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중기부가 15일 모두의창업 합격자 정보 유출을 확인했다
- 비공개 프로필 외부 접근과 홍보 메일 민원이 잇따랐다
- 아이디어 유출 우려로 정부 플랫폼 신뢰가 흔들렸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탈락자까지 품겠다'더니 정작 합격자 보호 허점 드러내
사과보다 먼저 필요한 건 '왜 막지 못했나'에 대한 설명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모두의창업'은 가장 국민들의 주목을 받은 정책 중 하나다. 선발된 일부만 돕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탈락자에게도 멘토링과 후속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창업의 국민화'를 내세운 프로젝트였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탈락하더라도 다음 도전을 위한 발판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첫 모집에 6만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는 사실은 이 같은 정책 취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민들의 기대는 출범 직후 균열이 갔다. 지난 15일 오전 9시, 모두의창업 1기 합격자 5000명의 개인 프로필이 플랫폼에 공개된 직후였다. 비공개로 설정된 정보에 대한 외부 접근 시도가 이뤄졌고, 같은 날 오후 3시경 플랫폼에 올라온 이용자 문의를 통해 중기부가 이 사실을 인지하기까지는 무려 6시간이 걸렸다. 접근 경로를 차단한 것은 인지 후 1시간이 더 지난 오후 4시였다. 다음 날인 16일 오전 11시경에는 비공개 이메일로 인공지능(AI) 솔루션 업체의 홍보 메일을 받았다는 이용자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중기부에 따르면 총 9개의 IP를 통해 이메일 주소, 아이디어 요약 정보, 심사평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는 도전자 실명과 연락처, 상세 신청서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사안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는 없다. 창업 아이디어 요약과 심사평은 단순한 개인정보를 넘어서는, 그 자체로 민감한 정보다. 누군가에게는 특허 출원 전 단계의 구상이, 또 누군가에게는 수개월의 준비 끝에 나온 사업의 씨앗이 담겨 있는 자산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행정 실수나 일회성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모두의창업은 애초부터 더 많은 지원자를 받아들이고, 선발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의 정보를 관리하며 후속 지원까지 연결하는 플랫폼형 정책으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지원사업보다 훨씬 많은 개인정보와 아이디어, 평가 데이터가 집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감안하면 보안과 접근 권한 관리는 사업 설계 단계에서 가장 먼저 점검됐어야 했다. '더 넓게 품겠다'고 할수록, '더 촘촘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고를 인지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인 18일 오후 12시, 중기부는 피해 대상자에게 개별 통지를 보냈다. 같은 날 오후 1시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국가사이버안보센터 등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해 침해사고 조사·분석도 진행 중이다. 중기부 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사고대응 TF를 꾸렸고, 합격자 5000명 전원에 대한 영업비밀 원본증명 무상 지원도 지식재산처와 협업해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수습에 나설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사실 지금 필요한 것은 후속 지원 방법의 나열보다는 '왜 막지 못했는지'에 대한 답이다. 외부 IP가 플랫폼의 어느 지점을 어떻게 뚫었기에 유출이 가능했는지, 6시간 동안 내부에서 인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해 답해야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면, 어떤 재발 방지조치도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피해 지원과 보안 강화 대책 등은 당연히 뒤따라야 할 책무다.
후폭풍은 이번 기수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모두의창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후속 기수 운영을 전제로 한 프로젝트다. 출범 직후부터 '정부 플랫폼에 아이디어를 올려도 괜찮은가'라는 의문이 붙은 상황에서 다음 기수 모집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창업 아이디어는 특허처럼 권리화되기 전 단계의 구상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는 작은 노출 가능성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거운 불신이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창업 정책은 예산보다 신뢰로 굴러가는 사업이다. 지원금은 정부가 마련할 수 있지만, 도전자들의 신뢰는 한번 잃으면 다시 쌓기 어렵다. 모두의창업이 성공하려면 더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보다 이미 손을 내민 사람들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탈락자까지 품겠다는 정책이라면, 당연히 그 출발점은 합격자부터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