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의 3.7% 별도 징수…연간 3조 규모
경제계 "기업 부담 완화 위해 전면 개선해야"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그림자 조세'로 불리는 부담금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부담금 중 덩치가 가장 큰 '전력산업기반기금'도 대폭 손질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행 전기요금의 3.7%인 요율을 2.0%으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업이나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기금이 줄어드는 만큼 정부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어 추가적인 보완책 요구된다.
◆ 부담금 중 '1위' 전력기금, 매년 2조 이상 걷혀…2.0% 완화 유력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주 중 총 91개 부담금 항목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부담금을 운용하는 18개 부처는 기획재정부에 각 부처별 부담금 개혁안을 제출했고,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부담금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특정한 공익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당 사업의 이해 관계자에게 부과하는 일정 금액을 의미한다. 분담금·부과금·기여금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세금은 아니지만 납부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세금의 성질 갖고 있는 준조세 성격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7월부터 주택과 영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메가줄'당 1.90원으로 0.67원 인상된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와 도·소매 공급비를 더한 금액으로 정해지는데 LNG 단가가 오르면서 원료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전력은 16일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kWh(킬로와트시)당 3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주택가에 설치된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2022.06.15 leehs@newspim.com |
부담금 중 가장 덩치가 큰 항목은 전기요금 중 일정 비율을 한국전력공사가 징수하는 전력기금이다. 전력기금은 전력수요관리사업과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사업,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전력산업 연구·개발사업, 전력설비 안전관리 지원사업 등에 사용된다. 지난 2005년 말 적용한 3.7%의 요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력기금은 요율이 그대로여도 전기요금이 증가하면 징수액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해 징수한 전력기금은 총 2조5894억원에 달한다. 최근 4년간의 추이를 보면 ▲2020년 1조9718억원 ▲2021년 2조1479억원 ▲2022년 2조816억원 ▲지난해 2조5894억원 등으로 해마다 규모를 불렸다. 올해 예상 징수액은 3조2028억원으로 역대 최초로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기금이 매해 불어난 이유는 정부가 지난 2022년부터 한전의 재무 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요금을 총 5차례 인상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중 전력기금의 납부액도 늘어나면서 전력기금은 지난해 기준 부담금 규모 1위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3위 수준이었으나 2022년 2위, 지난해 1위까지 매해 상승했다.
정부 관계자 등에 의하면 현재 전력기금을 현 3.7%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요율을 기존보다 최소 30% 이상 낮추겠다는 계획하에 2.5%로의 인하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2.0%까지 조정하는 방안에 더욱 힘이 실린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 논의를 시작할 때 최소 30% 이상은 인하해야 한다는 기조가 있었다"며 "최종적으로는 이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국민 부담 줄지만 정부 곳간 사정은?…정부 "부처간 협의해 대책 마련"
전력기금의 요율이 낮아질 경우 수년간 부담금 중 가장 높은 3.7%의 비율로 전력기금을 납부해 왔던 국민들의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전기요금은 차후 인상이 예고돼 있는 만큼 기존 요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와 한전은 오는 2분기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총선 이후인 3분기부터는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업들의 자금부담도 개선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만큼 전력기금에 대한 부담도 일반 국민에 비해 훨씬 높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전력기금의 부담 요율을 2.0%로 낮출 경우 기업을 포함한 전 국민의 부담은 1조4670억원(45.9%) 감소한 1조7259억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한경협은 지난 21일 기재부에 부담금 감면을 건의하며 "기업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투자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부담금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약 15년 동안 3.7%의 율로 징수해 왔던 부담금의 규모가 줄면서 정부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전력기금을 전력산업의 연구·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의 명목으로 사용하는데, 이 중 타 회계와 기금에 전출하는 금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전력기금 중 약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용처가 그대로인데 징수액만 줄어든다면 다른 곳에서 재정을 충당하거나 사용처를 없앨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곳간 사정은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
정부는 요율 인하 이후의 대책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부 전력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내용은 없다"며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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