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서울 올림픽공원 봉쇄 시위서 부채 문구를 두고 시비가 붙었다
- 선관위 실책 속 부정선거론이 시위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 봉쇄를 풀고 투명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부정선거는 왜 안 적혀 있냐고!"
지난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한 참가자가 나눠주던 부채에 '재선거'라는 문구만 적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선의로 제작했을 부채가 한순간에 의심의 대상이 됐다. 부채를 나눠주던 참가자는 "재선거 구호만 외칠 때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정선거' 문구를 빼는 것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의도라는 믿음이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 퍼져 있기 때문에 벌어진 장면이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개표소 봉쇄 시위는 지난 5일부터 18일째 이어지고 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실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개표소 봉쇄 시위를 취재하며 가장 우려스러웠던 점은 이른바 '부정선거론'이라 불리는 일종의 음모론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단순히 선관위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선거 자체에 특정 진영의 의도와 조작이 개입됐다고 믿는다. 현장에서는 '한미 공조 국제수사'를 외치는 참가자들도 볼 수 있었다. 음모론의 일종으로 여겨졌던 부정선거론이 비상계엄·탄핵 정국 시기의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층과 결합해 특정 국가와 진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논리와 맞물리며 세를 넓히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
선관위와 경찰,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응 역시 이런 음모론이 파고들 틈을 키웠다. 주최 없는 시위,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 2030이라는 키워드가 공권력을 망설이게 했다. 시위 참가자 중에는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 시민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교묘하게 섞여 있는 부정선거론과 불법 행위에는 처음부터 선을 그어야 했다.
개표소 봉쇄 이전 잠실7동 제2투표소 앞 시위 현장에서도 선관위 관계자를 물리적으로 밀치거나, 투표소 내부에서 나온 참관인의 가방을 검사하는 등 이미 도를 넘는 행위가 목격됐지만 경찰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이어진 머뭇거림이 결국 18일이 넘는 교착 상태로 이어졌다.
봉쇄가 길어지면서 선관위와 무관한 체육단체의 업무는 마비됐고, 핸드볼경기장 대관 일정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흉기 난동과 온라인 협박 등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도 계속되고 있다.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보장돼야 하지만, 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행위를 방관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선관위가 어떻게 이런 사태를 초래하게 됐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봉쇄를 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사회 전체 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나라를 이분화하는 음모론에 더 넓은 자리를 내줘서는 안 된다. 경찰과 정부 역시 조금 더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진정으로 참정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들에게 응답하려면 기약 없는 봉쇄가 아니라 투명한 수사와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혼동해서도 안 될 것이다.
gdy1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