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A씨는 일본 유명 배우 사칭 스캠 취재 중 인상 깊었던 취재원이었다.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인 그는 자력으로 구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하원 의원을 통해 소속사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A씨는 검찰 고소에 이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일본 배우 사칭 관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또한 사기 피해자 카페 등지에서 로맨스 스캠 사기 유형을 모아 연구할 계획을 펴고 있기도 하다.
송현도 사회부 기자 |
하지만 그 과정에서 A씨는 심리적 부담감을 표했다. 사기 사건 이후 중국 공안을 사칭한 메일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A씨는 수사기관만을 믿을 수 없다며 꾸준히 공론화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로맨스 스캠은 보통 아프리카 등지의 피싱 조직이 단체적으로 신원을 사칭해 벌인다. 해외에서 범행이 벌어지다 보니 이를 추적하기도 쉽지 않고, 공조 단계에서부터 국내 발생 사기보다 사건 해결이 어렵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경찰 역시도 수사에 대한 관심도와 인식이 떨어진다. 취재에 응한 복수의 로맨스 스캠 피해자들은 자신의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수사 중지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 가상자산이 피싱 범죄에 사용되면서 피해 추적 역시 금융 시스템을 벗어나는 일도 다반사다.
이에 A씨 뿐만 아니라 스캠 피해자 카페 등지에서 자체적으로 사기범 정보를 모아 올리며 자경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범죄 정보를 모으고 변호사의 도움을 통해 피해 구제도 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를 노리고 카페에 접근하는 사기범들이 존재해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사기의 예방과 대응의 주체는 정부 부처여야만 한다. 사기방지기본법은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다. 통합신고대응원과 지급 정지 임시 조치 등을 주 골자로 하는 해당 법은 기존 온라인 사기 대응 제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온라인 사기 사례를 종합해 대응하고 이를 통해 제도 내에서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에서 법안의 의의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며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기약 없이 다음 국회로 넘어갈 것이 자명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수사에 힘을 실어줄 법제화 진전이 너무 안되니 답답하고 힘들다"며 "지금은 피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범죄를 다루기 까다롭다고 손 놓고 있으면, 그 부담은 결국 피해자에게 옮겨갈 뿐이다. 자경단은 범죄 예방의 답이 아니다. 새로운 범죄 사각지대를 보호할 제도의 확충은 필요하다. 그 논의가 차기 국회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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