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영 대표 사고 책임론 다시 고개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전국 공사 현장에서 올해 다섯 번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경영진의 책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고의 책임이 명확히 규명될 경우, 막대한 비용 부담은 물론 대표이사의 거취 문제도 논의의 중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3분기 적자만 약 2000억원…반복된 사고에 재무 부담 커져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회사가 부담해야 할 보상 및 복구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복된 안전사고로 이미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현실화되면, 경영진의 책임 문제와 함께 대표이사 교체 가능성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오후 1시 22분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여의도 신안산선 4-2공구 여의도정거장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철근이 낙하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올해 4월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공구 터널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후 8개월 만에 또다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당국은 지하 70~80m 지점에서 철근망이 원인 불명으로 붕괴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사고 직후 현장을 찾아 "사고로 소중한 동료 한 분이 유명을 달리하신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전사적인 안전 강화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점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의 재무에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올해 3분기 신안산선 사고 관련 비용, 건축부문 대손, 안전 점검 비용 등을 반영해 1947억원의 영업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669억원에 이어 3분기에 2881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616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이익률은 -5.1%까지 떨어졌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올 4월 신안산선 5-2공구 공사현장 붕괴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함양~울산고속도로, 광명~서울고속도로 등 다수 현장에서 연달아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월 100개 이상의 전국 현장의 작업을 약 1개월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일부 매출에 공백이 발생했고, 공사 중단으로 인한 예상 손실이 반영됐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3분기 대규모 손실의 주된 원인은 지난 4월 신안산선 붕괴사고 현장의 지체상금과 복구공사 비용 관련 충당금"이라며 "연이은 안전사고 이후 전 현장을 일시 중단하고 실태 점검을 진행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재무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 이후 공사원가 상승과 수익성 저하로 이익 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운전자본 부담이 지속되며 차입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상반기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809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8358억원 증가하며 무차입 구조에서 벗어났다.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올 4분기에도 약 2300억원 수준의 추가 공사 중단 손실과 대손 반영이 예상된다"며 "이를 감안하면 2025년 연간 누적 영업적자는 4000억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고, 일부 준공 프로젝트에서 운전자본을 회수하더라도 차입 부담은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취임 5개월밖에 안 됐는데…" 대표이사 교체론 다시 수면 위로
이번 사고에서 시공사 과실이 명백히 인정될 경우 포스코이앤씨가 부담해야 할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전면 재시공 비용 5500억원을 전액 손실로 반영하며 적자 전환을 겪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2022년 광주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고 후 337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사망 사고의 경우, 합의금과 추가 민·형사상 비용이 더해지며 손실 범위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당초 다음 달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추가 시료 채취가 필요해 조사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명시는 사고 이후 도로 통행이 전면 통제되며 발생한 교통 혼잡 비용과 버스 회사의 재정 손실을 이유로 포스코이앤씨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잇따른 사고로 영업 환경은 악화할 공산이 크다. 전 연구위원은 "사고 이후 영업정지나 제재가 뒤따를 경우, 브랜드 인지도와 시공 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어 수주와 분양 등 주택사업 전반에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의 거취에도 시선이 쏠린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8월 중대재해가 반복되자 정희민 전 사장이 사임했고,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TF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취임 후 '안전 최우선 경영'을 내세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취임 6개월 만에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 인사에서 경영진 교체보다는 현 체제 안정화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포스코이앤씨의 잇따른 사망 사고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전례가 있어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사망 사고가 나면 대표이사가 물러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며 "잇단 사고를 겪은 기업 입장에선 이 같은 흐름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