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성인 비만 예방 위한 '조기 치료' 필수
위고비, 청소년 처방 승인…치료 접근성 확대 기대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소아청소년 비만이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성인 대비 소아청소년 비만의 합병증 위험성이 큰 만큼, 비만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 제약은 27일 서울 비앤디파트너스 회의실에서 '10년 새 두 배로 증가한 국내 청소년 비만, 올바른 치료 로드맵은?'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열고 청소년 비만의 의학적 실태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접근법을 모색했다.
![]() |
| 이영준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이 27일 열린 미디어 세션 행사에서 청소년 비만 문제를 예방과 교육, 지역사회 지원 등 다층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한국 노보노디스크 제약] |
이영준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내분비 분과전문의)은 "10대 아이들이 비만을 앓게 되면 비교적 이른 나이인 20~30대에 합병증이 생긴다"며 "사회적 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합병증으로 문제를 겪게 되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성인 비만 치료는 체중 감량이 목표지만, 소아청소년기에는 '성장'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있어 치료 접근법이 다르다"며 "비만을 지나치게 미용 목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식하고 가정·학교·지역사회가 함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상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 비만 환자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며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통해 가족력(유전적 요인), 사회·환경적 요인, 내분비적 요인, 신경심리학적 요인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학생의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학생은 43%, 여학생은 24.6%로 집계됐다. 특히 14세 이후 비만 및 과체중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 교수는 "부모 모두가 비만일 경우 자녀의 비만 위험률은 5.9배에 달한다"며 "가족력과 생활 환경을 파악하고 소아청소년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해 조기에 개선하는 것이 성인 비만으로의 이행을 막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홍용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ACTION Teens 연구 결과, 해외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청소년은 체중 관리를 스스로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 낙인을 내면화할 위험이 있다"며 "이는 청소년들의 체중 감량 의지와 노력이 보호자나 의료진에게 충분히 인지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들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조절이 어렵거나 합병증이 동반될 경우, 경험 있는 전문의 판단 아래 12세 이상 청소년부터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며 "부작용 등의 이유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많지는 않지만, 약물이 허가됐다는 건 비만이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청소년 처방이 승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한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요법으로 위고비의 적응증 확대를 허가했다.
투여 대상은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 기준 30㎏/㎡ 이상이면서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다. 다만 식약처는 청소년 환자의 경우 주 1회 2.4㎎ 또는 최대 내약 용량으로 12주간 투여한 후 BMI가 최소 5% 이상 감소하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 적응증 확대가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비만 진단과 치료를 받고 의료진을 만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비만은 '미용'이 아닌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영준 교수는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치료제가 승인됐지만,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비만은 미용 목적이 아닌 질병 치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치료에 있어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은 성인 비만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며 "치료 과정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비만을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