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연립·다세대 전세계약 31.9%가 2년 전보다 전세가 하락
대구 64.3% 등 지방 '역전세난' 현실화
역전세 빌라 보증금, 2년간 평균 1751만원 하락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전세사기가 발생한 지난 2년 사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를 보이며 세입자 부담을 키운 것과 반대로 연립·다세대 주택 시장에서는 전세가가 종전보다 하락하는 '역전세'가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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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역전세 발생 비율. [자료=집토스] |
23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2023년 상반기와 올 상반기 전국 연립·다세대 실거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동일 평형의 전세 계약 1만4550건 중 31.9%(4641건)에서 보증금이 하락했다.
인천 역전세 비율은 70.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며 대구(64.3%) 부산(48.0%) 대전(44.1%)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24.0%, 경기는 41.0%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역전세가 발생한 빌라의 평균 보증금은 2년 사이 10.3% 줄었다. 2023년 상반기 1억8268만원에서 올 상반기 1억6518만원으로 조정된 셈이다.
광주의 경우 역전세 빌라 보증금 평균 하락액은 3364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낙폭이 컸다. 대구(-2524만원)와 제주(-3750만원) 등도 하락 액수가 높았다. 또 서울과 경기에서 역전세가 발생한 집주인은 각각 1800만원과 1786만원의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아파트 전세시장은 매매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세입자의 보증금 증액 부담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며 "반면 빌라 시장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며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지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 것"이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등장한 전세대출 규제가 향후 연립·다세대 주택에 대한 전세가 하방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책에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를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품에 따라 한도가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줄어들면서, 대출을 이용해 보증금을 마련하던 빌라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에게는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빌라 시장의 역전세 문제는 보증금 반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