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회입법조사처가 7일 농지 임대차 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규모는 축소되고 대농으로의 집중은 심화되는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 등 세제 혜택이 역설적으로 위장 자경과 음성 거래를 조장해 합법 시장이 위축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 정부는 5월부터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소유 중심 규제에서 이용 중심 관리로 정책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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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자경' 세제, 비공식 거래 유인 지적
전수조사 계기 '이용 중심 관리' 전환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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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농지는 남아 있는데 실제로는 빌려 쓰기 어려운 '비정상' 시장이 굳어지고 있다. 임대차 시장이 위축되는 동시에 일부 대농으로 임차지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까지 심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5월부터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해 여러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농지 제도 전반을 손질할 계획이다. 이런 정부 차원의 개선 움직임을 계기로 농지를 '소유 중심 규제'에서 '이용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진입 막히고 집중 심화"…임대차 구조 왜곡
지난 7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농지 임대차 시장 현황분석 및 개선과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현행 국내 농지 임대차 시장에 규모 축소와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농지 임차 면적은 2013년 85만6000헥타르(ha)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약 1만3600헥타르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임차료율 역시 장기적인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요와 공급 기반이 모두 약화된 것이다.
반면 임차면적 지니계수는 2000년 0.54에서 2020년 0.66으로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특정 자원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일부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이 수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농지 임차가 소수 농가에 쏠리고 있음을 뜻하며, 실제로 10ha 이상 대규모 농가로 임차지가 집중되는 현상이 드러났다.

특히 구조 변화는 2010년을 기점으로 뚜렷하게 갈린다. 2010년 이전에는 신규 농가가 임차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뒤 규모를 키우는 '확장 경로'가 작동했지만, 이후에는 중소규모 농가가 점차 붕괴하면서 기존 대농의 '덩치 키우기'만 이어지는 구조로 바뀌었다. 새로운 농가가 임대차 시장에 진입해 성장하는 경로는 사실상 좁아진 상태다.
이런 변화는 임대차 시장이 단순히 위축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입은 막히고 집중은 심화되는 폐쇄적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 세제 혜택의 '역설'…불법 임대차 키웠다
이렇듯 임대차 시장이 위축된 배경에는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자리잡고 있다. 핵심은 '합법 시장'보다 '비공식 시장'이 더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8년 자경 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는 실제 경작 여부와 무관하게 형식적인 자경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지주들이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사적 네트워크를 통한 비공식 임대를 선택하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 제도상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위장 자경'이나 음성 거래가 사실상 관행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여기에 직불금 수령 요건과 농지 훼손에 대한 우려, 농지를 안정적인 자산으로 보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지주들은 낯선 임차인이나 공공 임대 시스템을 통한 거래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농지은행 등 공적 시장을 통한 임대는 절차적 부담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결과적으로 사적 거래가 더 '안전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는 정책 인센티브가 시장을 왜곡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인센티브가 오히려 임대차 계약서 미작성과 사적 네트워크 내 음성적 거래, '위장 자경' 등 편법·탈법적 관행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불법·비공식 임대차가 단순한 투기 행위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고령 농업인이 조합원 자격과 노후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자경을 유지하고, 동시에 청년·전업농은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비공식 임대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유제범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특히 개발 가능성이 낮은 지역의 불법 임대차 상당수는 조합원 자격과 노후 자산을 지키려는 고령농의 절실함과 땅 한 마지기가 아쉬운 청년·전업농의 현실적 필요가 결합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수조사 이후 정책 대응의 방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비공식 거래를 일괄 단속할 경우 시장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일정 부분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무허가 축사 양성화 과정에서 일정 기간 계도와 지원을 병행했던 사례처럼, 현실을 반영한 단계적 전환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 '출구 전략'으로 풀어야…합법 시장 전환 과제
정부는 지난달 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농지 전수조사를 5월부터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 농지 195만4000ha를 대상으로 소유와 이용 현황을 전면적으로 파악해 투기와 불법 이용을 차단하고, 향후 농지 정책 수립의 기초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수조사는 농지 정책 전반을 재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관리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정책 논의 전반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지 정책의 무게중심이 소유 규제에서 이용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조사 이후의 정책 설계는 적지 않은 난제를 안고 있다.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비공식 임대차를 일괄 단속할 경우 시장 위축과 농가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는 반면,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제도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단속과 양성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정책 설계가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보다는 합법적 시장으로의 유인을 높이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제 개선과 공공 임대 시스템 연계, 고령농 은퇴 지원 등 정책 인센티브를 재설계해 지주들이 자발적으로 농지를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채광석 연구위원은 "지주들이 스스로 농지를 공공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합법적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며 "양도소득세 감면제를 개선해 농지은행 등에 장기 임대차를 위탁하고 이를 신고하면 해당 기간 자경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농지연금과 직불금 수급 조건·금액을 연동한 고령농 은퇴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종훈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농지 소유자의 심적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농지 활용도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현실적 대안으로 합법적 농지 임대차의 활성화가 중요해 보인다"며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구축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 줄 요약
농지 임대차 시장의 위축과 왜곡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수조사를 계기로 '소유 중심 규제'에서 '이용 중심 관리'로 정책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일괄 단속보다 합법적 출구 전략 마련을 통해 음성 시장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