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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가문의 흑막] ① 재일교포가 아베 父子를 키웠다

기사입력 : 2022년07월12일 15:06

최종수정 : 2022년07월19일 15:30

아베 父子 선거구는 일본 최대 재일교포 주거지
파칭코 장악한 재일교포와 아베 신조는 '이익 동반자'

[편집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사망함으로써 한일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아베의 사망은 단순히 일본 보수우익 아이콘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와, 이의 지지로 자리에 오른 현 기시다 수상은 기존의 아베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확보함으로써, 아베의 필생 숙원이었던 평화헌법 개헌론이 일본 정가를 점차 뜨겁게 데우고 있다. 일본은 과연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는가. 일본 정가의 풍향계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아베 가문과 아베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에 아베 가문과 일본 정치사의 흑막을 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역 앞 '리틀 부산(リトル釜山)'이라 불리는 그리온몰(グリーンモール) 한인 상점가에는 '아리랑(アリラン)'이라는 상호의 식당이 있다. 2022년 현재 75년 동안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식 불고기와 곱창집이다.

주인 가와다 준코(河田順子, 95세)가 남편 히데오(秀夫, 82세로 사망)와 함께 1947년에 문을 열었다. 가와다 준코는 전남 순천이 고향이다. 이름에서 앞의 '가와다(河田)' 성만 빼면 한국 이름인 순자(順子)가 된다. 한국 이름은 정순자(鄭順子)다.

[아베 가문의 흑막] 글싣는 순서

1. 재일교포가 아베 父子를 키웠다 
2. 아베 가문과 통일교의 유착
3. 칼맞은 외할아버지와 총맞은 아베의 평행이론
4. 日 역사 교과서 왜곡, 아베로부터 비롯됐다
5. 아베는 이토 히로부미 '적자', '야마구치 정권' 끝나나
6. 日 평화헌법 개헌될까...한일 관계의 미래

'아리랑'은 이곳이 선거지역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2022) 전 총리의 단골집이다. 부인 아키에(昭恵)와 자주 와서 곱창전골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식당에는 아베가 직접 쓴 '복(福)'이라는 붓글씨 액자가 그의 부인과 같이 왔을 때 찍은 사진과 함께 걸려 있다.

이 불고기집은 아베의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 1924~1991)도 다녔던 집이다. 그의 지역구 역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아베 신조의 정치적 고향 시모노세키 번화가의 휴일 풍경. 143m의 전망대 '카이쿄 유메 타워(海峡ゆめタワー)'가 보인다. [조용준 사진] 2022.07.12 digibobos@newspim.com

1993년까지의 중선거구(中選挙区) 시절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1896~1987) 전 총리는 생가가 있던 야마구치(山口) 시를 포함한 구 야마구치 2구, 그의 사위 신타로는 고향인 나가토(長門) 시와 시모노세키 시 등으로 이루어진 구 야마구치 1구가 선거구였다.

이후 소선구제로 전환되면서 시모노세키와 나가토로 이루어진 야마구치 4구(山口4区)가 현재 아베 신조의 지역구다. 그러니 시모노세키는 기시 노부스케, 아베 신타로, 아베 신조의 3대가 계속 이어온 텃밭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시모노세키라는 지명은 재일 한국·조선인에게 특별한 울림으로 작용한다. 전쟁 전이나 전쟁 때는 관부연락선이 연간 200만 명을 실어 날랐다. 한반도에서 노동자로 이송된 사람들은 이곳에 재일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패전 이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들을 보내고, 민단과 조총련이 처절한 항쟁을 벌였다.

시모노세키의 전체 인구(약 27만 명)에서 차지하는 이들 비율은 1% 정도로 전국 평균(0.4 %)의 두 배 이상이다. 일본 국적을 ​​취득한 사람과 그 가족을 더하면 시모노세키의 재일 한국인은 만 명이 넘는다.

지금 시모노세키 최대의 유흥가 부젠다도리(豊前田の通り)는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고, 지역 경제의 쇠락이 걷잡을 수 없다. 그 이전도 그랬지만 2019년 아베가 무역 도발을 한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완전히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그렇지만 1960년대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당시 시모노세키 어항의 어획량은 일본 제일을 자랑하며, 지역 경제 번영이 극에 달했다. 선원이나 수산 관계자들에 의해 떨어지는 돈만으로도 대단한 호황을 누렸고, 도쿄나 오사카 등지에서 오는 출장 손님이 매일 바글바글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다름 아닌 한일국교정상화였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는 배타적 경제수역 설정으로 인해, 이를 넘어온 일본 어선을 나포하는 일이 잦았다. 한때는 4000여 명 가까운 선원이 억류되었던 때도 있었다. 그 대부분이 야마구치 현 주민들이었다. 따라서 기시 전 총리에게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진정이 쇄도했다.

그런데 국교정상화와 동시에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면서 소위 '이승만 라인'이 철폐되었고, 시모노세키를 모항으로 하는 어선단의 어장이 단번에 확대되었다. 이 사실이 야마구치 경제의 융성을 불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시모노세키의 가라토 시장. 이 지역 수산업자들은 아베 신타로가 농림대신일 때 여러 도움을 받아 아베 신조의 후원자가 많다. [조용준 사진] 2022.07.12 digibobos@newspim.com

기시가 한일국교정상화를 발판으로 마련한 시모노세키 왕국과 인맥은 그의 비서관을 거쳐 정계에 진출한 사위 ​​신타로에게 계승되었다. 신타로는 재일(在日) 코리안 파이프를 더 굵게 키워나간다.

한때 신타로가 살았고, 아베 신조가 물려받은 부지 면적 2000여 평방미터의 대저택은 시모노세키 시내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세워져있다. 이 집의 전 주인은 요시모토 쇼오지(吉本章治)다. 후쿠오카(福岡)에 본사를 둔 파칭코 체인으로 2010년 기준 한 해 매출이 280억 엔에 달하고, 지금도 전국에서 250개 매장을 운영하는 동양엔터프라이즈 모회사인 '시치유 물산(七洋物産)'의 창업자로 일본에 귀화한 재일동포 1세대다. 작고했지만 2002년 한국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하는 등 재일 한국인 사회의 중진이었다.

그런 요시모토는 아베 신조의 아버지 신타로 때부터 시모노세키의 유력한 스폰서였다. 요시모토가 무궁화장을 수상했을 때, 파티에 내빈으로 참석한 아베 신조는 이런 인사말을 했다. "요시모토씨는 45년 전에 아버지가 국회 선거에 나왔을 때부터 교제하기 시작해서 아버지가 외무대신 때 한국에 동행했다."

그 지원은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되어있는 정치 헌금 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베의 자택과 사무실은 원래 동양엔터프라이즈 소유로, 아베 집은 이를 임대하는 형태였다지만, 임대료에 대해 회사는 "집과 사무실 합쳐 임대료가 약 20만 엔에서 30만 엔"이라고 답했다. 집은 2174㎡ 부지에 346㎡의 건물이고, 사무소는 JR 시모노세키 역 바로 앞의 449㎡ 건물이다. 아무리 지방도시라고 해도 이 두 개를 합쳐 20~30만 엔이라는 임대료는 너무나 터무니 없다.

게다가 집은 1990년에 동양엔터프라이즈에서 아베 신타로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는데, 이때 저당권이 붙은 흔적이 없다. 이후 아베 가문의 시모노세키 집은 '파칭코 저택'이라고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사무소는 지금도 여전히 아베가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사실상 공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직원들도 무상으로 제공받아 부리기도 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재일교포 이주사를 다룬 소설과 드라마로 크게 성공한 '파친코'. 재일교포와 아베 부자는 파칭코를 매개로 결탁한 이익동반자였다. [사진=애플tv+] 2022.07.12 jyyang@newspim.com

요시모토는 시모노세키에서 장사를 시작해 지반을 규슈로 넓히고 성공을 거머쥐었다. 80세 나이로 사망한 요시모토는 생전에 신타로에 대해 "사는 자세가 재일교포와 닮은, 정말 기분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시토모는 골치 아픈 사안의 처리를 매우 잘했는데, 이는 그의 폭넓은 인맥 덕택이었다. 그는 이런 인맥으로 신타로의 당선에 많이 기여했다.

원래 신타로는 선거 지반이 취약했다. 중선거구 시절 신타로가 출마한 것은 구 야마구치 1구라서, 기시의 지반을 이어받지 못했고(기시는 2구), 또 사실상의 낙하산 후보였다. 실제로 두 번째 선거에서는 낙선의 쓰라림을 맛보기도 했다.

그런데 야마구치 1구는 당선권 4석 가운데 3석은 자민당 후보가, 나머지 1석은 사회당이 갖는 구도가 정착돼 있었다. 따라서 차기 총리를 노리려면 단순한 당선만으로는 안 되고, 반드시 1등으로 당선돼야 하는 것이 지상명제였다.

게다가 신타로에겐 하야시 요시로(林義郎) 전 재무장관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다. 하야시 가문은 시모노세키 3대 명가(名家)의 하나로, '산덴교통(サンデン交通)'이나 '야마구치합동가스'라고 하는 현지 대기업의 오너였다. 이런 배경의 하야시를 이기기 위해 신타로는 지역 중소기업을 폭넓게 규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재일교포 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많은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귀화했다면 헌금을 해도 문제없고 종업원은 대부분 일본인이기 때문에 표 모으기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또한 신타로는 현지에서 표 쟁탈전뿐만 아니라 중앙 정치권의 권력 투쟁도 이겨내야 했다.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당시는 파벌 정치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총리 자리를 잡기 위해선, 돈이 아무리 있어도 부족했다. 바로 그런 시기에 시모노세키에서는 한일국교정상화로 사업 기회를 잡은 재일교포 장사꾼이 급속히 힘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교포 수산업자는 어획뿐만 아니라 '부업'에서도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60~70년대 가난했던 시절의 한국에서는 일제 손목시계가 대단히 인기가 높아, 싼 물건도 비싸게 팔렸다. 그러나 정상적 수출에는 고율의 관세가 붙었으므로, 선원들이 속옷에 시계를 여러 개 꿰매는 방법으로 밀수를 했다. 그러다보니 시모노세키의 시계상은 바느질꾼 여성들을 잔뜩 고용했다.

교포들은 수산업 이외의 장사에서도 크게 재미를 보았다. 시모노세키 전성기 때 어부들은 큰돈을 쥐고 뭍에 올라와 술과 여자, 노름에 물 쓰듯 했다. 재일교포는 원래 수산업보다 그쪽 장사가 강했다. 이후 덩치를 키운 파칭코 가게들은 바로 그때 장사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수산자원 남획으로 인해 어획이 감소하면서 시모노세키 수산업이 급속히 동력을 잃어가자, 오히려 파칭코에 손님들이 더 몰리면서 파칭코 머니의 외연이 계속 확장됐다. 지역의 재일교포들이 매일 벌어내는 방대한 현금에 총리 자리를 엿보는 정치인들이 매력을 느끼지 않을 리가 없었다.

기시 노부스케가 심복 고다마 요시오(児玉誉士夫, 1911~1984) 의원을 통해 재일거류민 중심의 폭력단 '동아회(東亜会·도세이카이)' 회장 마치이 히사유키(町井久之), 한국 이름 정건영에게 신타로를 지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도 바로 이런 지역 사정을 배경으로 한다. 

정건영은 당시 정계의 최고 폭력배 실력자 고다마 요시오와도 친구 사이로 가깝고, 또 기시는 고다마와 특별한 관계였는지라 기시는 정건영의 파티에도 가끔 얼굴을 보였다. 정건영이 도쿄 롯폰기(六本木)의 대형 복합빌딩 'TSK·CCC 터미널'을 지을 때도 주빈으로 준공식에 초대됐다. 정건영은 시모노세키에 많은 동료들이 있었으므로, 선거 때 얼마든지 '집합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아베 신타로는 1974년 농림대신으로 첫 입각을 했다. 신타로에 접근해 어획과 수산물 수입 물량 할당을 늘리려고 하는 수산업자는 일본인뿐 아니라, 당연 재일교포에도 있었다. 이에 따라 신타로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실적을 크게 늘린 재일교포 수산업자도 있었고, 그 회사들은 지금 아베 신조의 대에 내려와서도 후원을 계속 했다.

아베의 지역구 '야마구치 4구' 선거구가 지금처럼 확정된 것은 1994년이다. 아베 신조는 1996년 선거부터 20년이 넘도록 계속 의원직에 당선됐다. 이 지역구는 패할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전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는 '무풍지대'다. 이 모두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재일교포의 덕택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아베 신타로의 젊은 시절. 그가 안고 있는 꼬마는 장남 아베 히로노부(寛信). 그 옆 기시 노부스케의 딸 요코가 안고 있는 아이가 둘째 아베 신조. 2022.07.12 digibobos@newspim.com

아베는 지난 2013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카지노는 장점이 있다.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지노 특구' 신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아베가 이처럼 경제 진흥 효과에 물음표가 있는 카지노를 고집하는 이유는 파칭코 업계와의 밀월 관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베야말로 파칭고 의원의 최우익(最右翼)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본에서 파칭고 업계는 카지노 특구 실현을 위해 정치권에 끊임없이 로비를 해왔다. 일본 도박산업은 2013년 통계로 규모가 19조660억 엔의 거대한 시장이다.

일본에는 'IR 의연(Integrated Resort 議連)'이라는 것이 있는데, 정식 명칭은 '국제 관광산업진흥 의원연맹'이다. 즉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의원들의 단체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의 이름일 뿐 정가에서는 이를 '카지노연맹'이라 부른다. 다시말해 'IR 의연'은 '파칭코련'의 별동대 격인데, 아베가 이 연맹의 최고 고문이다. 파칭코 업계 최고의 세가사미 홀딩스(セガサミーホールディングス)의 하지메 사토미(里見治, 1942-) 회장은 아베와 막역한 사이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아베와 재일교포 파칭코 업계와의 스캔들을 다룬 '주간 포스트' 2012년 10월 26일호 기사 [사진=주간 포스트] 2022.07.12 digibobos@newspim.com

카지노를 포함한 통합 리조트를 일본에서도 합법적으로 도입하는 'IR 정비법'은 2018년 7월에 정식 통과됐다. 일본의 파칭코는 거의 모두 재일교포들이 장악하고 있다. 기시 노부스케에서 아베 신타로, 아베 신조의 3대에 걸친 정치 일족이 재일교포 인맥을 정치적 자산으로 운용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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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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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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