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공공기관 10곳 중 3곳은 'C등급'
건보공단·농어촌공사·마사회, B→C 하락
C→B 상승 중부발전뿐…'정량·정성' 중요
지표 정합성 확보·중장기 계획 성과 해법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단순한 '성적표'를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평가 등급에 따라 기관장 인사와 성과급, 예산 삭감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올해도 87개 기관이 실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각 기관은 등급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최근 2년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공기업들의 성적 추이를 되짚고, 올해 등급 향방을 전망해 본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202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전체 87개 기관 중 29곳이 '보통(C)' 등급을 받았다. C등급은 성과급 일부 제한과 경영개선계획 제출 의무 등의 조치가 뒤따르며 기관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C등급 탈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원랜드,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은 올해 평가에서 등급 상향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 경평결과 'C등급' 29곳…공공기관 10곳 중 3곳 낙제점
15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르면, 평가 대상 87개 기관 중 C등급을 받은 기관은 29곳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했다. 공공기관 10곳 중 3곳은 평균 이하의 '낙제점'을 받아 든 것이다.
C등급 기관은 공기업 11곳, 준정부기관 18곳이다. 공기업은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주식회사 에스알,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마사회, 한국서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DN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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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정부기관은 공무원연금공단, 국가철도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서비스 성격이 강한 기관들이 대거 C등급을 받았다.
2023년 경영실적 평가는 정량지표와 정성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주요사업 목표 편차 반영 비중은 공기업 40%→68%, 준정부기관 42%→59%로 강화됐다.
다시 말해 정량지표에 강점이 있는 기관이라도 정성지표에서 감점이 있거나 사고 이력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경우 C등급으로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은 구조였다.
일례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조직 쇄신과 안전관리 강화를 추진했지만,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감점을 크게 받았다. 서부발전과 마사회는 당기순손실 발생, 정책 이행률 등에서 감점을 받았다.
기재부는 C등급 기관에 대해 성과급 차등 지급, 경영개선계획 제출, 기관장 성과지표 반영 등의 조치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각 기관의 중장기 계획에 ESG 평가 연계지표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는 공공기관들이 C등급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구조적 전환 계획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 C등급 탈출 성공한 중부발전, 실패한 마사회…희비 갈린 전략
C등급을 받았던 공공기관은 탈출을 위한 전략을 세웠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2022년 C등급을 받은 기관 중 2023년 B등급으로 올라선 기관은 중부발전 단 한 곳뿐이었다. 반면 마사회와 전기안전공사, 관광공사 등은 B등급에서 C등급으로 하락했다.
중부발전은 2022년 중대재해 발생으로 C등급을 받았으나, 사고 이후 안전관리 시스템 개편, 전사 예방계획 강화, 사고 후속 조치 이행률 등을 정량화해 평가에 반영했다. 내부 통제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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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등급을 벗어나기 위한 공공기관의 전략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중 공통으로 추진하는 개선 방향은 지표 정합성 확보, 중장기 계획 성과화, 사고·비위 이력 정리 등이다.
일례로 강원랜드는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ESG 경영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 환경성과 측정 기준을 명확히 했고, 마사회는 윤리경영 보고체계 구축과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한국내부통제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경평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과 전기안전공사 또한 안전관리 항목 대응을 위해 외부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안전관리 직무기술서를 통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운영하고, 전기안전공사는 전기공사협회 안전기술원에서 효과적인 개선 대책을 제시해 산업재해 예방을 도모한다.
경평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신설 움직임도 포착된다. 농어촌공사는 C등급 판정을 받은 이후 '경평 대응 TF'를 신설했고, 내부통제 운영지침과 매뉴얼을 제정해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했다. 건보공단도 운영방향에서 근거·성과기반 행정, 업무·리스크 점검체계 고도화 등 정성평가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의 이러한 노력이 실제 등급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경평은 상대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B등급 이상 기관도 성과와 대응 전략을 강화하면, 지표가 개선된 C등급 기관이 그대로 잔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A등급을 받은 기관 다수가 올해 역시 등급 유지를 목표로 강력한 대응에 나서면서 C등급 이하 기관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지난 경험에 비춰, 실질적인 개선 이행과 변화된 실적을 수치로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