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3일(현지시각) 미국과 영국 등 4개국 국방장관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군의 방사능 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서방국들은 허위 주장을 통한 긴장 고조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면서 러시아 주장을 반박했다.
타스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날 쇼이구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비롯해 영국의 벤 월러스, 프랑스의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튀르키예의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과 연쇄 통화를 가졌다.
쇼이구 장관은 이번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분쟁 지역에 '더티밤(dirty bomb)' 사용을 통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티밤은 주로 민간지역에 방사능 확진 피해를 유도하기 위해 재래식 폭탄에 방사능 물질을 채워 폭파시키는 무기를 뜻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모스크바에서 열린 '2022 국제 군사기술 포럼' 행사장에 도착한 모습. Sputnik/Mikhail Klimentyev/Kremlin via REUTERS 2022.08.15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해당 의혹에 대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어처구니없다"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임을 들어 "우리는 '더티밤'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떤 것도 획득할 계획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러시아인들은 종종 자신들이 계획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한다"고 날을 세웠다.
쿨레바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했다면서 "러시아가 더티밤이란 허위 정보를 선전하는 것이 위장 전술을 쓰려는 목적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이날 밤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무엇인가(핵무기 사용)를 준비하고 있다고 러시아가 말한다면 그것은 한 가지 의미"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가 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월러스 장관의 통화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월러스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분쟁 확대 계획을 서방이 도와주고 있다는 쇼이구 국방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면서 그러한 주장이 분쟁 확대를 위한 핑계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는 뜻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며 "특히 핵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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