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 대출 DSR-스트레스DSR 도입 '만지작'
전문가들, DSR 도입 조만간 이뤄질 것...스트레스DSR은 지역·상황 따라 유동적
강남 등 고가 전세수요 억제 목표도 담겨...상급지, 반전세 늘 것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정부가 전세 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해 대출 한도를 차등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도입한데 이어 주택구입자금 대출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DSR'도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도 보유 자금이 없다면 전셋값이 높은 서울 강남이나 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도 전세 거주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14일 관가에 따르면 주택 전세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SR 규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세 대출에 대한 DSR 도입은 시기만 남은 상황이며 스트레스 DSR 적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값 상승 여부에 따라 언제, 어느 곳부터 시행할지는 더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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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 대출에 대한 DSR 도입에 이어 스트레스DSR 적용도 검토 중이다. 사진은 잠실권 공인중개업소의 매물 소개 안내문 모습 [사진=뉴스핌DB] |
6.27 가계부채 관리강화대책 이전까지 전세 대출은 사실상 규제가 없던 상태였다. 이자만 꼬박꼬박 지불할 능력이 되면 금융권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 한도 안에서 전세대출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DSR이 도입되면 실제 이자 지불 여부와 상관없이 전세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전세대출 보증금액 한도는 1금융권을 대상으로 하는 HF(주택금융공사) 기준 4억원이다.
전세 대출에 DSR과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는 제도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PF 부실이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입주 아파트의 잔금 미납 가능성을 우려해 도입이 중단됐다. 지금도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 대출 DSR 적용은 이뤄지고 있다. SGI서울보증보험은 유주택자가 대출비율(전세대출/전세보증금) 60% 초과한 경우 DSR 40% 이내에만 전세 대출을 보증해준다. 보증기관의 보증비율이 줄면 전세 대출 한도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상황에 따라 전세 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실제 대출 이자를 더 받는 것은 아니며 대출 한도만 줄어든다. 현재 시행 중인 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기본 스트레스 금리는 1.5%p로 이달부터 시행된 3단계 DSR에 따라 1.5%포인트의 이자를 모두 적용하고 있다.
전세대출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서울 조정대상지역에서 먼저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고가 전세주택에 대한 대출을 먼저 줄인 후 상황에 따라 서울 전역과 수도권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달부터 시행된 구입자금 대출의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실제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DSR만 적용했을 때보다 30% 이상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정부가 전세 대출을 옥죄는 이유는 전셋값을 낮춰야 주택 시장 전체가 안정된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세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는 현 구조에서는 전세 대출이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높아진 전셋값은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 대출이 쉬운 현 구조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각이 많다. 전세 대출이 쉬워지자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기도 더 쉬워졌다는 것이다. 전세 대출을 많이 받지 못해 세입자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은 전셋값을 내릴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갭투자도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전세 대출이 과다하게 풀려 전세시장을 교란하는 측면이 실제 존재한다"면서 "전세 대출을 옥죄면 그동안 대출이 끌어올린 전셋값을 조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목돈이 없지만 우수 학군이나 새 아파트에 거주하려는 전세 수요가 위축되게 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전세 대출 이자율이 연 3.5~4.0%이며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이 5.5%인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전세 대출을 받아 월세보다 싼 이자를 내며 강남 등에서 거주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책의 이면에는 강남 등 상급지 전세 수요를 억제하고 노도강과 같은 상대적 비인기지역의 전세로 유도하는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셋값 10억원 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하기 위해 5억원을 대출한다고 하면 매달 내야하는 이자는 대출 이자 연 4%를 감안할 때 약 167만원이다. 반면 전세대출을 받지 못해 5억원을 보증금으로 걸고 반전세로 들어간다면 매달 230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야한다. 매달 60만원 이상의 주거비가 추가로 소요되는 셈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전세 대출이 줄어든다 해도 수요가 충분한 상급지의 경우 전셋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반전세가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강남권을 비롯한 상급지와 그렇지 못한 곳의 양극화를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정부가 전세 대출에 DSR을 적용하면 문제가 되고 있는 과다 전세 대출 상황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시장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전세 대출 옥죄기는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역으로 몰리는 수요를 줄이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상급지의 경우 반전세만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