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잘 붙는 소재에 맹독성 가스 뿜어
건축법 개정됐지만 신축 건물에만 적용
"기존 건축물도 소급 적용, 소방시설 의무화 필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대덕산업단지 공장 화재가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이 빚어낸 인재로 드러났다. 사후 처벌을 넘어 기존 노후 건물 전반의 소방 안전망을 촘촘하게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를 키운 이유 중 하나로 샌드위치 패널이 지목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자재다. 건축비를 줄이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였지만, 내부에 가격이 저렴한 스티로폼이나 폴리우레탄을 주로 채워 넣어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해당 공장은 20여 년 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조립식 구조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가격 문제로 내부 충전재에 불에 약한 스티로폼이나 폴리우레탄을 주로 사용했다.
화재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2021년 12월 '건축법'을 개정했다 샌드위치 패널의 내부 충전재로 700도에서 10분간 견디는 유리섬유 등 무기질 단열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이 규정이 기존 건축물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 건물처럼 불에 약한 자재가 쓰인 노후 조립식 건축물에서는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재 발생 후 1분 만에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확산된 것도 건축물 노후화에 따른 영향이다. 건물 내부 인원들에게 주어진 대피 시간이 극도로 짧았다는 의미다. 화재를 초기 진압하는 스프링클러 설치 역시 준공 당시 의무 사항이 아니었기에 불길을 초기에 잡을 수 있는 도구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노후 건물의 경우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행정 당국이 사용 승인 이후 전국의 모든 건물 내부를 계속 관리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리 감독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사전 관리보다는 사후 처벌 강화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 사고 발생 시 기업이 감당해야 할 처벌과 여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망자가 집중된 공간은 허가받지 않은 복층 형태의 불법 증축 공간이었다. 헬스장과 탈의실 등 근로자들의 편의시설로 쓰인 이곳에는 창문이나 환기시설 및 비상통로가 전혀 없었다. 전문가 사이에선 조립식 건축물에 대한 안전 관련 규정을 전면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화재 관련 건축 규제는 신축뿐 아니라 기존 건축물까지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며 "건축물과 자재의 난연 및 불연 성능 기준을 대폭 높이고,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화재 진압 시설의 설치 기준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대전 대덕산업단지 내 안전공업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약 10시간 만에 잡혔으나, 사망 14명과 부상 60명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chulsoofriend@newspim.com












