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부지 주거 전환은 정책 오류"…교통·환경 파탄 우려
"태릉, 종로 세운지구 개발과 이중 잣대 부당 …국가 정책 신뢰 훼손"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용산구와 노원구, 경기 과천시 주민 및 일부 지자체 인사들이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에 반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해당 지역이 공급 대책과 관련해 연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에서 집회를 열고, 지난 1월 29일 발표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1·29 대책)'이 도심 핵심 전략 부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도시계획적 검토 없이 추진됐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 용산·노원·과천 주민 공동 집회…사회적 합의 부재 지적
4일 오전 용산, 노원, 과천 주민들이 모여 결성한 '1.29 부동산대책 철회 공동대응'은 서울 용산구 국제업무지구 부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 주최자인 김성철 용산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김동진 과천 경마공원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이하 과천 경마공원 비대위), 김경태 노원구의회 부의장 등 각 지역 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아울러 조상현 법무법인 상현 대표 변호사, 이상화 노원바른소리주민연대 상임대표, 이미재 용산구의회 의원, 손명영 노원구의회 의원, 김용호 서울시의회 의원 등 각계 인사와 지역 주민 50여명이 합세했다.
이날 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낸 이유는 결국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공통된 문제의식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1.29 부동산 대책은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입지의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청사 등을 활용해 총 6만가구를 2030년까지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용산 정비창 부지의 용적률을 대폭 높여 1만가구를 짓는 등 용산구에 총 1만3500가구를 짓고 노원구 태릉 군 골프장 부지에는 6800가구, 과천 서울경마장 및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통합 개발로 9800가구를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으며 발표된 6만가구 중 서울 공급 물량의 상당수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 공급 정책에서 발표됐던 후보지와 겹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핵심 부지 주거 전환은 정책 오류"…교통·환경 파탄 우려
이날 현장에 나선 용산, 노원, 과천 주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일방적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주요 공공부지에 대한 주택공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제업무지구, 과천경마공원, 태릉골프장과 같은 국가와 지역의 핵심 전략 부지를 단순한 주택공급 대상지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 미래 성장 동력과 도시 경쟁력을 훼손하는 중대한 정책 오류"라며 "국제업무지구 및 주요 공공부지에 대한 주택공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가 미래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장기적 도시개발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김성철 용산구의회 의장 역시 6만가구가량의 대규모 공급 대책을 주민 공청회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07년 시작된 사업이 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부도를 맞은 뒤 오세훈 시장 체제인 2022년 개발 구상안이 발표됐고 지난해 11월 기공식까지 마친 상태"라며 "이를 충분한 합의 없이 주거 위주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중대한 정책 오류"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대책을 두고 "문재인 정부인 2020년 8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발표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무산된 내용을 그대로 재탕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천 시민들의 반발 역시 거셌다. 김동진 과천 경마공원 비대위 위원장은 9800가구 아파트 공급으로 인한 광역 교통망 마비와 교육 인프라 파탄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과천은 분지 지형으로 남태령 등 진출입 통로가 극히 제한적인데 수만 대의 차량을 쏟아붓는 것은 지리적 살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마사회로부터 얻는 연간 약 500억원 규모의 세수가 상실됨에 따라 지자체의 재정 파탄과 기반시설 확충 비용 부담이 시민의 혈세로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태릉, 종로 세운지구 개발과 이중 잣대 부당 …국가 정책 신뢰 훼손"

노원구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 역시 국가 생태정원으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환경 파괴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태릉골프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강릉의 완충지대이자 멸종위기종 서식지인 비오톱 1등급 지역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역인 만큼 세계 문화유산 보존 원칙이 지켜져야 함에도 세운지구 개발과 다른 잣대가 세워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경태 노원구의회 부의장은 "종로 인근 세운지구 개발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왜 태릉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나, 세계유산 보존의 원칙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원칙이 아니다"라며 "이중 잣대는 국가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법적 절차 훼손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장에 참석한 행정사사무소 해결의 지태훈 행정사는 "교통대책 수립 없이 발표된 이번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 현재 정보공개청구를 진행 중"이라며 "거부 처분 시 이의신청과 행정심판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행정 계획 단계로 넘어가기 전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와 영향 평가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