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일본강제징용 등 재판 개입이 진짜 사법농단”
대법 “외부로 알려져 국민 피해 있을 경우 공무상비밀누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40여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어떤 핵심 내용을 담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을 내달 재판에 넘기기로 한 만큼, 기소 뒤 유죄 입증을 위한 공소장 법리 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한은 내달 12일로, 양 전 대법원장 기소를 앞두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 뒤, 비공개 소환 조사를 통해 수사 중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이 평생을 법원에서 보낸 만큼, 검찰로서도 쉽지 않은 재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유출 △법원 예산 유용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등을 최종 승인하거나 지시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지난해 ‘사법농단 구속 1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 등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있다.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와 함께 공무상비밀누설혐의가 양 전 대법원장의 유무죄를 가를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향후 대법원 선고까지 염두해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피의자들의 공소장을 준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본 측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의 한 변호사를 만나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게 진짜 사법농단으로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 보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더 무겁게 지적했다.
대법원 공무상비밀누설죄 주요 판례는 비밀로 반드시 규정한 사항은 물론, 외부로 알려져 국민 피해가 있을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하면, 직무상 비밀이라는 증거가 없을 경우 무죄 선고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1.23 leehs@newspim.com |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2009년(2009도2669 판결) 피고인이 유출한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문건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 외에도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비밀로선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일제강제징용재판 첫 소송은 2005년. 이로부터 13년이 지난 2018년 10월이 돼서야 피해자 승소로 끝나게 됐다. 박근혜 정부인 2013년 7월 서울고법 재상고심 이후 멈췄으나, 지난해 6월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뒤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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