추겨 수정 장식물 2개를 300만엔에 팔았다고 해서 후쿠오카현 경찰이 특정 상거래법 위반의 혐의로 통일교회 신자 1명을 체포했다. 6월에도 "사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 "생명이 위험하다" 등 불안을 부추겨 1개 수만~수십만엔의 인감을 팔았다고 해서 경시청 공안부가 통일교 신자 7명을 체포했다.

아베 신조와 통일교와의 직접 관계가 처음 노출된 것은 2006년이다. 그해 5월 통일교 계열 정치 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이 후쿠오카에서 개최한 합동결혼식 개최 이벤트 '조국향토환원일본대회(祖国郷土還元日本大会)'에 당시 관방장관 아베 신조와 전 법무대신으로 중의원 헌법심사회 회장인 야스오카 오키하루(保岡興治)가 축전을 보낸 일이 발각되었다.

이후 통일교와 아베의 유착에 대한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고 '이왕 들켰으니...'하는 심정이었던지 통일교와의 접촉이 더 노골적으로 변한 측면이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 기관지로 여겨지는 <세계사상>에 자주 표지인물로 등장했다. 2022.07.13 digibobos@newspim.com

야스오카와 관련해서는 그의 아내가 영감상법 항아리를 구입해 열심히 통일교 집회에 참석했다는 말이 나왔고, 2000년에는 법무부 장관 비서관으로 통일교 신자를 등용했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야스오카는 통일교 고문 변호사를 지낸 이나미 토모유키(稲見友之)와 케이텐(敬天)종합법률사무소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당시 교토통신 보도를 보면 축전과 관련해 아베는 "지역구 사무소로부터 관방장관 직함으로 축전을 보냈다는 보고를 받았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대응이라 담당자에게 주의를 주었다"고 해명했다.

2012년 12월 정권을 재탈환한 아베 신조는 헌법 개정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 안정 정권을 계획했다. 그리하여 2013년 3월에는 통일교 국제승공연합의 오오타 코릿추(太田洪量) 회장 취임식에 다수의 자민당 의원이 참석한다. 그리고 그런 흐름이 앞서 말한 7월 참의원 선거의 책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편, 교단 측은 이 시기 내분에 휩싸여 있었다. 교주 문선명이 2012년 9월에 사망, 후계 싸움은 아들들뿐만 아니라 모자지간의 다툼으로까지 발전했다. 결국 후계 후보자였던 아들들은 줄줄이 포기하고 아내인 한학자(韓鶴子) 총재의 독재 체제가 된다.

당초 후계자로 지목된 셋째 아들 문현진(文顯進)은 이미 교주의 명령으로 2010년에 추방됐지만, 경제 부문과 종교 부문을 이어받은 4남 문국진(文國進, 통일교유지재단이사장)과 7남 문형진(文亨進, 통일교회세계회장)도 문선명 사후 한학자가 교단의 실권을 잡으면서 잇달아 요직에서 물러났다. 한학자 추종파와 아들의 분파 사이에는 부동산 이권 및 교단 마크의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도 제기됐다.

현재 통일교 일본 조직은 한학자의 통제 아래 있고, 여전히 아베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9년 10월 5일 나고야 시내의 한 고급 호텔에서 통일교 UPF(천주평화연합)이 주최한'일본 정상회의 & 리더십 콘퍼런스'가 열렸다.

여기에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의 세이와정책연구회(清和政策研究会)와 3명의 참의원, 4명의 중의원, 다테 추이지(伊達忠一) 전 중의원 의장이 참석했다. 다음날 아이치 현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4만인 신도대회에도 복수의 자민당 의원이 내빈으로 모습을 보였다.

두 행사 모두 주빈은 한학자 총재. 리더십 컨퍼런스에서는 세이와정책연구회장이 한총재를 찬양하고, 4만인 신도대회에서는 지방의원 70쌍이 '기성축복(既成祝福)'을 받으며 통일교 신도가 됐다.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에 따르면 아베는 2021년 9월 12일 UPF 주최의 '신통일 한국을 위한 THINK TANK 2022 희망 전진대회'라고 칭하는 WEB 집회의 기조연설에서 한학자 총재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2022.07.13 = 2021년 9월 12일 UPF 주최의 '신통일 한국을 위한 THINK TANK 2022 희망 전진대회'라는 WEB 집회 기조연설에서 한학자 총재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하고 있는 아베 전 총리. [사진=니코비디오] digibobos@newspim.com

아베가 사망하기 전인 지난 6월 26일 NHK 방송 「일요토론」에서는 NHK당(NHK 시청료 거부 등을 목적으로 2013년 창당)의 구로카와 아츠히코(黒川敦彦) 간사장이 "아베씨는 외세의 통일교로부터 지대한 응원을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2014년 12월 5일자 <주간 아사히(週刊朝日)>는 '아베 측근들 속속 통일교 참배의 괴이함(安倍首相側近らが続々と統一教会詣での"怪")'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음처럼 시작하고 있다.

"득표력에 먹구름이 보이는 기업·단체를 대신해 주목되는 것이 종교표의 향배다. 그러다 보니 통일교, 그 우호단체와 접근하는 자민당 의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됐다. 그중에는 아베 총리의 '주머니 칼(懐刀·후도코로가타나·심복을 의미)'도 있다."

이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테츠야(山上徹也·41)가 범행 동기에 대해 통일교와의 관련성을 언급해 일본 사회가 온통 시끄럽다. 야마가미는 아베의 외할아버지가 자신이 원한을 품고 있는 종교단체(통일교)를 일본 내에 들여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야마가미는 또 "어머니가 거액의 기부금을 낸 종교단체의 신봉자가 돼 가족이 파탄났다"며 아베 전 총리가 이 단체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일본 최장수 총리를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초 종교단체의 지도자 암살을 노렸으나 접근이 어려워지자 '아베가 이 종교를 일본 내에 확산시켰다'고 믿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일본지부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 야마가미 테츠야는 가정연합에 속한 신자가 아니며 과거에도 본 연합에 가입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용의자 모친에게 헌금을 강요한 적은 없다" "용의자 모친은 월 1회 가정연합의 교회 행사에 참석해왔다" 등의 몇 가지 사실을 밝혔다.

이 기자회견에서 주목되는 것은 "아베는 통일교 세계평화운동에 찬동했으나 통일교 신자는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NHK 기자가 추가로 질문하자 "아베는 문선명 전 총재의 평화운동에 찬동해 왔다"라고 답했다.

1993년 통일교에서 발행된 문선명 어록 제191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아베상은 선거할 때 계파 의석수가 13석밖에 안 됐어요. 이것을 내가 88명까지 전부 교육해 키워준 것이에요." 물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아베 가문과의 유착을 그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와 결탁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했으나 통일교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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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이낙연, 대선 출마 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4일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느 것이 이 시점에 국가에 더 보탬이 될까를 판단해서 늦기 전에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뉴스핌TV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출마를 하건 누군가를 돕건, 아니면 그것도 하지 않건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잘 선택을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 전 총리는 "국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와 대통령이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해서 파멸이 온 것"이라며 "이것을 빨리 극복하기 위한 개헌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에서 개헌을 못하겠다고 하면 공수가 뒤바뀐 내전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행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대로 가자는 건 불을 보고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어리석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국민의힘은 결연함이나 절박함이 보이지 않고 웰빙을 위해 사는 사교 클럽 같고 민주당은 대중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성에 갇혀서 희한한 짓들을 하는 사교집단 같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침몰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께서 혁명적인 결심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파기환송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일문일답]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안녕하십니까? 저는 뉴스핌의 이재창 정치 전문 기자입니다. 오늘은 특별 인터뷰로 준비했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님 모시고 조기 대선 정국과 한국 정치의 병폐, 나아갈 방향 그리고 개헌 문제 등 다양한 정국 현안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낙연 전 총리) 네 감사합니다. -(이 기자) 요즘 화제가 된 총리님 유튜브 영상으로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 총리님이 개헌연대 국민회의에서 한 연설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오늘 제가 들어오기 전에 보니까 113만을 돌파했습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총리님도 놀라지 않으셨어요? -(이 전 총리) 놀랐어요. 바로 첫날 50만 명을 돌파하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했죠, 굉장히 어리둥절했습니다.제가 처음 한 얘기도 아니고 평소에 계속 해 왔던 얘기인데 그것이 좀 정리돼서 알려지게 되니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우리 국민들이 어떤 걱정, 어떤 목마름이 있길래 저같이 보잘것없는 연설에 이렇게 많이 관심을 보여주셨는지 감사하고 또 책임도 많이 느낍니다. -(이 기자) 그날 연설에서 정치 개혁과 사회 통합 그리고 위기 극복 방안 등 상식적인 말씀을 하신 거였는데 그 연설에 왜 그렇게 대중이 좀 열광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이 전 총리) 상식에 목말라 계셨던 것 아닌가 싶어요. 대중들이 다들 느끼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현실 정치에서는 자기 쪽은 잘한다고 하고 상대방만 욕하고 있잖아요. 국민들은 양쪽 다 큰일 났다고 생각하는데 정치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뭐랄까요? 갭이랄까 괴리가 있어 제가 말씀드린 것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기여한 것 같아요. -(이 기자) 위기 극복과 정치 개혁, 사회 통합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힘을 합하겠다, 협력할 수 있다 고 개헌 연대나 제3지대 연대를 시사했는데 어떤 특별한 구상을 가지고 계신지요? -(이 전 총리) 그날 얘기를 했었지요. 위기 극복, 정치 개혁, 사회통합 이 세 가지의 과제를 말씀드리면서 각 과제마다 두 가지씩의 구체적인 과제 를 말씀드렸어요. 위기 극복에서는 첫째는 대미 관세 협상을 포함한 주변 4강국과의 관계 안정화 그리고 또 하나가 사법부의 신뢰 회복, 두 번째 정치 개혁은 개헌과 양당의 현재 행태에 대한 비판 그걸 고쳐야 한다. 세 번째 사회통합에서는 통합형 지도자가 필요하고 통합형 정치가 필요하다, 두 가지씩 주었는데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얘기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냥 누구니까 도와달라 누구 미우니까 도와달라, 그런 식의 이합집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 기자)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도 강하게 비판하셨죠. "방탄 외에 3년간 한 일이 뭐냐"고 강하게 비판하셨는데요. -(이 전 총리) 방탄 말고 딴 것도 했겠죠. 그런데 방탄을 위해서 워낙 기상천외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하다 보니까 그것만이 국민들 기억에 남게 되는 거잖아요. 한 세 가지를 말씀드리면 하나는 입법 폭주가 있어요. 허위사실 공표죄가 문제가 되니까 그건 뭐 선거법에서 빼버리자라든가 또는 배임죄를 없앤다거나 제3자 뇌물죄가 어떻다든가 이런 식의 과잉 입법 그리고 예산 삭감도 액수 자체는 4조밖에 안 되지만 하필이면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활비 특공비 이것만 전액 삭감했어요, 굉장히 기분 나쁘게 하는 거잖아요. 일부러 의도했던 것처럼 그렇게 비친단 말이에요. 게다가 뭐니 뭐니 해도 30번에 육박하는 탄핵 시도, 이건 완전히 정부를 마비시키는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것이 워낙 강렬하게 인상에 남고 또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다 보니까 다른 것이 덮인 거지요. 그래서 탄핵 말고 국민을 위해서 한 일이 뭔지 스스로 설명해 봐라 하는 질문을 했었죠. -(이 기자) 대법원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자마자 회의를 계속 연이어서 열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재판에 속도를 내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선거전에 나올까요? 그리고 그게 대선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전 총리) 제가 선거법 재판 2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글을 쓴 적이 있어요. SNS에 발표했는데 그대로 됐습니다. 그래서 일부 네티즌들은 제 예언이 적중했다고 그러는데 점쟁이는 아니고요. 민주당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께서 왜 정치에 관여하려고 하느냐 이런 식으로 경계망을 치고 있죠. 제가 보기에는 이런 것 아닌가 싶어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 무너졌거든요. 그것을 회복해 놓고 떠나야겠다는 대법원장님 나름의 절박한 마음이 있었지 않나 싶어요. 정치에 또는 선거에 영향을 안 주는 것도 미덕일지 모르지만 그런 자세 때문에 사법부 불신이 이렇게 생긴 것 아니에요.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님 전임 대법원장 시절입니다마는 대법관 매수 의혹이 번졌는데 아무 조사도 없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쌓여서 법원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특히 가까이서 보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진퇴 파면 여부를 상당히 신속하게 절차적인 시비를 받아가면서까지 8 대 0 전원일치 파면이라고 결정해서 굉장히 국민들의 수긍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헌재에 비하면 대법원은 많이 점수를 까먹었어요. 그동안에는 정치적 사건만 놓고 보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법원은 이재명 대표 심판 이런 일을 맡았다. 그러면 법원 쪽은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고 질척거리는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판결이 이상하다 이런 것들을 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마도 대법원장님 입장에서는 떨어진 사법부의 위상을 회복해 놓고 떠나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졌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제가 법원의 일을 함부로 예측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지만 파기환송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기자) 만약에 파기환송이 나온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요? -(이 전 총리) 여론에는 영향을 주겠죠. 그러나 출마 자격을 당장 빼앗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으로서는 그 선으로 가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이제 고민이 있습니다. 파기환송이면 다시 고등법원 갔다가 다시 대법원까지 올라오잖아요. 그러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이라고 그럴 거란 말이에요. 이 무죄 추정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무죄 추정 말하는 거 좀 염치없는 짓 아닌가요? 과거에는 기소만 돼도 출마를 못 한다거나 1심 유죄 판결 받으면 출마를 못 한다거나 이랬었어요. 그것이 그 당시에 무죄 추정을 몰라서 그랬겠습니까? '일반 국민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갖겠습니다' 이런 다짐 아니었겠어요? 그런데 그냥 재판을 마냥 미루면서 무죄 추정을 가지고 영업을 한단 말이에요. 그건 정말 염치없는 짓이라 생각해요. 원래 무죄 추정이라는 것은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데 권력자들이 무죄 추정을 가지고 그 방탄을 삼으려고 그러는 건 거듭 말씀드리지만 몰염치한 짓이다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실용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자기는 대통령이 되면 이념에서 탈피하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고요.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장관도 기용하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이 전 총리) 그분의 말씀은 잘게 떼에서 보면 다 그럴싸한데 모아서 보면 앞뒤가 안 맞아요. 예를 들면 친일파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는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헌법재판관들 누구 누구 을사오적 되지 마라 또 조금 마음에 안 들면 이완용이다 이렇게 몰아가고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또 친일파 문제 삼지 않겠다 그러면 어느 쪽 말을 믿어야 되는 것이냐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것이고요. 그리고 또 하나 민주당 내에 극좌 세력을 공천으로 다 정리했다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는 건데 그건 또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그 비명횡사한 사람들이 더 합리적이고 중도적일 겁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뒤집어버리잖아요. 안타깝죠. 세금은 깎아주겠다고 하면서 돈은 많이 풀겠다고 말한다든가 이게 앞뒤가 안 맞는 얘기거든요. -(이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소됐어요. -(이 전 총리) 안타깝지요. 저는 결백하시리라 믿지만 꽤 오래된 일이 이제 하나씩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마는 현행 헌법 생긴 뒤로 8명의 대통령이 있었거든요. 8명 중에 4명이 감옥 갔고요. 2명은 아들이 감옥 갔고요. 한 분은 퇴임 후에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고 그런 불행한 일을 겪지 않은 단 한 분의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는데 그분마저 이렇게 되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기자) 지난 3년간 정치가 극단적인 대결로 치달았습니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법안과 탄핵 등을 막 밀어붙였죠. 여권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계속됐어요. 이런 대결 정치가 결국은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죠. 쉬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죠. 거대 야당이 그 방법은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과잉 입법 또 무리한 예산 삭감 또 줄탄핵 이런 것 등등으로 쉬지 않고 압박을 했는데 그런다고 해서 계엄으로 대처한 것은 그분의 미숙함이고 어리석음이지요. 대통령도 뭔가 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오판을 한 걸로 보이는데요. 하여튼 그 결과를 놓고 보면 이런 사태 불행한 사태가 왔어요. 간단히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국민적 정당성을 가진 두 권력기관이 충돌한 거지요. 국회도 국민이 투표로 뽑은 거고 대통령도 국민이 투표로 뽑은 건데 둘이서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해가지고 이런 파멸이 온 거지요. 이것을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 저는 개헌을 주장했습니다마는 민주당에서 개헌을 못하겠다 그러면 이런 상태를 계속 끌고 가자는 얘기예요.잘못하면 공수만 바뀐 내전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런 얘기 아니겠어요? 그런 불행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대로 가자는 건 불을 보고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어리석은 처사지요. 그래서 이 기회에 말씀드리면 그런 불행을 끊기 위해서라도 개헌과 새로운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기자) 지금 대선전이 한창입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선 후보가 거의 90% 안팎의 득표율로 사실상 후보 확정 수순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이런 느낌이고요. 국민의힘은 이제 4강이 결정된 상황인데 당내 일각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이 전 총리) 양당이 모두 굉장히 병적인 거예요. 좀 과장되게 비판을 하겠습니다. 양쪽 다 사교하고 관계돼요. 국민의힘은 사교 클럽 같아요. 민주당은 사교 집단 같아요. 사교의 한문이 틀릴 겁니다. 예컨대 국민의힘은 뭐 결연함이나 절박함이 보이질 않아요. 그냥 정치 자영업자들 그때그때 생계나 웰빙을 위해서 보따리 싸가지고 왔다가 때 되면 돌아가는 그런 식이예요. 민주당은 일반 대중의 생각이나 감각과는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성에 갇혀서 희한한 짓들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이 계속되면 불행은 계속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침몰할 거예요. 이번에 대선을 기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혁명적인 결심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분들은 그걸 중도 혁명이라고 표현하던데요. 이름이 뭐든 간에 극단을 배제하고자 하는 혁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기자)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이 전 총리) 뭔가 국가에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야 그냥 놀아도 좋은 나이가 됐다고 생각합니다마는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이런 위기를 보고도 외면하고 혼자 안일함을 추구하면 그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뭔가 국가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기자) 국가적 위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제 파탄 난 정치가 아닐까 싶은데요. 근본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이 전 총리) 올해 들어서 국제적인 평가가 이렇게 나왔어요. 미국의 포브스가 세계 각국의 국력 평가를 했는데 대한민국이 6등으로 나왔거든요. 1등 미국, 2등 중국 3등 러시아 4등 독일 5등 영국 6등 대한민국 7등 프랑스 8등 일본 9등 아랍에미리트 연방 연합 10등 이스라엘 이렇게 나왔을 거예요. 그건 해방 이후 80년 동안 온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이룩한 아주 금자탑 같은 성취죠. 그런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산하 기관인 EIU가 해마다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라고 평가받았는데 이번에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평가받았어요. 그 당시에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는 아시아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을 1등으로 뽑았는데 지금은 일본이나 대만한테도 밀리는 걸로 나옵니다. 또 하나가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산하에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각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했는데 대한민국은 독재가 진행되는 나라로 분류해 놨어요. 이걸 다 합치면 국력은 세계 6위인데 민주주의도 떨어지고 독재가 진행된다. 이 얘기는 지난 80년 동안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이룩한 이 성취를 정치가 허물어뜨리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작년 가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신 3명 중에 한 분의 책에도 한국 얘기가 많이 나와요. 그분이 이랬어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양대 정당이다. 도무지 타협할 줄 모르고 극단으로 가는데 왜 그러냐하면 양당 모두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기 마련인데 둘이 섞어놓으면 강경파가 이겨요. 양쪽 다 강경파가 이기다 보니까 강대강의 충돌만 생기잖아요. 그래서 이걸 정치인들의 각성으로 개선한다는 건 백일몽 같은 얘기일 거고요. 다당제로 가야 됩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마음대로 못하고 제3세력, 제4 세력의 동의를 얻어야만 정치가 이루어지게끔 하면 극단 대결의 정치는 끝날 수 있을 거예요. 삼김 시대, 그게 13대 국회일 겁니다. 4당 체제였는데 그때가 안건 합의 처리 비율이 가장 높았어요. 김재순 국회의장이 '이것은 황금 황금분할이다' 이렇게 표현할 정도였거든요. 안철수 씨 국민의당에 있었을 때 3당 체제, 그때도 합의 처리 비율이 높았어요. 그런데 이제 양당 체제가 되고 어느 한쪽이 지나칠 만큼 거대한 의석을 갖게 되면 힘을 주체를 못하고 힘을 써요. 그러다 보니까 날치기가 나오고 무리한 법이 나오고 그래서 정부는 또 거부권으로 대응하고 거부권이 30번이 넘었을 겁니다. 이게 말이 안 되죠. -(이 기자) 한때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의석 40여 석 가까이 좀 얻은 적이 있죠. 호남에서 돌풍도 일으켰고요. 안건 처리 비율도 높았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왜 이렇게 양당에 집착을 했을까요? -(이 전 총리) ox 문제에 지나칠 만큼 익숙해진 거죠.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하고 마구 증오하고 적대하는 그런 문화가 생기면 그 어느 쪽엔가 속해서 가는 것이 편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좀 중재하려는 사람들을 무슨 회색분자다 사쿠라다 이렇게 모멸을 해버리지 않습니까? 그러면 대한민국 정치는 영원히 타협도 없고 그냥 강대강의 대결만 생긴다는 얘기인데 그 점에서는 우리 언론이나 우리 국민들도 조금 생각을 바꾸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자) 요즘 정치가 3김 시대보다도 훨씬 못한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습니다. 3김 시대는 정치가 참 좋았었죠. 그때는 좋았는데 왜 지금은 나쁜가, 역시 리더십이죠. 지도자가 어떤 분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덕을 많이 봤죠. 그쪽에서 많이 죽을 쓰니까 이쪽의 잘못이 덮여지는 그래서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런데  덕이 아니라 부담도 생겼을 거예요. 윤석열 정권을 겪고 나서 많은 국민들은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냐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이걸 깨닫게 되신 것 아닌가 싶어요. 제가 최근에 그런 말을 하는데요. 어떤 친구가 저한테 해준 소리예요. 대한민국이 제대로 되려면 보수는 보수해야 되고, 진보는 진보해야 된다, 그 말을 하더라고요. 무슨 얘기냐면 보수라는 게 지키는 건데 과거에 좋았던 것도 지키지 못하고 모두 파괴해서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오히려 나쁜 것만 더 득세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는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가치 이런 걸 지켜라, 그게 보수고 진보는 그들이 먼저 진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퇴보하고 있지 않냐, 당신들부터 진보해 봐라 그 얘기입니다. 그럴싸한 말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 기자) 제가 언젠가 보수쪽 4선 5선 중진 의원들께 보수의 가치가 뭡니까? 답을 못해요. 보수의 가치를 모르는 분들이 보수 세력의 중심에 있으니 보수의 가치가 지켜질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죠. 보수는 품격 신뢰 이런 것이겠죠. 미국에서 재미있는 조사가 한 번 있었어요.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어려운 사람이 도움을 청한다. 그 사람을 보수가 더 잘 도울까? 진보가 더 잘 도울까, 이런 조사를 했는데 보수가 더 잘 도운다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저는 뜻밖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설을 보면 진보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지 왜 내가 하냐라고 생각하고 보수는 이건 개인의 문제다. 내가 돕겠다 이렇게 한다는 거예요. 뭐든지 좋습니다. 좋았던 것은 지키고 퇴행적인 것은 시정하고 이래야 발전이 있을 텐데 그냥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고 특히 선거에 뭐가 더 이익이냐 이것만 생각하다 보면 한없이 상대 측을 적대하고 증오하고 모멸하고 이런 유혹을 떨칠 수가 없을 거예요. 그거 안 되려면 뭔가 좀 온건하고 합리적인 세력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걸 죽이고 있지 않습니까?네 -(이 기자) 보수의 가치는 자유고 진보의 가치가 평등이죠. 그래서 보수는 자유시장 경제, 선택적 복지, 능력에 따른 기회 평등 등을 추구하고 진보는 평등이다 보니까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평준화 교육을 추진하잖아요. 그런데 보수는 그런 자유의 가치를 좀 많이 망각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정치가 올바로 굴러가려면 양날개가 온전해야지 나를 수 있는 건데 한쪽 날개가 망가지면 다른 쪽 날개도 망가져 파탄 나는 거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 정치가 그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전 총리) 맞아요. 자유 말씀을 하셨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유를 무지하게 여러 번 외쳤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공허하게 끝나버린 거죠. 공연이 이념 전쟁만 불러일으키다가 끝나버린 것 아닙니까? 그래서 보수건 진보건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공부 좀 해야 돼요. -(이 기자) 총리님은 요즘 술 드세요?  -(이 전 총리) 전혀 한 방울도 안 한 지가 한 9개월 정도 됐습니다. 건강상의 이유인데요. 제가 술 안 마시니까 국가 경제가 더 나빠진 것 같아요. 제가 2년 7개월 13일 국무총리 하면서 끝날 때쯤 막걸리협회 감사표를 받았잖아요. 밖에 나가서 자기 돈 내고 먹는 것은 통계로 안 잡히는데 총리 공관에서 예산으로 막걸리를 사오는 것은 통계에 다 잡히거든요. 통계에 잡힌 것만 보니까 막걸리를 2년 7개월 동안 99종류 6971병을 마셨더라고요. 행사용이지요. 그래서 그 업계에서는 굉장히 초기부터 유명해졌어요. -(이 기자) 제가 왜 이 질문을 드렸냐면, 요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밥도 같이 안 먹는답니다. 술은 고사하고 밥도 같이 안 먹으니 정치가 풀리겠습니까? 일각에서는 같은 당에 있어도 계파가 다르면 밥도 안 먹는대요. 정치가 망가진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습니다. 제가 초선 재선할 무렵만 해도 국회 국정감사가 특히 야간에 많은데요. 그게 끝나면 밤 10시든 11시든 한잔씩 하고 헤어지거든요. 그냥 삼삼오오 이렇게 어울리는데 당과 관계없이 제일 선배가 술값 내주고요. 그리고 이 의원 오늘 좋았어 뭐 이렇게 칭찬해주면 좋잖아요.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된 거 참 안타깝지요. 제가 총리할 때 야당 지금 국민의힘이죠. 야당이나 여당이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1년이라서 원내대표가 바뀌면 그 원내 부대표들도 바뀌어 가지고 10여 명씩의 단체가 생기잖아요. 민주당은 제가 초청하면 다 오셨는데 국민의힘은 2년 7개월 동안 원내대표가 세 분 나왔어요. 김성태 원내대표만 저의 초청에 응해주고 나머지 두 분 얘기할까요? 나경원 정우택 원내대표는 거절해 버리더라고요. -(이 기자) 그게 그렇게 힘든 걸까요? 이런 퇴행적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사실 정치 개혁이라는 게 너무 공허한 얘기가 될 것 같아요. 밥도 못 먹는데 무슨 쟁점 현안에 대해서 절충하고 타협이 되겠어요? -(이 전 총리) 지금 양당제인데요. 저는 4당 체제쯤 됐으면 좋겠어요. 보수도 온건파 정당이 생기고 진보도 합리적인 정당이 생기고 그래가지고 완충지대가 있으면 좀 나아질 것 같다 생각하고요. 총리가 저녁 먹자는데도 안 오는가 그런 것을 죄악시하는 문화가 있어요. 자기들끼리만 어디 우물에 갇힌 것처럼 자꾸 생각을 그쪽으로 몰아가고 자기들끼리 또 확인하고 그러니까 점점 더 괴상해지는 거죠. (하)편에서 계속   leejc@newspim.com 2025-04-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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