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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어닝쇼크' 진원지 미청구공사 증가세...잠재부실 확산

기사입력 : 2022년11월15일 16:11

최종수정 : 2022년11월15일 16:12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건설 등 작년말 대비 20% 안팎 늘어
현대ENG, 해외 미청구공사 비중 높아...국내보다 더 위험
경기부진에 미회수 채권 증가 불가피...건설사, 유동성 부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 불안이 갈수록 확산하는 상황에서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 채권이 늘자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일반적으로 시공사가 공사비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발주처에 대금 지급을 요청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공사 기간의 시차로 사업장이 많아지면 미청구공사 채권이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이지만 발주처가 자금난에 빠지거나 공정과 관련해 이견이 생기면 채권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한다.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는 잠재적 부실로 구분되는 이유다. 과거 수조원대 미청구공사 채권을 떼이면서 회사 존폐가 흔들렸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

◆ 건설사, 수주 확대에 미청구공사 껑충...경기 꺾이자 부메랑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채권은 작년 말 대비 10% 넘게 증가했다.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채권은 작년 말 9399억원에서 3분기 기준 1조2484억원으로 32.8% 불었다. 분양사업이 많다 보니 주택건축 부문의 미청구공사 채권이 7470억원으로 전체의 59.8%를 차지했다. 토목과 플랜트가 각각 3767억원, 1253억원이다.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에서 2606억원, GTX-A사업관리에서 326억원 등 국내 현장에서 다수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 기준 미청구공사 채권이 1조2868억원으로 작년 말(1조39억원) 대비 28.1% 늘었다. 미청구공사 채권이 늘면서 손실을 일부 선반영해 대손충당금 246억원을 쌓았다. 건축·주택보다는 플랜트·인프라 부문에서 발생했으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6.3%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개발', 파나마 '메트로 3호선',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플랜트' 프로젝트가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한 주요 사업장이다.

같은 기간 롯데건설은 1조3004억원에서 1조6483억원으로 26.7%, 현대건설은 2조595억원에서 2조4584억원으로 19.3%, 포스코건설은 1조303억원에서 1조1699억원으로 13.5% 각각 증가했다.

매출채권도 늘어나는 추세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으로 외상 매출금과 받을 어음 등 '외상 판매대금'을 가리킨다.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요청했으나 회수하지 못했거나 미분양 주택이 발생해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 등이 발생하면 회계상 매출채권에 반영한다.

이들 채권이 많아지면 기업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체 비용으로 공사비를 들이고 정작 대금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고랜드발(發)' 자금경색이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차환, 회사채 발생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 사정이 만만치 않은 환경에서 회수할 채권이 많은 게 반가울 리 없다.

◆ 자금난에 시행사 무너지면 보증선 건설사가 떠안을 수도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및 매출 채권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경기 부진에 미분양은 쌓이고 있고, PF 대출 금리가 치솟아 자금난을 겪는 시행사가 적지 않아서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불거져 PF 대출을 비롯해 회사채, 기업어음 등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창구가 사실상 막힌 상태다. PF사업 대부분은 건설사가 지급보증, 지급보층, 연대보증 등으로 책임 준공에 나서고 있어 발주처가 부도 및 자금경색이 빠지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업장까지 떠안을 수 있다.

과거 미청구공사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미청구공사 금액을 과도하게 책정했다가 돈을 받지 못해 2015년 3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해 삼성엔지니어링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청구공사가 결국 부실로 이어져 1조5000억원대 '어닝쇼크'를 맛봤다. 이 때문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금 수혈을 받아야 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국내 현장보다는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건설사가 떠안는 미청구공사 채권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과거 미청구공사가 어닝쇼크로 이어지는 진원지 역학을 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채권 회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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