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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7개월만 양승태 구속...사법부 신뢰 재건 ‘새국면’

기사입력 : 2019년01월25일 12:18

최종수정 : 2019년01월25일 12:18

지난해 6월 수사 시작…잇딴 영장 기각으로 법원-검찰 간 갈등
검찰, 양승태 구속으로 민생수사 외면한다는 비판에 체면 살려
법원, 침통한 분위기…신뢰회복 기회 삼아야 한다는 의견 중론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해 6월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세 차례의 대법원 자체 조사가 끝난 뒤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하지 않겠지만 검찰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서울중앙지검은 곧바로 관련 고발 사건들을 특수부에 배당한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건 수사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로부터 7개월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고, 지난 24일 구속됐다. 사법부 7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헌정 최초였다. 양 전 원장의 구속으로 검찰은 민생범죄 수사는 외면한 채 ‘적폐수사’에만 매달린다는 비난 여론을 잠재워 체면을 세웠다.

또 사법농단 수사를 두고 내홍을 겪던 법원은 되레 이를 기점으로 사법부 개혁의 기회를 맞게 됐다는 진보적 기대감이 법원 안팎에서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사법부 신뢰를 다시 높이기 위해 과거 문제가 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털어내는 것과 동시에 신뢰 재건에 나서야 한다는 사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한때 수장으로 계셨던 분이 구속돼 참담한 심정이지만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하는 게 맞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가 노력하면 다시 신뢰를 얻을 ‘반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법농단’ 수사, 7개월간 설상가상·사면초가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김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법원은 핵심 관련자들의 재직 당시 하드디스크 원본은 이미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해 저장장치 내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는 것)’ 처리됐다며 검찰의 임의 제출 요청을 거부했다. 검찰이 강제수사로 전환해 핵심 관련자들의 자택 등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임종헌(60·12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만 발부하고 양 전 원장을 비롯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법원의 영장 기각이 계속되면서 검찰과 갈등 수위도 높아졌다. 검찰은 영장 청구 내용과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하며 공개적으로 법원을 비판했다. 이전에도 종종 검찰이 법원 판결에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항소하겠다’거나 ‘향후 증거를 보강해 혐의를 입증하겠다’ 정도의 수위였을 뿐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일일이 공개하고 반박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그러는 사이 설상가상으로 대법 재직 당시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2·19기)이 압수수색 대상 외 유출자료를 무단 파기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 중앙지검장까지 나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법리상 의문이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됐다. 반전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사법농단 ‘핵심’으로 꼽히던 임 전 차장 구속에 성공하면서 다시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임 전 차장은 당시 행정처장을 맡았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최종 지시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가는 길목으로 여겨져왔다. 검찰은 지난해 연말,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관들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법원이 두 전 대법관들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다시 수사가 막히는 듯했지만, 검찰은 해가 바뀌자마자 양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 끝에 양 전 원장이 구속됐다.

 ◆ 체면 살린 검찰-반전의 기회 노리는 법원

검찰이 양 전 원장을 ‘한 방에’ 구속시키면서 그동안 구겼던 체면을 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생범죄보다 적폐수사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되면서 대형 사건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 게다가 법원이 관련자들의 영장을 줄줄이 기각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무리하게 질질 끄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이 지난 24일 새벽 양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를 밝힌 만큼 검찰 수사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미진한 민생수사는 올해 검찰이 집중해야할 과제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법원은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줄곧 적극적으로 진상조사를 원하는 판사들과 검찰 수사를 반대하는 판사들 사이 의견차로 내홍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관련 법관들의 탄핵 소추절차가 검토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던 법관대표회의 2차 정기회의 이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또 법원 내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검찰 수사 협조’ 발언을 놓고서도 “자기 식구를 감싸야 할 대법원장이 식구들을 사지로 몰아낸 것”이라는 비판 여론도 거셌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의 구속 이후 법원은 대체로 침통한 분위기지만 당장 갈등이 증폭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법원의 영장전담 부장판사인 만큼 결과는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겠냐는 의견이다.

여기에 구성원 내 갈등으로 인해 법원행정처 폐지 외에는 이렇다 할 개혁안을 내놓지 못했던 대법원으로서도 개혁 카드를 꺼낼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 입에 주목하는 이유다. 양 전 원장이 구속된 현재 사법부의 시선이 김 대법원장에 쏠리고 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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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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