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526만·'명당' 207만·'협상' 194만 동원…BEP 돌파 힘들어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추석 극장가 대전이라 불리던 영화 ‘안시성’, ‘명당’, ‘협상’이 개봉 4주 차를 넘어섰다. 여름 성수기 못지않은 혈전이 점쳐졌지만, 이번에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싸움이었다. 오히려 과열 경쟁으로 모두가 해(害)를 입었다.
시작은 호기로웠다. 올 추석은 연휴만 5일에 마지막 날인 9월26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 그만큼 많은 관객이 극장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안시성’, ‘명당’, ‘협상’ 모두 한 치의 양보 없이 지난달 19일 동시 개봉을 강행했다. 여름 시장에서도 한 주차 텀은 두기 마련인데 이렇게 큰 버짓의 영화가 같은 날 베일을 벗은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추석 극장가 승기를 잡았던 영화 '안시성' 스틸 [사진=NEW] |
어찌 됐건 경쟁이니 승자는 존재했다. 조인성 주연의 ‘안시성’이었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승기를 잡은 영화는 점점 격차를 벌리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안시성’은 10일까지 526만7098명의 관객을 모았다. 올해 한국 개봉 영화 최고 흥행작인 ‘신과 함께-인과 연’(누적관객수 1204만1474명)을 잇는 성적이다.
그러나 상대적 기준의 ‘승자’와 절대적 기준의 ‘성공’은 다른 문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관객을 사로잡았지만, 손익분기점(BEP)을 넘지 못하면서 성공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안시성’의 총제작비는 200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560만명 선이다. 게다가 개봉 4주 차. 여전히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1, 2위를 다투는 ‘암수살인’, ‘베놈’과 비교했을 때 일평균 관객수가 적게는 65만, 많게는 318만명까지 차이 난다.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해도 실수익을 얼마나 챙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안시성’의 상황이 이러니 ‘명당’과 ‘협상’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차트 아웃된 ‘명당’은 누적관객수 207만3073명, 뒷심을 발휘했던 ‘협상’은 누적관객수 194만8320명을 모았다. 두 작품 모두 약 120억원 제작비가 투입돼 300만명 이상이 영화를 관람해야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 사실상 지금으로서는 손익분기점 도달이 어렵다.
결국에는 피 터지는 싸움으로 모두 제 살을 깎아 먹은 모양새다. 이러한 결과는 개봉 전부터 어느 정도 우려된 부분이기도 했다. 시장 규모는 한정적인데 세 편의 대작이 관객을 나눠 먹어야 하니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곳곳에서 나왔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같은 시기도 아니고 이렇게 같은 날 큰 예산의 영화가 개봉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일주일씩 격차는 있었고 그게 상도였다. 워낙 호시기라지만, 이렇게 되면 다 죽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8월 중순부터 계속 관객이 소강상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평양정상회담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워낙에 큰 이슈다 보니 극장보다는 뉴스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진단했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