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前헌재소장 등 공백…헌재, 9·10월 선고 無
문형배, 재판관 3인 공석 해결 촉구
법조계 "연말까지 선고 어려울 수도…제도개선 필요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헌법재판관 공백이 계속되면서 헌법재판소 선고가 지연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주요 사건 선고가 지연되는 것에 더해, 이같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7일 이종석 전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등 3명이 퇴임한 이후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퇴임한 이후 후임자가 선출되지 않은 탓으로, 이에 헌재는 지난 24일 문형배 재판관을 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문 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제14회 한국 법률가대회 축사에서 "국민의 헌법재판 받을 권리가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조속히 완성되기를 바란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문형배(오른쪽), 정정미 재판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 착석해 있다. 2024.10.08 choipix16@newspim.com |
헌재는 통상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선고를 진행한다. 하지만 지난 9월 이은애 전 재판관이 김복형 재판관으로 교체되고, 이번 달에는 이 전 소장 등이 퇴임하면서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해 구성하게 된다. 대법원장 몫이었던 이은애 전 재판관의 경우 퇴임과 동시에 김복형 재판관이 자리를 메웠다. 대법원은 지난 7월부터 이은애 전 재판관의 후임자 천거를 받은 뒤, 퇴임을 한 달 앞둔 지난 8월 지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전 소장 등 3명은 모두 국회 몫이다. 2000년대 들어 여야가 각각 1인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가 합의해 추천하는 방식이 관례였으나, 이번 재판관 추천에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헌재 국정감사에서 "관례에 따르면 절대다수를 가진 당이 2명을 추천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전 소장 등 3명의 재판관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11월 선고는 이미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후임 재판관들이 당장 지명된다 해도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하고, 임명된 이후에는 이들이 자체적인 사건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임명이 늦어질 경우 연말 선고도 불확실하다.
앞서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에 있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내용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론상 선고도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헌재가 사실상 심리만 계속할 수 있을 뿐 주요 사건에 대한 결정은 내리기 어려우며, 주요 사건의 경우 이 전 소장의 후임자 등이 결정돼도 선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관 3분의 1이 공석인 상황에선 아무리 결정이 가능하다 해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후임 인선이 되는대로 비교적 간단한 사건을 우선 처리하고, 탄핵 등 주요 사건은 충분한 심리가 거쳐야 하므로 선고까지 더욱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 사건은 재판관이 판결문에 각자 이름으로 의견을 올린다. 이 전 소장 등의 후임 재판관이 임명된다 해도 사건 검토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국회 절차가 늦어지면 연말까지 선고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향후 이같은 공백 사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는 곳이다. 여러 차례 비슷한 공백 사태가 나고 있음에도 제도 개선을 하지 않은 부분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등 이같은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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