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폭격하고 기도하기는 전략 아냐"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의 승리를 자신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작전 기간이 4~5주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밝히고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등 장기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전쟁을 언제 어떤 조건에서 끝낼지에 대한 '출구 전략(Exit Strategy)'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트럼프 "4~5주 예상하나 훨씬 더 길게 갈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이번 작전이 약 4~5주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더라도 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고 말해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지상군(boots on the ground)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해, 필요시 지상군 카드까지 이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남겨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군 지휘부도 미군 추가 파병 방침을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확전 의지를 뒷받침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중동 지역에 추가 전투기와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전력 증강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케인 의장은 추가 인명 손실을 예상한다며 미군 희생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인정해, 장기전 우려를 키웠다.
반면 곁에 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것은 이라크가 아니며, 끝없는 전쟁도 아니다"라고 애써 강조했다. 전력을 증강하면서도 장기 점령전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 군 수뇌부의 엇갈린 메시지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란에서 직면한 전략적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 "도자기 다 깨놓고 알아서 붙이라는 격"
이처럼 미국이 확전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데 비해,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 이란 공격과 관련한 '선(先) 타격 후(後) 방관' 식 접근에 미 의회 내 민주당 의원들은 강력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우리가 모든 도자기를 다 깨버릴 테니, 나머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붙이라는 식이다. 그것이 현재 미국의 전략인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하메네이 제거 이후의 혼란을 관리할 구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일단 "폭격부터 하고 나머지는 현지에 맡기는 '폭격하고 기도하기(Bomb and hope)'식 접근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NYT는 헤그세스 장관과 케인 의장이 합동 브리핑에서 "이란의 핵과 미사일, 해군을 파괴한다는 포괄적인 목표만 반복했을 뿐, 전쟁을 언제·어떤 상태에서 끝낼지에 대해선 실질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CSIS "중동 질서 전환 대전환기…출구 안 보여"
워싱턴의 대표적 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현 상황을 중동 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세대적 분기점(defining moment)"으로 규정했다. CSIS 중동프로그램 모나 야쿠비언 국장은 이번 사태가 "이미 변동기에 들어선 중동 질서가 또 한 번의 대전환기(hinde moment)를 맞고 있다"며,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이 권력 구조 붕괴와 내전, 난민 유출 등 장기적 불안정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야쿠비언 국장은 하지만 미국이 명확한 사후 대책 없이 군사적 개입의 수위만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의 입구는 보이는데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압도적 무력이 이란 수뇌부를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거대한 공백'이 중동 전체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장기전·확전 우려만 커지는 가운데, 이번 전쟁을 어디에서 어떻게 멈출지에 대한 미국의 출구 전략은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 국제사회의 가장 큰 우려이자 고민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