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피해자 39.5%가 피의자 가족·친인척
"지속적인 갈등이 상해, 폭행, 살인 사건으로 이어져"
"갈등 상황에서 더 현명하게 해소할 수 있는 자세 필요"
[서울=뉴스핌] 최수아 기자 = #1. 지난 1일 치매를 앓던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아들이 아버지의 사망을 경찰에 신고한 날로부터 이틀 뒤, 장례식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피의자는 아버지가 침대에 누운 채 숨져 있다고 신고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피해자에게선 목뼈 골절 등 폭행 흔적이 발견됐다.
#2. 지난 20일 인천 연수구 송도 아파트에서 한 60대 남성이 파이프 형태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했다. 피의자는 아들이 마련한 생일잔치 현장에서 아들을 살해했으며 현장에는 피해자의 배우자와 아이들도 함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3. 지난 14일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주방에 있던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남성이 경찰에 자수했다.
[참담한 존비속 살해] 글싣는 순서
1. 가족끼리 끔찍한 짓…원인은 '축적된 가정 불화'
2. "가정 내 근원적 갈등 해결해야"…대책은 '회복적 사법'?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부모, 자식 등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살인 범죄가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족 살해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족 살해 사례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실제로 한 해 수백 명이 가족과 친인척에 의해 살인 범죄(미수 등 포함)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전체 살인 범죄 피해자 10명 중 4명은 피의자와 가족·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2023년 살인사건 피해자 유형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살인 사건 피해자 782명(살인기수 291명, 살인미수 등 491명) 중 가족·친인척 피해자는 309명(살인기수 160명, 살인미수 등 149명)으로 39.5%를 차지한다.
가족·친인척 피해자는 2020년 203명, 2021년 183명, 2022년 193명 등에 비해 2023년은 100명 이상 늘었다.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형태의 범죄가 아니라 해도 가족과 친인척 간 폭력 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폭행 범죄의 피해자 10명 중 2.3명은 피의자와 가족·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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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핌 DB] |
경찰청 조사 결과, 2023년 가족·친인척 피해자가 3만5486명으로 전체(14만9508명)의 23.7%를 차지한다. 2021년과 2022년의 폭행 범죄에서의 가족·친인척 피해자는 각 2만7069명, 2만6826명으로 2023년에 8000명 이상 증가했다.
가족·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살인의 주 원인인 '가정 내 불화'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축적되고는 하는데,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쌓이면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가족 관계는 없어질 관계가 아니다 보니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족 간 갈등 상황에서 더 현명하게 해소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화로 (갈등을) 풀어보는 게 (갈등) 초반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가족 내 폭행이나 살인 사건들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던 가정 내 갈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서로 간에 분노, 배신감, 증오감 등이 싹트다가 사소한 갈등을 계기로 풍선이 터지듯이 큰 상해, 폭행,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족 간 폭력은 오랫동안 잠재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타인과의 관계와 달리) 폭력이 은밀하게 이뤄지고 신고·고소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geulma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