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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5> 삼성 현지화를 '위하여' 폭탄주의 추억,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 심헌섭

기사입력 : 2023년10월12일 14:27

최종수정 : 2023년10월12일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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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우리는 새벽 천안문광장에서 치러지는 국기게양식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천안문광장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예요. 모두 우리처럼 국기게양식을 보러 오신 분들이었답니다. 먼저 온 분들은 저희들이 키가 작아 서 제대로 보지 못할까 봐 앞쪽으로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한참 지나니 먼 곳에서 녹색 제복을 차려 입은 해방군 아저씨들이 척척! 씩씩하고 절도 있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맨 앞에는 산뜻한 오성홍기를 받쳐든 4명의 누나들이 섰고, 그 뒤로는 총을 맨 아저씨들이 따랐습니다. 국기게양대 밑에 도착한 해방군 아저씨가 붉은기를 한쪽으로 뿌려 날리자 오성홍기가 서서히 공중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일제히 손을 올려 경례를 하고 게양대 맨 위에 다다를 때까지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주목 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 국가가 세 번 연주되는 가운데 오성홍기는 게양대 꼭대기에 이르러 바람 따라 나부끼었습니다. 마음 간절히 그리던 국기게양식과 진 붉은 오성홍기를 보노 라니 나의 가슴속에서는 어느덧 뭉클한 것이 솟아났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오늘 저는 끝내 소원을 풀었습니다."

이 수기는 2006년도 삼성그룹  중국 본사 중국삼성이 주최한 '제1회 삼성애니콜 과학기술여행'에 참여하였던 한 시골 소학교 학생이 베이징으로 수학여행을 와서 텐안먼(天安門, 천안문) 광장의 국기게양식을 보고 그 감동을 글로 적어 발표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이 상하이를 방문했을때 와이탄에서 서서 황포강 건너 푸동신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10.12 chk@newspim.com

삼성 중국본사는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들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주요한 사명 중의 하나 는 브랜드이미지를 키우는 것이었다. 굴지의 외국계 기업들이 다 진출해 있고, 중국기업들은 질 좋은 노동력은 물론이고 자본력, 기술력 마저 갖추고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상황이었다.

세계적 일류기업들은 앞에 있고 중국기업들은 뒤에서 맹렬하게 쫓아오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에게 회사의 이름을 알리고 중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중국삼성은 사회 공헌 활동을 열심히,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게 해보자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삼성의 중국 현지 파견직원으로서  2005년 하반기부터 사회공헌 업무를 맡게 됐다.  한국에서는 사회 공헌 활동을 했던 경험이 거의 없었다.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사내외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소극적 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업무가 사회공헌으로 정해진 이상 최선을 다해 보자고 결심했다. 회사의 지원하에 봉사활동을 하는 셈이니 어쩌면 복 받은 것인지 몰랐다. 책을 읽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피터 드러커 교수의 가르침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사회공헌 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기업이나 사회단체가 '좋은 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업의 활동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지 경영활동이다.

기술과 인재를 가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재무 성과가 나오게 되고 그 성과를 기업을 둘러싼 정부, 국민, 주주 등과 나누다 보면 신뢰받는 기업이 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순환되어서 재무 성과로 돌아 온다. 즉 사회공헌 활동은 이웃을 위해 좋은 일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활동의 주요한 한 축'이 되는 것이다.

몇가지 기본원칙을 세우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먼저 실질적 효과를 내자는 것이었다. 대상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야지 홍보 목적으로 사진이나 몇 장 찍고 돌아오는 활동은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른 기업과 구분되는 독특한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물질적 지원에 덧붙여 소프트웨어적 활동을 가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번째는 자기 역량 내에서 실천하는 원칙이었다. 회사별 경영실적과 특성에 맞는 컨텐츠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전임직원 동참의 원칙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보람과 정이 흐르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원칙이 세워졌으니 그 다음은 활동 분야를 정하는 것이었다. 몇가지 기준이 제시되었다. 먼저 중국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 중국 국민들이 제일 공감하는 분야, 또 우리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4개 분야는 교육지원, 사회복지, 농촌지원, 환경보호 였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이 임직원 단합대회에 참석,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플랭카드에 실사구시를 강조하는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라는 덩샤오핑의 구호가 적혀있다.  2023.10.12 chk@newspim.com

 

교육지원은 희망소학교 건립, 사회복지 분야는 백내장환자들을 위한 개안수술, 환경보호는 식목 활동에 주력하기로 하였다. 각 분야마다 그럴싸하게 운동의 이름도 붙였는데 교육지원은 희망, 사회복지는 애심, 농촌 지원은 나눔, 환경보호는 녹색으로 명명하였다.

'희망운동'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희망소학교 건립이었다. 교사건축 등 시골 벽지의 교육 인프라를 지원하는 '희망공정'에 참여하여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개의 희망소학교를 건립하였다. 또 앞서 소개 하였던 과학기술여행을 실시하여 희망소학교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을 시켜주었는데 난생 처음 수도 베이징을 찾아 천안문 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을 보고 자금성을 구경하고 과학관을 견학하던 어린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들을 잊지 못한다.

'농촌지원은 한국의 '1사1촌' 운동을 벤치마킹해서 중국에서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 무렵 중국정부는 삼농(농업, 농촌, 농민)문제 해결이 중요 하다고 결정하고 신농촌 건설에 힘을 싣고 있어서 우리의 활동과 잘 맞아 떨어졌다.

먼저 운동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고민한 결과 '일심일촌(一心一村)'으로 명명하였다. 한 마음으로 한 개의 농촌마을을 돕자는 의미였다. 나름대로 활동의 실천 원칙도 세웠다. 첫째, 쉽고 간단한 일부터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둘째,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땀을 흘린다. 셋째, 분기에 1회 이상 활동하며 수 십 명 단위로 참여한다는 세가지 원칙이었다.

중국삼성의 '일심일촌'운동은 단계적으로 실행되었다. 첫 단계는 농촌 마을의 의식개혁 및 빈곤 가정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두번째는 마을의 기초시설을 마련하는 것을 지원하였고 세번째는 농민들의 수입을 증가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운동은 중국에 진출한 삼성의 전 계열사와 전 임직원이 참여하였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는 일부 오해도 있었다. 자매마을 사람들은 회사가 무슨 물건을 팔려는 속셈으로 농촌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고, 직원들이 직접 힘들게 일하지 말고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돈으로 지원해주면 되지 않냐며 활동 형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금액적인 지원은 운동의 진정성을 헤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마을사람들에게 봉사 활동의 취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중국삼성의 계열사에도 이런 내용을 신신당부하였다. 결국은 지속적인 활동, 인내심과 함께 진정성 있는 접근을 통해 이러한 오해들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중국본사의 자매마을 이었던 하북성(河北省) 옥전현(玉田縣) 린난창전(林南倉鎭) 이촌 (二村)의 부녀회장님은 우리가 가면 꼭 교자(물 만두의 일종)를 만들어 주셨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어느 겨울날, 마을 아이들과 동네 연못에서 썰매를 타고 달리기 시합을 했던 즐거운 추억도 생각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이 중국삼성 사회공헌 활동 업무 수행때 장시성 봉사활동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0.12 chk@newspim.com

 

'애심운동'의 일환으로 실시된 '백내장환자 개안수술 프로그램'은 2007년부터 2009 년까지 매년 2050명씩 3년간 총 6,150명을 수술해주는 활동이었다. 2010년부터 2012년의 3년간은 매년 2,150명씩 수술하였다. 그 결과 2007~2012년 사이에 총 12,600명의 환자들이 개안수술을 받고 다시금 시력을 회복 할 수 있었다. 수술을 마치고 붕대를 떼었을 때 환하게 웃는 환자를 보는 것은 큰 보람 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실행 파트너는 '중국장애인연합회'였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8300만명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인데 중앙, 성급, 현급(군), 향진(읍면)에 장애인협회가 다 조직 되어 있다. 개안수술은 대부분 중국 전역의 빈곤지역에서 많이 실시되었다.

회사에서 일정금액을 출연하면 중국 정부 당국에서 의료 인력과 수술 및 입원 시설을 지원하였다. 실행할 지역이 선정되고 활동이 준비되면 회사, 장애인연합회, 지방 장애인연합회, 지방 인민정부 등이 합동으로 개막식을 연다. 개막식에 참여하기위해서 중국 장애인연합회 실무진들과 함께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행사 전날에는 베이징 중앙의 장애인연합회, 성급(省級) 장애인연합회, 현급(縣級) 장애인연합회, 향진(鄕鎭) 장애인연합회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준비 상황도 점검하고 팀워크도 다지는 기회를 가진다. 문제는 저녁식사 중간에 발생한다. 참석자들이 제각기 한잔씩 술을 권한다. 나처럼 술이 약한 사람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몇 번 경험이 쌓이자 나도 꾀가 생기게 되었다. "최선의 수비는 최선의 공격 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공격을 시작하였다. 앉아서 주는 술만 받아 마실 것이 아니라 내가 술자리를 주도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업무나 생활속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술을 좋아했다. 하지만 술을 섞어 마시는 문화가 아니어서 우리에 비해 폭탄주(炸彈酒)에는 약한 편이다.  나도 비록 술이 약하지만 신입 사원 시절부터 단련돼 폭탄주 몇잔은 문제 없었다. 폭탄주는 병권(甁權)을 쥔 사람이 제조를 담당한다. 즉 맥주에 섞는 높은 도수의 술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만찬 자리에서 폭탄주를 제조하면서 주량이 많아 보이는 사람에겐 백주의 양을 많게 하고 주량이 작아 보이는 사람에게는 백주의 양을 조금 줄여서 제조하였다. 무엇보다도 다행인 것은 폭탄주를 제조하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퀴즈를 내고 벌주를 주면서 분위기를 돋우고 흥미를 유발할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이 행사 종료후 이어진 환영 만찬에서 동물 뿔로 된 술잔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2023.10.12 chk@newspim.com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아극소(阿克蘇) 지역에서의 일화도 잊을 수 없다. 개안수술 수혜자들은 보통 한 지역에 100~500명 이었는데, 이 지역에서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수술을 해주기 위해서 나름의 대책을 세웠다. 수술 대상자의 기준을 사람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동자 숫자로 하는 것이었다. 두 눈 중에서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 쪽 눈만 수술하면 수혜자가 두배로 늘어나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 집에는 한 사람만 수술을 받는다는 기준을 추가하여 골고루 수술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마음 아픈 얘기를 들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분 모두 백내장이 와서 앞이 잘 안보이는데 할머니만 수술하기로 했으며 그것도 한쪽 눈만 수술한다는 것이었다. 즉 눈동자 4개의 수술이 필요한데 그 지역의 기준을 적용하니 눈동자 하나만 수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회의를 열어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수술해드리기로 하고 개인별 성금을 갹출하여 전달하였다.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방문했을 때 두 분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셨다. 신장 자치구의 파란 하늘 아래 빛나던 햇살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중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하였던 6년(2005~2010)의 시간은 나에게는 가장 보람 있는 복된 시간이었다. 중국 전역에 100개의 희망소학교를 건립하는데 일조하였으며 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줄 수 있었고 43개의 자매 마을과 인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도 했다. 회사가 진정한 중국 현지기업으로 변화하는데 힘을 보탰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중국 현지에 재직하는 동안 삼성이 텔레비전은 일본의 소니를 이겼고 휴대폰은 핀란드의 노키아를 넘었다는 것은 나의 삼성 직장 생활중 커다란 자부심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사회에 가장 필요한 부분을 찾아 그들과 기쁨과 아픔을 같이 할 때 진정한 중국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씩 골프를 친다. 공이 나무를 맞거나 도로에 맞고 페어웨이 안으로 들어 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동반 플레이어들이 묻는다. "전생에 무슨 공덕을 그렇게 많이 쌓아서 나갔던 공이 페어웨이로 다시 들어오느냐?" 나는 대답한다. "전생이 아니라 현생의 중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글쓴이= 심헌섭 삼성SDS 전 중국지사장 

▶ 심헌섭은...

 "중국삼성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했던 6년(2005~2010)의 시간은 나의 직장 인생 가운데 가장 복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심헌섭 전 지사장은 1988년부터 30년 넘는 삼성 직장 생활을 통틀어 2000년대 중후반 중국삼성의 사회공헌 업무 수행 기간이 가장 보람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일로써 선행을 행하고 공덕도 쌓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좋은 보직이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농촌과 산간 오지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마음의 얘기를 나눴다. 중국 근무 경험에 대해 심 전 지사장은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해타산 보다 먼저 진정성으로 다가가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심헌섭은 자신이 중국 현지에 재직하는 동안 삼성이 텔레비전에서 일본의 소니를 이겼고 휴대폰에선 핀란드의 노키아를 제치고 중국 1위를 했다며 이는 자신에게 큰 자부심이 됐다고 밝혔다. 심헌섭은 1995년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였고, 2005년~ 2010년 삼성 중국본사에서 근무하였으며 2016년~2018년에는 삼성SDS의 중국지사장을 역임하였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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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만 남기고... 노만석 '떳떳하게' 퇴임 [서울=뉴스핌] 김지나 김영은 기자 = 노만석(54·사법연수원 29기)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논란이 확산되자 14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퇴임사에서도 논란의 핵심인 항소 포기 과정에서의 '윗선 압력' 의혹에 대한 진실은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노 대행이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 기사에서는 항소 포기 결정에 구조적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해 퇴임 이후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항소 포기' 정쟁 한가운데 세워놓고...'외압 의혹'엔 입 닫은 퇴임사 이날 오전 10시 30분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노만석 직무대행의 퇴임식이 진행됐고, 약 30분 후인 오전 11시경 퇴임사가 공개됐다. 특히 관심을 모은 대목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과정에서 법무부 외압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노 직무대행이 퇴임사를 통해 해당 의혹의 진실을 밝힐지 여부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 끝에 사표를 낸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비공개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을 타고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11.14 yooksa@newspim.com 하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은 퇴임사에 없었다. 항소 포기와 관련해 퇴임사에서 언급된 부분은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하여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항소 포기 과정과 관련된 내용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퇴임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당시 상황과 자신의 입장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인터뷰에서 노 대행은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으면 무난했을 텐데 솔직히 지금은 (정권과 검찰이) 완전히 역방향"이라며 "검찰청을 폐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결이 다른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무부가 항소 포기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든 것은 나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윗선의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경우 선택지는 끝까지 맞서 싸우든가 받아들이든가 딱 두 가지"라며 "(윗선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건 내 생각이고 내 결정이 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외압을 받았다는 건 우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윗선에서 항소 포기를 요구했고 자신은 항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생각이 달랐지만, 끝까지 맞서 싸울 수 없었다는 점을 내비친 대목이다. 노 대행은 또 자신의 결정은 조직을 위한 일로 떳떳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표를 쓴 날 아침 출근길에 왜 지하가 아니라 기자들이 모인 출입문으로 걸어 들어갔는지 아느냐"고 반문하며 "조직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고, 그래서 떳떳했기 때문에 정문으로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퇴임식에서도 노 대행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정문으로 들어가고 퇴청했다. ◆ 與 이참에 '검찰파면법' 강행... "내부 우려를 항명으로 보는 것 안타까워"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금주•백승아•김현정 원내대변인(오른쪽부터)이 14일 국회 의안과에 검찰청법•검사징계법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11.14 pangbin@newspim.com 노만석 대행은 스스로 '대장동 항소 포기'에 책임을 진다며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미 항소 포기 외압 논란이 정쟁으로 번진 만큼 검찰 조직은 외풍에 더욱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를 탄핵 절차 없이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검사 파면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들을 '정치검사'로 규정하며 '검사 힘 빼기'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노만석 대행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의 항소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항소 불허 지휘를 한 이후, 전국 검사장 18명은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고,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들까지 노 대행을 찾아가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노 대행은 이에 대해 퇴임사에서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임에도, 이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조희영 전주지검 인권보호관이 글을 올려 "검사의 징계를 일반 공무원보다 엄격하게 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라고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정치 검사들의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검사들의 반발을 가용한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저지·분쇄하겠다'며 발의한 법안이 '검사 파면법'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사 입법으로 검사 파면을 강화해도 실질적으로 검찰 업무의 성격상 파면 요건에 해당할 만한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조직 독립성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이번 법안은 당장의 정치적 시그널이나 검찰 견제 성격이 강하고, 실무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검찰의 반발을 무조건 정치적 행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abc123@newspim.com 2025-11-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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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왕수복, 광대 조건 다 갖춘 인물"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신개념 국악 방송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2화의 2-1편이 19일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스팟(K·SPOT)'을 통해 공개됐다. 앞서 제1화에서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준비됐다. 제1화 '광복'에서는 제1편 '작금'을 시작으로 2편 '김구, 판소리 배우다', 3편 '이승만과 아리랑', 4편 '광복군'이 공개됐다. 제2화는 '기생'을 주제로 다루며, 이날 2-1편에서는 '왕수복, 기생이 되다'를 주제로 한 내용이 공개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2화 제2-1편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최한이, 변상문. 2025.11.13 alice09@newspim.com 왕수복은 1917년 평양에서 태어나 2003년 사망했으며, 조선 민요를 세계에 알렸던 기생이기도 하다.왕수복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성격은 쾌활하고 명랑했다고 한다. 당시 잡지 '삼천리'에서는 '왕수복의 목소리가 청아했다',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를 잘 표현했다'고 평했다. 평안남도 강동군 입성면 남경리에서 태어난 왕수복은 , 화전을 일구는 농사꾼의 4남매 중 셋째다. 아버지가 이름을 '성실'로 지었으나 할머니가 '수복'으로 바꾸었고, 훗날 불같은 사랑을 나눈 소설가 이효석은 왕수복을 '실'로 불렀다. 변사로 나선 변상문 이사장은 왕수복에 대해 "그 당시 언론에서 표현하기를 '목소리가 청아했다', '조선민족의 전통적인 정서인 한을 아주 잘 표현했다'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7살 어린 나이에 부잣집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주는 일을 했다. 그때 풍금 소리를 듣고 마음 속에 내재된 소리를 하게 되고, 이를 듣게 된 선생님의 추천으로 명륜 여자 공립 보통학교에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2화 제2-1편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최한이, 변상문. 2025.11.13 alice09@newspim.com 변 이사장은 "가난해서 3년 다니다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이후 어머니한테 기생을 권유받고, 기생 권번에 입학하게 됐다. 그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소리'였다. 가곡, 민요, 시조, 판소리 등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최한이 소리꾼은 "정가(가곡·시조), 민요, 판소리 등이 전통음악의 3대장이다. 저는 국악 중·고등학교를 통해 정가를 배웠는데, 변사님은 알고 계시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변 이사장은 "시조는 가난한 사람들이 장구 장단에 맞춰서 부르는 것이고, 삼현육각 제대로 깔고 부르면 가곡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 소리꾼은 "'가난'이라고 말하신 것은 개그인 걸 알고 있다. 삼현육각 편성 유무에 따라 정가가 나뉘기도 한다"라며 "시조는 한시와 고시를 가지고 운율을 붙여서 부르는 노래로, 사랑방 음악이라고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2화 제2-1편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최한이, 변상문. 2025.11.13 alice09@newspim.com 이어 "맑은 소리는 경기 민요, 한의 정서는 판소리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진도 아리랑' 한 구절을 가창했다. 그러자 변 이사장은 "우리 음악은 애이불비(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픔을 나타내지 않다는 뜻)하고 낙이불류(즐거워도 지나치게 들뜨지 않다라는 뜻)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절제의 미악이 바로 우리의 소리"라고 정의했다. 또한 변 이사장은 "왕수복은 이렇게 노래뿐만 아니라 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등 악기도 배웠다"고 말했다. 이에 최한이 소리꾼은 즉석에서 가야금 연주를 선보였다. 이후 최한이는 광대(조선 말 소리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에 얽힌 판소리를 가창하며 "광대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인물치레, 두 번째 말 잘하는 사설치레, 그리고 다음이 득음이고 춤"이라며 "왕수복은 이를 다 갖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alice09@newspim.com 2025-11-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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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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