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여부 두고 가족 간 '눈치싸움' 돌입
정부 "추석 이동 제한 전혀 검토한 바 없어"
코레일, 추석표 예매 100% 비대면 방식으로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귀향 여부를 두고 가족 간 '눈치싸움'을 벌이느니, 차라리 정부가 나서 추석 이동 제한을 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연휴 이동 제한을 검토해달라는 청원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 17일 '추석 명절 기간 장거리 이동 제한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추석 기간 중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친지 간의 방문, 타지의 형제들의 회합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각 가정에서 일어난다"며 "추석 명절 기간 가족·친지 회합 자제, 제사 연기, 장거리 이동 자제의 강력한 권고를 내려줄 것을 청원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추석 당일인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2019.09.13 kilroy023@newpsim.com |
지난 18일 '전 국민 이동 벌초 및 추석 명절 모임을 금지해달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통제 불능으로 지역감염, 깜깜이 확진자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벌초와 추석은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라며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 벌초와 지역이동 제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열흘 넘게 200~3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일 100명을 넘어선 이후 25일까지 166→279→197→246→297→283→324→332→397→266→280명으로 집계됐다. 주초 200명대로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는 26일 0시 기준으로 320명으로 다시 늘었다.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동 제한'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추석에는 전국적으로 3000만명 이상이 이동하는 만큼 추석 전 벌초와 당일 차례, 가족 간 모임 등으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귀향길에 오르느니, 차라리 강제적 이동 제한이 낫다는 판단이다.
매년 명절이면 경기도 이천에 있던 친정을 방문한다는 이모(30) 씨는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자주 뵙지 못해서 명절이면 꼬박꼬박 내려갔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부모님은 내심 오길 바라시는 눈치라 곤란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결혼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서모(31) 씨는 대전에 있는 시댁 방문을 놓고 고민 중이다. 서씨는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와 시댁 방문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시댁이 지방에 있다 보니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5월 황금연휴 당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4일간의 추석 연휴에 전 국민적 이동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힘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는 추석 연휴 이동 제한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을 통해 "추석 연휴 시기에 국민들의 이동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돼 여러 대책을 마련한다고 브리핑에서 말씀드린 바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동할 때 어떻게 감염 전파를 차단할지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내달 1~3일 추석 승차권 예매를 진행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번 추석 승차권 예매를 100% 비대면 방식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1일에는 현장 발매 폐지에 따른 장애인과 노인 등 IT 취약계층을 위한 예매일로 정하고, 전체 좌석의 10%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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