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갈등 해결에 초점 맞춰 범죄 예방해야"
'회복적 사법 제도' 등 피해자 회복·가해자 교화에 집중 필요성
미국·유럽 등 서구권 국가, 지역공동체가 해결 과정에 능동 참여
[서울=뉴스핌] 최수아 기자 = 지난 20일,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 간 극단적인 살인 범죄로 이어지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범죄로 확산되지 않도록 사회 전반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피의자와 가족이거나 친인척 관계인 피해자는 309명으로, 같은해 살인 범죄 전체 피해자 782명 중 39.5%에 해당한다.
[참담한 존비속 살해] 글싣는 순서
1. 가족끼리 끔찍한 짓…원인은 '축적된 가정 불화'
2. "가정 내 근원적 갈등 해결해야"…대책은 '회복적 사법'?
전문가들은 사회가 나서 가정 내 갈등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가정 내 불화를 단순히 '개인사'로 취급하는 것에 벗어나 사회가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국가에서 개인 우울증이나 아이들 문제로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은 있는데 가족 단위 상담은 많이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전에는 개인사로 여겨지던 아동학대도 지금은 이웃이 신고하는 등 (사회적) 시스템이 정착하고 있다. 가족 내 문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사회에서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살인이라는 극단적 폭력으로 발전하기 전 가정 내 폭력이 일어날 때부터 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정 내 폭력 사건이 발생 당시에는 경미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신고로 이어질 때까지는 다양한 문제가 있어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물론 경찰은 관련 법률에 의해 (가정 문제에) 적극적 개입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경찰,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형법적 측면보다는 가정 내 근원적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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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이에 김 교수는 회복적 사법제도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회복적 사법은 가해자 처벌 중심인 기존의 응보적 사법과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 지역공동체가 사건 해결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공동체의 평온을 '회복'하는 체계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참여하는 대화 프로그램 등이 그 예시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국가를 중심으로 발전돼 왔다.
회복적 사법은 대화를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받고 상처를 회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갈등을 해소해 문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교 폭력, 층간소음, 가족 간 폭행 등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우리나라 경찰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화모임에 참여하게 하는 회복적 경찰활동을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사법체계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행하는 '국제사회보장리뷰'에 따르면 회복적 사법은 전통적인 형사 사법 체계의 대응 방식에 비해 가해자의 재범률을 줄이고 피해자의 외상 후 증후군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김 교수는 "경찰이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피의자에 대해) 훈방(조치)을 하고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 그러면 가정 내 갈등은 그대로 남아있고 골이 깊어지다 보면 폭력, 상해, 살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geulma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