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방송인 김태진의 경솔한 발언이 공영방송 KBS를 통해 마무리됐다. KBS는 자사 프로그램과 관련없는 사과방송을 2분에 걸쳐 주말 황금시간대에 내보냈다.
김태진의 입에서 시작된 논란이 온라인을 넘어 KBS 시청자 권익센터, '연중 라이브'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는 지난 18일 방송된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SBS '스브스뉴스' PD 재재의 웹 예능 콘텐츠 '문명특급'을 언급하며 억울한 마음을 토로해 논란이 됐다.
그는 "'재재만큼 인터뷰해라'라는 소리가 불편하다"며 "나는 인터뷰를 하기 전 네이버 10페이지를 다 보고 그 사람의 필모그래피를 다 외우고 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방송에서 이상한 것만 편집돼 나가 XX처럼 보이는 것이다. 내가 진짜 쌓인 게 많다"고 KBS '연예가중계' 편집에 불만을 얘기했다. 그는 스스로를 20년차 리포터라며 서운한 감정을 쏟아냈다.
양진영 사회문화부 기자 |
이에 일부 네티즌은 한참 후배인 재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김태진을 비판했다. 심지어 재재와 KBS, 지금껏 활동해온 '연예가중계'를 깎아내린 그를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달라는 청원이 KBS 시청자 권익센터 게시판에 올라오기까지 했다.
이후 소속사 측은 "김태진 씨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한 경솔한 언행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깊은 상처를 받으셨을 재재 님과 재재 팬분들, KBS 측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곧바로 재재 님께 연락을 취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해드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BS에서는 엉뚱하게 김태진의 사과 및 해명을 2분에 걸쳐 내보내며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연중 라이브'에서 김태진은 직접 재재 저격 발언을 언급하고 사과했다. 그는 "고향과도 같은 KBS,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계신 많은 분들께 결례를 범한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사과 장면이 나온 이후 각종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KBS에서 왜 사과를 시키나. 사과를 받아야 할 입장이 아니냐"면서 황당해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반대로 "잘못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며 그를 두둔하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연예가중계' 방송 이후 24일 KBS 시청자 상담실을 통해서도 시청자들의 의견이 들어왔다. 43명의 시청자들은 "시청자 입장에선 그의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KBS 제작진을 비난했던 출연자를 여전히 해당 방송에서 보는 것도 불편하다. 과거에도 여성비하와 음주운전 등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니 하차시켜주기 바란다"고 그를 퇴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어쨌든 김태진의 발언 상으론 KBS도 피해자다. 그러나 사과의 당사자는 아니다. 문제의 발언은 KBS의 프로그램이나 '연중 라이브'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음에도 제작진은 뜬금없이 그에게 사과의 기회를 줬다. 과연 '연중 라이브'를 사랑하고 KBS에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이 보고자 했던 장면인지 의문이다.
방송 이틀이 지난 24일 여전히 관련 시청자 청원에서 김태진 하차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이 2만9000여명을 넘겼다. 청원 동의가 3만명에 육박하고 답변이 대기 중인만큼 KBS도 이제 그의 거취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아야 할 국면이 되고 있다. 김태진의 발언도 경솔했지만 프로그램과 상관없는 엉뚱한 사과를 내보낸 KBS의 결정도 경솔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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