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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지만 전쟁 장기화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재정 부실 우려가 고조되면 강세 흐름이 꺾이지 않을까.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진다. 걸프 상공과 호르무즈 해협 위험이 커질 때마다 달러 인덱스는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 그 밖에 신흥국 통화는 동반 약세 흐름이다.
인공지능(AI) 도구로 과거 전쟁과 위기 국면을 교차 비교해 보면, 과거 걸프전과 이라크전, 러–우크라이나 전쟁, 팬데믹 초기까지 꽤 일관된 '위기 때의 달러 공식'에 해당한다.
미국이 팬데믹 이후 누적된 재정 적자와 높은 부채, 정치 양극화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취약한 재무 구조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와 높은 금리가 만드는 달러 강세가 어디까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배경이다.
과거 전쟁과 지정학 충돌 당시의 달러 인덱스, 미 국채 금리, 유가, 기대 인플레이션, 다른 주요 통화와의 상대적 움직임을 동시에 꺼내와 패턴을 추출해 보면 전쟁 직후 3∼6개월의 달러와 전쟁이 2∼3년 이상 이어진 뒤 달러는 기능과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쟁이나 대형 위기가 터졌을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무엇보다 먼저 작동하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다. 지정학 리스크가 급등하면, 유럽과 신흥국, 원자재 통화에서 위험자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그 자금은 결국 미국 국채와 현금성 달러 자산으로 이동한다.
AI 도구로 1990년 걸프전, 2001년 9·11, 2003년 이라크전, 2022년 러–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몇 달간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쇼크 직후 대부분의 사례에서 달러 인덱스가 뛰고, 유로와 엔,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공통된 흐름이 확인된다.
유가와 인플레이션, 금리 기대의 조합도 전쟁 직후 달러 강세를 돕는 또 다른 축이다. 전쟁 초기에는 석유 공급 차질 우려와 운임·보험료 상승 때문에 유가와 정제 마진이 빠르게 되받아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위로 돌아설 가능성이 부각되면,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생각보다 오래 높은 수준에 묶어둘 수 있다고 가정하게 된다. 때문에 금리선물과 스왑 시장은 인하 횟수와 시작 시점을 수정하며 사실상 같은 판단을 내리게 된다. 높은 금리와 안전자산 선호가 결합된 환경에서 달러가 힘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여기에 달러 유동성과 레버리지 포지션의 구조적 요인이 더해진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는 단순한 투자 통화가 아니라 결제와 상환의 기본 단위 역할을 한다. 위기가 오면 레버리지 ETF와 파생상품, 크레딧 포지션에서 강제 청산과 보증금 보충이 급증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현금 역시 대부분 달러다.
미–이란 전쟁의 초반 국면 역시 달러 강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런 달러 강세가 미국의 재정·부채·정치 리스크와 만나 어떤 방향으로 변질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재정과 부채는 이미 역사적 고점에 가깝다. 큰 폭의 재정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환경에서 이자 비용 부담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의료·연금 지출, 기후·인프라 투자, 국방비 확대가 동시에 예고된 상황에서,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되어 국방·안보 예산을 상시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재정과 부채의 경로는 추가 압력을 받게 된다.
전쟁이 없더라도 미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이미 적지 않다. 여기에 전쟁으로 인한 방산 비용과 중동 파병, 공급망 재편 비용이 더해지면, 국채 발행 규모와 장기금리의 균형 수준이 구조적으로 한 단계 위로 옮겨갈 수 있다는 그림이 나온다.
높은 부채와 높은 금리, 높은 인플레이션이 겹치면, 장기 투자자가 미국 국채와 달러에 대해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얼마나 달라질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이 지점에서 달러의 장기적 방향을 가르는 조건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 번째는 금리와 인플레이션의 조합이다. 실질금리가 안정적으로 플러스이고,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 안에 머물러 있다면 높은 명목금리와 깊은 시장을 바탕으로 달러는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재정 불안과 정치 갈등 속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부채, 높은 금리가 동시에 지속되면 미국 자산을 보유하는 비용이 커지면서 '안전하지만 비싼 피난처'라는 인식이 강해질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신뢰와 제도 리스크다. 미국은 그동안 부채 상한 협상 파탄, 정부 셧다운 위기,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최종 안전자산'이라는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가 반복될수록 달러와 미 국채에 붙은 '무위험'이라는 라벨에는 작은 균열이 생긴다.
세 번째 조건은 대체 통화와 자산의 준비 정도다. 달러가 약해지려면, 단순히 미국의 약점이 드러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유로와 엔, 위안, 금, 혹은 일부 디지털 자산과 실물 자산이 실제로 달러의 빈 공간을 받아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와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주요 외신과 투자은행, 싱크탱크의 보고서를 AI 도구로 종합해 보면 유럽은 에너지 의존과 성장 부진, 정치 리스크,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과 국채 시장의 특수 구조, 중국은 자본통제와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아직까지 진정한 의미의 안전자산 블록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반복된다.
금과 일부 실물 자산이 일정 부분 대체 기능을 하더라도, 달러를 전면적으로 밀어낼 수 있는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거 사례를 근거로 때 전쟁이나 위기 직후 3∼6개월 동안, 달러는 거의 예외 없이 강했다. 그러나 전쟁이나 위기가 2∼3년 이상 길어졌을 때, 달러의 방향을 결정한 것은 더 이상 전쟁 자체가 아니라 그 사이에 등장한 다른 요인들이었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전환, 다른 지역의 금융·재정 위기, 새로운 통화정책 레짐의 등장이 달러의 절대 수준과 상대 가치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전쟁은 달러 강세를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지만, 그 강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는 결국 전쟁을 둘러싼 더 넓은 거시·정치 환경이 결정한다는 의미다.
단기적으로는 달러와 미 국채가 여전히 가장 확실한 방파제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쟁이 몇 년 단위의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재정·부채·정치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달러에 모든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몰아주는 전제 자체를 재검증해야 할 전망이다.
higrace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