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박찬욱 등 영향 받은 감독의 솔직한 고백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스탠리 큐브릭, 장뤼크 고다르, 마틴 스코세이지, 데이비드 린치, 우디 앨런, 라스 폰 트리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감독에게 영향을 준 감독이 있다.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으로 불리는 잉마르 베리만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자서전 '환등기'(민음사)가 번역 출간됐다. '제7의 봉인'과 '산딸기', '페르소나'에 이르기까지 전설적인 작품을 연출하며 세계 주요 영화제를 석권한 감독은 이 책을 통해 그의 예술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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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잉마르 베리만 감독 자서전 '환등기'. [사진 = 민음사] 2025.05.30 oks34@newspim.com |
그의 자서전은 '뉴욕 타임스'가 "잉마르 베리만은 '환등기'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폭로하였다."라고 쓸 만큼 파격적이다. 스웨덴어판 정본 번역으로 출간된 '환등기'에서 감독은 자신의 업적이나 성공에 대한 기억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와 현재를, 사실과 허구를 소란스럽게 오가면서 그의 인생을 현장감 넘치게 기록해 나간다.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 가족, 감독으로서의 고충, 오판과 실패들까지. 뿐만 아니라 첫사랑과 전쟁, 지난 시대의 연극과 영화에 대한 신랄하고 유머러스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솔직하게 감독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다. 결국 이는 예술가의 운명을 직감한 최초의 순간, 아홉 살 무렵 '환등기'를 조작하며 이미지와 조명 효과에 심취했던 기억까지 이어진다.
베리만의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카린'은 그의 예술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영화 '마술사'와 '화니와 알렉산더'에서 거듭 나타나는 '환등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볼 수도 있다. 그 밖에도 흥미로운 일화들이 여럿 담겨 있다. 세계적인 스타, 잉그리드 버그만과 '가을 소나타'를 촬영하던 도중 따귀를 얻어맞은 일, 할리우드의 화려하지만 공허한 영화계에 질려 버린 일, '페르소나'의 촬영 장소를 섭외할 적에 (적은 예산 탓에) 애먹은 일, 리브 울만을 만나 사랑에 빠진 일, 카라얀의 놀라운 예술혼과 명배우 로런스 올리비에의 몽니,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미모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값 30,0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