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으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강하게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면서, 올해 글로벌 통화 완화 랠리를 기정사실화했던 투자자들의 베팅은 급격히 '금리 인상' 쪽으로 뒤집히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늑장 대응' 논란을 겪었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번엔 더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경계감도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는 모습이다.
◆ 주요국 금리 전망 변화
유럽중앙은행(ECB)은 유가·가스 변동성 확대가 물가 압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스왑 시장에서 올해 최소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새롭게 반영됐다. 앞서 시장은 ECB가 2024년에 시작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올해도 이어갈 확률을 약 50%로 점치고 있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관련 베팅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

선물시장은 연내 0.25%포인트 인하를 1~2회 정도만 반영하는 흐름으로 기울었고, 연준 내부에서도 이란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물가에 미칠 영향과 금융여건 파급을 예의주시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번 사태가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면서도, 유가·금융 여건 측면의 파급이 어느 정도일지 확신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의 석유 의존도가 과거보다 낮아 유가 변동이 경제의 근본 흐름을 바꾸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이란 분쟁이 이미 불확실했던 전망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물가 상방 위험은 존재하지만 관세 영향이 점차 소멸하는 구간에서 올해 후반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들의 경계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당초 연내 1회 인하" 전망에 대한 확신이 약해졌다고 밝히며, 핵심 변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세의 '지속 기간'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공급·물류 충격이 겹칠 경우 유가 급등세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 통화정책 경로를 흔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영국의 경우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분쟁 이후 0.4%포인트 이상 급등해 약 4%까지 치솟았고,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확신하던 시장은 인하 베팅을 상당 부분 거둬들이며 내년 인상 가능성까지 일부 열어두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통화 강세 방어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스위스중앙은행(SNB), 통화 완화가 유력했던 캐나다 중앙은행 역시 올해 말까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되며 '글로벌 긴축 공포'가 확산하는 흐름이다.
◆ 전문가 분석 및 전망
전문가들은 정책 당국자들이 2022년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급등 국면에서의 '일시적(transitory) 오판' 트라우마를 의식해, 2차 물가 상승 효과가 확인되기 전부터 더 빠르게 긴축(또는 완화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프레데릭 뒤크로제 픽테 웰스매니지먼트 리서치 책임자는 채권 시장이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오를 위험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위험 가격이 재평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마이클 손더스 전 BoE 정책위원도 중앙은행들이 2차 효과를 '기다리기'보다 선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가 과도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카르스텐 유니우스 J 사프라 사라신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15% 오르더라도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2.1% 수준에 그쳐 ECB의 중기 목표치(2%)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하며, '일시적 충격'은 흡수 가능한 범주일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놨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