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가입 10건 초과 개인 임대인 제한
전세시장 불안 속 실수요자 부담 가중 지적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내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 지원 기준이 대폭 변경되면서 임대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제도 개편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조치지만, 이미 전세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공급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보증사고 급증에 기준 손질…임대인 '계약 규모'까지 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2026년 1월 1일부터 전세임대 신규 계약에 적용되는 주택 실사 기준을 강화한다. 새 기준에 따르면 법인이 소유한 주택은 전세임대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개인 임대인의 경우에도 서울보증보험(SGI) 전세보증 가입 건수가 10건을 초과하면 전세임대 사업 참여가 불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전세임대 과정에서 발생한 보증사고 급증에 따른 대응이다. LH 관계자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음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단순 보증 가입 여부만으로는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임대인의 계약 규모 자체를 관리 대상으로 삼는 방식으로 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물건 임대인 관리 강화 방침에 시장은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한 건물에 10가구 이상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임대인도 보증 가입 건수 기준을 넘겨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사기 사건에서 법인을 활용한 명의 분산 사례가 다수 확인됨에 따라 법인 임대사업자 전면 배제 조치도 도입됐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법인 임대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전세임대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임대인들은 "사기와 무관한 정상 임대인까지 규제 대상이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 전세수급지수 4년 만에 최고…규제 균형론도 고개
문제는 시행 시점이다. 이미 전세시장에는 뚜렷한 공급 부족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 전월세 통합지수는 전월 대비 0.52% 상승하며, 2015년 11월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월세 지수는 0.64% 올라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다.
수급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58.45로 2021년 10월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점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전세 매물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송파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세 매물이 나오면 하루 이틀 안에 바로 계약된다"며 "LH 전세임대가 가능한 매물은 아예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전세 수요자 A씨도 "아이 학교 때문에 동네를 벗어나기 어렵지만, 조건에 맞는 전세가 거의 없어 월세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LH 전세임대 기준 강화가 본격 시행되면 내년 이후 전세 물량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전세임대는 취약계층의 주거 안전망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제도 변화가 실수요자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도의 사인 간 신뢰를 바탕으로 거액의 자금이 오가는 구조라 임차인은 언제든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전세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주거 선택지를 확대해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강도의 균형 필요성도 강조된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규모 전세사기로 주택임대차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전세 제도가 정상 작동하기는 어렵다"며 "촘촘한 제도 설계와 이해관계자 간 조율,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정 부분의 부담을 나누는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