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해외거래소 통해 5000만개 매도 '시장 충격'
위메이드‧거래소 "문제없어"…공시 의무 미비 문제
업비트 상장 시간 공개해 '잡음'…상장 후 150% 뛰어
"도의적 이해 아닌, 적극적 제재 장치 필요한 시점"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정리가 돼가던 가상자산업계에 '위믹스(WEMIX) 사태'가 번지며 업계가 떠들썩하다. 위믹스를 거래하던 가상자산거래소나 이후 상장한 거래소들 모두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코인 공시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나 여전히 업계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믹스 매도, '공시 의무' 없어 생긴 사태
(사진=위믹스) |
1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게임사인 위메이드는 자사가 발행한 코인 위믹스를 약 5000만개 매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메이드 주주들과 위믹스 투자자들은 "사측이 주가 부양, 이익실현을 위해 위믹스 코인을 대량 매도한 것 아니냐. 제2의 카카오페이다"라는 의견이 들끓기 시작했다.
위믹스 매도 사건 발생 당시 국내 거래소에는 빗썸, 코인원, 코빗에 상장돼 있었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국내 거래소가 아닌 해외거래소에서 위믹스 코인을 분할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량 매도가 알려진 후 지난 10일 오전 빗썸에서 7400원 안팎까지 올랐던 위믹스 가격은 오후 4700원선까지 급락했다.
위메이드 측은 이미 위믹스 상장 시에 매도할 것이라는 공시를 했기 때문에 예고된 것이였다는 입장이다. 위믹스 백서에는 "위메이드는 총 10억개의 위믹스를 발행하고 이 중 74%를 장기적인 성장 지원에 활용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매도 시점, 물량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위메이드를 취급하는 국내 거래소들은 일제히 "결과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가 이번 위믹스 매도 관련 공시를 따로 하지 않았고, 때문에 거래소는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시할 수 없었단 얘기다.
만약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를 추진한다면 공시 플랫폼인 '쟁글' 등을 통해 매도 공시를 우선적으로 한 후, 2차로 거래소로 내려오는 시스템이다. 이후 대량 매도가 이뤄진다면 거래소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알림이 뜨고 내역이 잡힌다.
하지만 코인 공시는 '의무 공시'가 아니다. 여기서 이번 '위믹스 사태'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공통적인 지적이 나왔다. 의무 공시가 아니기에 투자자도, 거래소도 매도 정보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특금법 상에는 코인 공시와 관련된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
거래소 관계자는 "위믹스 측에서 이번 매도 관련한 공시를 따로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며 "특금법이 시행된 이후 거래소에는 자체적으로 상장, 공시 등을 굉장히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공시가 의무 규정이 아니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고, 업권법이 없는 이상 앞으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FIU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권법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현재로서는 거래소에게 제대로 심사해서 영업하라는 식의 권고 정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업비트, 위믹스 상장 '잡음'
(사진=업비트) |
여기에 지난 11일 업비트에 위믹스가 상장되면서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위믹스가 트위터를 통해 업비트 '상장 시간'을 미리 공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코인 상장 시간 등을 미리 알리는 경우는 없다.
매도 충격으로 가격이 떨어졌던 위믹스는 업비트 상장 직후 150% 상승하며 1만3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위믹스 거래량은 상장 직후 거래량의 70%가 업비트에서 이뤄지는 모습도 보였다. 위믹스는 그간 빗썸의 '효자 코인'으로 빗썸에서 높은 거래량을 차지했지만, 업비트 상장 이후 거래량이 30%로 줄었다.
업비트는 위믹스 상장시간 공개에 대해 '소통 오류'라고 해명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는 거래지원 심사를 위한 근거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외에 디지털 자산 거래지원 개시 이전에 거래지원 여부, 시점 등을 프로젝트팀과 일체 공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상장 시점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 하다"며 "위믹스 매도 사태로 여론이 좋지 않을 때 굳이 상장했어야 했을까란 의문이 든다. 논란을 의식했다면 업비트가 상장을 미루는 편이 깔끔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주식시장 수준까지 올라왔다면 그 정도까지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투자자와 기업의 신뢰, 이용자 보호, 업계 질서 등 여러 방면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시장을 제도권에 안에 품을 껀 품고, 혁신이 필요한 부분에선 지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처럼 도의적 이해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제재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