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2022년 32.7조→2023년 4.6조 개선
김동철 사장 자사주 매입…주가 지속 상승세
2분기 동결 가능성…총선 후 3분기 인상할 듯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를 쌓으며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사정이 올해 들어 숨통을 틔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료구입비 하락과 주가의 지속 상승 등 여러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지만, 정작 재무 개선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 인상은 또 한번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재무 위기 '피크' 지났다…영업손실 줄고 주가는 상승세
한전의 경영 사정은 영업손실이 극에 달했던 2021~2022년을 지나 갈수록 호전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시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에너지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인상폭을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고스란히 영업손실과 적자를 쌓았다.
최근 한전이 발표한 '2023년 결산 실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한전은 1조884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3분기(1조9966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분기를 놓고 보면 영업손실은 4조5691억원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를 유지했다. 다만 이는 전년의 영업손실(32조6552억원)과 비교해 28조860억원(86%) 줄어든 규모로, 수익성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한전은 "지난해 세 차례의 요금 인상과 연료가격 하락으로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며 "국제유가 등 연료가격 안정화 추세에 따라 경영 환경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올해는 전체 분기를 통틀어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제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지속되며 연료구입비는 하락하고, 산업·생활 전반에서 전력 수요는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팔수록 손해를 봤던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가격으로 더 많이 팔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스스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도록 권고하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한전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김동철 한전 사장은 자사주 800주를 11~12일 이틀에 걸쳐 매입했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가치 향상에 대한 믿음과 책임경영 의지 등을 표명한다고 해석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전은 시장에서 전일 대비 ▲13일 1.05% ▲14일 3.33% ▲15일 10시 1.21% 각각 상승한 가격에 거래됐다.
◆ 총선에 요금 인상 '멈칫'…3분기에나 본격화할 듯
극에 달했던 재무 위기를 넘어 올해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익성 구조 개선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안인 전기요금 인상은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15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이르면 다음주에 2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분기 3개월간의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는 항목이다. 앞서 한전은 올 1분기에는 기준연료비와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7월부터 주택과 영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메가줄'당 1.90원으로 0.67원 인상된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와 도·소매 공급비를 더한 금액으로 정해지는데 LNG 단가가 오르면서 원료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전력은 16일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kWh(킬로와트시)당 3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주택가에 설치된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2022.06.15 leehs@newspim.com |
오는 2분기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된다면 지난해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동결되는 셈이다. 4분기에는 대기업 등 대용량 사용자에게만 적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해 일반 가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사안이지만, 2분기에 인상을 미루는 이유는 곧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다음달 10일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총선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격이자 '여소야대' 구조를 유지 혹은 반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로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할 시 표심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두 달만에 다시 3%대로 진입한 소비자물가도 전기요금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1% 상승했다. 전월(2.8%)과 비교해서도 0.3%포인트(p) 올랐다. 현재 물가는 사과에서부터 촉발된 '애플레이션'과 6주 연속 오름세인 석유가격 등으로 인해 고공행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너지 업계 등에서는 총선 이후인 3분기에나 전기요금 인상이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선 직전에 전기요금을 올릴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인 3분기가 돼서야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한전의 재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정부가 전기요금을 동결할 수 있는 당위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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