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중단에 공정 불확실성 커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올해에만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철근 낙하라는 직접 원인 뒤에 공법 특성과 시공 관리, 안전 검증 과정 전반을 둘러싼 복합적인 쟁점이 얽힌 모습이다.

◆ "안전 시험엔 문제 없었는데" 원인은 미궁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발생한 여의도 신안산선 지하 공사현장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일 오후 1시 22분쯤 여의도 신안산선 4-2공구 여의도정거장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철근이 무너지며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로 올 4월 경기 광명시에서 같은 신안산선 다른 공구 터널 공사현장이 붕괴하며 사망 사고가 벌어진 이후 8개월 만이다. 소방당국은 지하 70~80m 지점 터널 상단부에서 사망한 근로자에게 철근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책임자인 이상옥 신안산선 4-2공구 감리단장은 "여의도 정거장은 총연장 180m 길이로 21개 경간으로 나눠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 중이었고, 사고 당시 16개 경간이 완료된 상태"였다며 "1개 경간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철근 조립을 마친 구간에서 작업하던 중, 상부에 조립돼 있던 철근이 원인 불명으로 낙하했다"고 말했다.
낙하한 철근 두께는 25~29㎜ 수준으로 철근망이 경간 단위로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로는 약 30~40m에 달하는 구간이 함께 붕괴했다. 이 단장은 "시설물 시공 과정에서 철근 낙하 가능성 등을 포함해 여러 차례 안전성 시험을 거쳤고, 현재까지 안전관리상 하자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 결과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안산선에 적용된 NATM(나틈) 공법에서의 철근 누락 발생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NATM은 굴착 이후 숏크리트와 록볼트를 설치해 지반 자체가 하중을 분담하도록 하는 공법이다. 지반 이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강재를 순차적으로 설치하는 구조인 만큼 시공·관리 과정에서 변수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철근과 같은 보강재는 상부에 앵커로 매달린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충격이나 시공 편차가 발생할 경우 낙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가 나틈 공법으로 시공된 408개의 철도 및 도로 터널 중 굴착 시공 구간에 철근(단철근·복철근)이 설치된 현장을 분석한 결과, 철근 노출이나 라이닝(터널 안쪽 벽면을 덧대는 콘크리트 구조물) 균열 등의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 여건에 따라 타설이 충분히 되지 않거나 열화 등으로 라이닝 박탈이 발생하면 철근이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 배면 침투수에 의해 라이닝에 화학적 융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능성 있는 가설이 상당해 정밀안전진단 없이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나틈 공법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보강재 설치 후 사후 확인이 쉽지 않은 구조적 특성상 시공 관리와 검측 체계가 안전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사망 사고만 여러 번…신안산선 전체 개통 지연 불가피
NATM 공법의 한계는 앞서 발생한 명일동 지반 침하 사고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 공법은 산악 지형 중심으로 개발돼 도심지 심층 토사층에서 대규모 쐐기형 토체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 도심지에서는 NATM 적용 사례가 많지 않다.
국내에서 NATM이 관행적으로 선택되는 배경에는 경제성이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심지에서 NATM을 계속 쓰는 이유는 결국 공사비 때문"이라며 "지하수를 빼지 않는 TBM(터널굴착기) 공법이 안전성 측면에서 더 적합함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NATM이 선택돼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곧바로 공법 문제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NATM 자체가 위험한 공법이라기보다는, 시공 과정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나 시공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정밀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전날 공사현장을 찾아 "사고로 소중한 동료 한 분이 유명을 달리하신 데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전사적인 안전 강화 조치를 했음에도 또다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점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현장에서도 공법상 문제는 없다는 발언이 나왔다. 이 단장은 "라이닝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방수까지 완료된 상태라 상부 붕괴·침하 등 여지가 전혀 없으며 터널에 구조적인 결함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터널 자체가 지하 76m 암반에 건설돼 있어 추가 붕괴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강희업 국토교통부 2차관은 당일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지하 터널 내부를 점검하고 수습 상황을 확인했다. 강 차관은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신안산선 전 구간에 대해 전수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이 고용노동부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전체 공정에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고로 신안산선 개통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광명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아서다. 당초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다음달 중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추가 시료 채취가 필요해 조사 기간은 더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사고 이후 해당 공구 본선 공사는 현재까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광명시는 사고 도로가 전면 통행금지 상태에 들어가며 발생한 교통 혼잡 비용 등에 쓰인 행정 비용과 버스 회사의 재정 손해가 막심하다며 지난 17일 포스코이앤씨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시공 중인 터널이 무너졌던 유사 사례를 고려했을 때 신안산선 전체 개통이 1~2년 이상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짙다. 실제로 부전~마산 복선전철은 2020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낙동1터널 내 피난갱 3번 시공 중 연약지반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정이 중단됐다. 현장에 물이 차면서 해당 사고의 복구에만 수 년이 소요되며 전체 개통 일정이 5년 이상 늦춰졌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